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가 10년 만에 다시 법원의 회생절차(법정관리) 수순을 밟게 됐다. 쌍용차는 청산보다 존속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만큼 회생계획인가 전 인수·합병(M&A)을 추진해 회생절차 조기 졸업에 매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막대한 부채를 짊어질 새 투자자를 찾아야 하는 데다 임금 삭감 등 구제책까지 마련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게 됐다.
서울회생법원 회생1부(재판장 서경환)는 15일 쌍용차의 기업회생 절차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쌍용차는 2011년 3월 이후 10년 만에 다시 법원의 지휘를 받게 됐다. 제3자 관리인과 조사위원으로 정용원 쌍용차 기획관리본부장(전무)과 한영회계법인이 각각 선임됐다. 정 본부장은 쌍용차의 재산 처분 권한을 위임받고 법원과 함께 채권 이해 당사자들의 이견을 조율하게 된다. 회생계획안은 오는 7월 1일까지 법원에 제출돼야 한다.
앞서 쌍용차는 지난해 12월 기업 회생과 함께 자율 구조조정 지원(ARS) 프로그램을 신청하면서 법원의 회생 개시 결정을 2차례 미룬 바 있다. 하지만 지난달 31일까지 유력 투자자로 꼽힌 미국 자동차유통업체 HAAH오토모티브의 투자의향서(LOI)를 끝내 제출받지 못했다. 투자 유치를 주도한 예병태 쌍용차 전 사장은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법원은 결국 지난 1일과 9일 양일간 쌍용차 채권자협의회와 관리위원회 등에 회생 절차 개시 의견을 받았다.
쌍용차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회생계획 인가 전 M&A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새 투자자를 찾아 기업 정상화에 물꼬를 트겠다는 의지다. 업계 안팎에서도 쌍용차의 높은 청산 가치에도 불구하고 대량 실업 사태를 고려해 정부가 쌍용차 존속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관측이 잇따랐다. 은성수 금융위원장 역시 이날 “(쌍용차가)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운영자금을 지원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관건은 쌍용차에 선뜻 손을 내밀 투자자가 존재하는지 여부다. 쌍용차는 회생계획 인가 전 M&A 방식이 법원의 준칙에 따라 공정하게 진행된다며 투자자 물색에 자신감을 보였다. 또한 한국거래소로부터 상장폐지 관련 1년의 개선기간을 부여받게 되면서 상장도 유지하게 됐다. 정 본부장은 “협력사들과 협의해 이른 시일 내에 생산을 재개하고 고객 불안을 해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쌍용차의 공언대로 M&A가 속전속결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HAAH를 제외하고는 마땅한 인수 적임자가 보이지 않아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향후 투자 유치 등을 고려해 단순 기업 이름을 알리기 위한 ‘가짜 관심’을 보내는 곳도 많아 보인다”고 했다.
한편 반도체 수급난으로 강제 휴무에 들어가는 공장이 속출하고 있다. 한국지엠(GM)은 차량용 반도체 칩 부족으로 오는 19일부터 23일까지 인천 부평 공장 2곳의 생산을 중단할 계획이다. 이번 공장 휴업으로 약 6000대의 차량 생산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업계는 추산한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