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아래 사진) 미국 대통령은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분쟁 합의에 즉각 환영 입장을 내놨다. 미래 핵심산업인 전기차와 배터리를 미국에서 생산해 질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자신의 공약을 지켰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도 지식재산권을 보호했고 기후변화에 도움이 된다는 이미지도 쌓을 수 있게 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이번 합의는 미국 노동자와 미국 자동차 산업의 승리”라며 “전기차와 전기차 배터리를 미국 전역에서 미국 노동자의 손으로 생산하는 건 미국을 더 나은 방향으로 재건하겠다는 내 계획의 핵심적인 부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미국에 기반을 둔 강력하고 다양하며 굳건한 전기차 공급망이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전기차와 전기차 부품에 대한 전 세계적 수요에 대응하고 고소득 일자리를 창출할 뿐 아니라 미래 일자리를 위한 주춧돌을 놓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요 외신들도 이번 합의 타결을 바이든 대통령의 승리로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WP)와 블룸버그통신은 그 이유를 네 가지로 꼽았다.
첫째는 미국 내 일자리를 지킨 것이다. WP는 “이번 합의에 따라 SK가 조지아주에서 짓고 있는 26억 달러(약 2조9000억원) 규모의 제조시설 건설을 마무리할 수 있게 됐다”면서 “연말까지 1000명이 채용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조지아주 내에서 배터리 생산과 관련된 일자리 최대 6000개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압박을 받아왔다”고 전했다.
둘째는 미국 내 전기차 공급망 구축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WP는 바이든 행정부는 자동차 업체들이 전기차 생산을 확대할 경우 새로운 부품 공급처를 찾기 힘들 것이라고 우려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번 합의로 SK는 조지아주 공장에서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게 됐고, 미국으로선 안정적인 배터리 공급처를 확보하게 된 것이다.
셋째는 지식재산권 문제다. 바이든 대통령은 LG와 SK 중 어느 한쪽의 편을 들지 않으면서 지식재산권을 보호하는 모양새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을 겨냥해 지식재산권을 훔치고 있다는 비판을 퍼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SK 공장의 일자리와 배터리를 의식해 미 국제무역위원회(ITC)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했을 경우 ‘한 입으로 두말한다’는 비판이 쏟아졌을 것으로 분석된다.
넷째는 기후변화 대처다. 바이든 행정부는 기후변화 대처를 정책 최우선 순위에 올려놨다. 전기차는 기후변화를 억제할 수 있다는 수단으로 평가받는다. 그런 전기차에 꼭 필요한 배터리 문제가 손쉽게 풀린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합의로 한국과 미국 정부의 당국자들은 큰 두통거리를 덜어냈다”면서 “이들은 지난 몇 주 동안 LG·SK 양측에 합의를 종용했다”고 전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