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 50대 목회자입니다. 수염을 기르고 있는데 교인들 사이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A : 수염은 남성호르몬에 의해 성인 남성의 입 주변이나 턱 또는 뺨에 나는 털을 말합니다. 고대사회에서는 부와 권력의 상징으로 귀족만 수염을 길렀습니다. 성경에서 나실인은 구별된 자로서 머리에 삭도를 대지 말라고 했습니다.(삿 13:5)
수염 때문에 벌어진 전쟁 기사도 있습니다. 암몬 왕 나하스가 죽자 다윗이 조문사절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암몬 방백들은 이들을 침략의 기회를 엿보러 온 정탐꾼으로 몰아세웠습니다. 암몬 왕 하눈은 사절의 수염을 깎고 의복을 볼기 중간까지 자른 뒤 돌려보냈습니다. 분노한 다윗은 군사를 동원해 공격하고 대승을 거둡니다. 폭력으로 타인의 수염을 자른 것은 모독과 도발이었고 전쟁의 원인이 됐습니다.
목회자가 수염을 기르면 안 된다는 규정은 없습니다. 그러나 찬반 의견이 나뉘고 있는 교인들에게 수염을 왜 기르는가에 대한 설명과 설득이 필요합니다. 목회자는 수많은 문제가 수시로 돌출되는 목회 현장에서 그에 대한 해답을 줘야 합니다. 자칫 잘못하면 단순한 문제가 얽히고 꼬여 어려워질 수도 있습니다. “목사님 수염 멋지다”는 의견과 “안 어울린다”라는 의견이 충돌하게 되면 목회에 득보다 실이 커지게 됩니다.
목회자는 공인입니다. 언행도 옷차림도 몸가짐도 책무가 뒤따릅니다. 내가 좋아하고 원하고, 내 멋대로가 통제되고 유보돼야 할 때가 많습니다. 유행에 뒤처져도 그렇다고 앞장서도 안 되는 게 목회자의 자리입니다. 거슬러 올라가면 목사가 성의(가운)를 착용하기 시작한 것도 차별성 때문이었습니다.
수염 기르는 이유를 교인들에게 설명하십시오. 그리고 설득하십시오. 수염이 목회에 도움이 되는가를 숙고하십시오. 목회자는 언제나 나보다는 교회가 우선이라야 하고, 교회보다는 예수 그리스도가 우선이라야 합니다. 수염으로부터 자유하십시오.
박종순 목사(충신교회 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