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3강 구도’를 지켜오던 LG전자가 철수를 선언하면서 빈자리를 누가 차지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글로벌 강자인 삼성전자와 애플의 강세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샤오미 등 중국 업체의 공세도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5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해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13%로 삼성전자(65%)와 애플(20%)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올해 1~2월 시장에서는 철수 가능성이 거론되며 점유율이 10%로 떨어졌지만, 타 업체 관점에서는 충분히 전략적 흡수를 고려할 만한 상황이다.
만약 삼성전자가 LG전자의 점유율을 그대로 가져온다면 80%에 육박하는 점유율로 독과점 폐해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각종 마케팅 프로모션이나 지원금을 줄일 가능성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통신사들 역시 단말기 수급계약 측면에서 교섭력이 약화되면서 삼성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국내 토종 사업자로 활약던 팬택이 2015년 매각됐을 당시에도 수급 단말 라인업이 줄어들면서 주도권을 일부 상실했던 적이 있다. 다만 “독과점 이슈가 부상하면 각종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는 만큼 삼성에게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우선 LG 스마트폰 사용자들을 자사 생태계에 유입시키기 위한 전략을 펼치는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자사 제품과 애플 제품만을 대상으로 삼아왔던 ‘중고폰 보상 프로그램’에 처음으로 LG V50을 포함시켰다. 올해 들어 중저가 보급형 스마트폰 갤럭시A 시리즈를 잇달아 출시한 것 역시 국내·북미의 LG폰 사용자를 잡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LG전자는 북미 시장에서도 3위 사업자다.
애플도 최근 서울 여의도에 애플 스토어 2호점을 오픈하며 국내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사설 수리 업체에도 애플의 정품 부품과 도구, 수리 매뉴얼을 제공하기로 하는 등 국내 소비자들에게 다가서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중국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LG전자의 빈자리를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각종 IT(정보기술) 제품에서 ‘가성비’ 제품으로 통하는 샤오미가 특히 위협적이다. 샤오미는 최근 사실상 ‘공짜폰’인 레드미 노트10 시리즈를 국내에 출시하며 소비자 공략에 나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스마트폰에 대한 국내 사용자들의 선호도가 아직 높지 않아 당분간은 같은 안드로이드 제품인 삼성폰으로 유입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