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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세 찰스, 불화한 부친 보내며 “디어 파파” 애도

필립공(오른쪽)과 엘리자베스 2세 영국여왕이 2012년 6월 21일 여성의 날에 아스콧에 있는 왕실 경마장에 도착해 시민들을 바라보고 있다. EPA연합뉴스


사진은 필립공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남 찰스 왕세자. 찰스 왕세자는 10일(현지시간) 아버지 필립공을 ‘마이 디어 파파’라 부르며 애도했다. EPA연합뉴스


영국 찰스 왕세자(73)와 최근 99세를 일기로 별세한 아버지 필립공(에든버러 공작)은 생전에 관계가 좋지 못했다. 필립공은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시칠리섬 상륙작전, 영국군 구조 작전을 수행할 정도로 남성적 기질이 강하다. 영국 언론이 그를 설명할 때 ‘책임감’ ‘규율’ 등의 단어를 빼놓지 않을 정도다. 반면 아들은 섬세하고 조용한 성격이다. 그런 아들을 아버지는 만족스러워하지 않았다. 그래서 필립공은 궁 인근인 이튼스쿨을 마다하고 아들을 엄격한 사관학교 같은 스코틀랜드 고든스타운을 보냈다. 찰스 왕세자가 필립공이 고집해 보낸 고든스타운에서 적응을 못하고 왕따를 당한 사건은 당시 언론에 보도됐을 정도로 유명하다.

찰스 왕세자와 고(故) 다이애너 왕세자비가 불화했을 때도 필립공은 며느리에 애정을 보냈다. 다이애너 왕세자비는 1992년 보낸 편지에서 “제 가정불화를 해결하려고 기울이신 놀라운 노력에 얼마나 감사한지 꼭 알아주셨으면 한다”며 필립공을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아빠’(Dearest Pa)라고 불렀다.

필립공이 아들에게 냉담했던 이유 중에는 개인적인 아픔도 있는 것으로 전해져 있다. 그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여왕의 남편이 됐지만 아들에게 자신의 성(마운트배튼)을 물려주지 못했다. 그는 친구들에게 “나는 영국에서 자식에게 성을 물려줄 수 없는 유일한 남자”라고 한탄했다고 한다. 넷플릭스 드라마 ‘더 크라운’에는 자신의 계급이 불과 8세였던 찰스 왕세자보다 낮다고 불평하는 장면도 나온다.

이런 부자 관계도 흘러간 세월 속에 회복된 것일까. 남색 정장에 검은색 넥타이를 매고 하이그로브 저택 앞에 등장한 백발의 찰스 왕세자는 10일(현지시간) 아버지 필립공을 ‘마이 디어 파파’라 부르며 애도했다. 그는 “친애하는 나의 아버지는 매우 특별한 분이셨다”고 했다. “지난 70년간 여왕과 왕족, 국가 그리고 영 연방을 위해 헌신적으로 봉사했다. 가족과 나는 아버지를 몹시 그리워하고 있다”고 언급한 대목에선 깊은 회한도 느껴졌다.

버킹엄궁은 필립공의 장례식을 오는 17일 윈저성 세인트조지 예배당에서 거행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국장(國葬)이 아닌 장례식으로 치른다. 영국 정부의 방역 지침에 따라 추모객도 극소수 왕가 인사 등 30명으로 제한했다. 이에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장례식에 불참하기로 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손자인 해리 왕손은 참석하지만, 그의 아내 메건 마클 왕손비는 불참한다. 마클은 둘째 임신으로 인해 미국에서 영국으로 장시간 비행을 하는 것은 건강에 좋지 않다고 주치의로부터 권유받았다고 한다. 이들 부부는 지난 2월 중순 영국 언론들의 사생활 침해, 인종 차별적 태도 등을 이유로 영국 왕실을 떠났고, 오프라 윈프리와의 인터뷰에서 이를 폭로하기도 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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