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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의 이코노 아웃룩] ‘큰정부’ 추구하는 바이드노믹스… 성공 열쇠는 인플레 관리





코로나19가 세계 경제에 몰고온 가장 큰 변화를 꼽는다면 정부 역할의 강화를 들 수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규제 강화를 넘어 증세와 재정확대를 통해 정부가 경제주체들의 파이를 인위적으로 배분하면서 경제정책을 이끌고 가겠다는 이른바 큰정부의 의지를 숨기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패러다임 전환은 초저금리 상황이 낳은 기대 인플레의 안정적 관리가 전제돼야 가능하다. 자칫 조정자 역할을 넘는 과도한 개입은 투자 위축 등 자본의 효율적인 흐름을 방해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큰정부 성공 관건은 인플레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미 경제 패러다임 변화로 본 바이드노믹스의 미래’라는 보고서를 통해 오는 30일 취임 100일을 맞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경제정책, 즉 바이드노믹스가 큰정부 패러다임 전환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진단했다. 바이드노믹스는 경제성장, 불평등 완화, 산업구조 개편 등에 있어서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는 케인즈 주의 철학에 기반한다. 큰정부 패러다임은 1930년대 프랭클린 루즈벨트의 뉴딜정책, 1960년대 린든 존슨의 ‘위대한 사회’ 정책 등을 거치면서 신자유주의를 표방한 1980년 레이거노믹스가 등장할 때까지 민주당 행정부가 추구했다.

보고서는 바이드노믹스의 운명을 3가지 경로로 제시했다. 우선 2022년 민주당이 중간선거에서 승리하고 기대 인플레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성장고용 촉진 불평등 완화 산업구조 개편 등을 진전시켜 나간다면 큰 정부 패러다임으로 성공적을 전환하는 ‘루즈벨트 2.0’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반면 최악의 경우 기대 인플레 관리에 실패하면서 인플레 급상승을 유발해 경기가 침체하거나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하의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큰정부 정책의 실패 사례로 지목되어온 ‘린든 존슨 2.0’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1980년 3월 오일쇼크까지 가세해 소비자물가가 14.8%까지 치솟자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정책금리를 20%까지 인상하기도 했다.

올해 초 금융시장이 잠시 패닉에 빠졌던 것도 투자자들의 1980년대 인플레 사태 재연공포가 되살아 났기 때문이다. 천문학적인 유동성이 풀려 자산버블이 우려스러울 정도로 진행되는 상황에서 전세계 정부와 금융당국들은 인플레 기대심리 확산 우려를 어떻게 잠재워 나갈 지가 큰 숙제로 남아 있다. 루즈벨트 대통령 당시 물가와 금리가 안정세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전시 체제의 가격과 국채금리 통제 영향이 컸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상황이 당시보다는 녹록지 않음을 보여준다. 최근 월가에서도 지난해가 물가와 금리의 장기 저점이 될 수 있다는 견해가 확대되고 있는 것은 이런 우려를 뒷받침한다. 주요7개국(G7) 중 하나인 캐나다의 중앙은행(BOC)이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결정을 하고 나선 것은 2023년까지 테이퍼링 불가 원칙을 밝힌 미국 입장에서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보고서는 아울러 집권 1기 중간 선거 패배로 정책 추진력이 약화되면 큰정부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지연돼 향후 경로의 불확실성이 점증했던 ‘오바마2.0’을 다시 경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증세 반발과 비효율 우려도 숙제

최근 갤럽 여론조사 결과 미국인들의 큰정부 지지여론이 1990년대 이후 처음으로 50%를 훌쩍 넘는 등 전반적인 분위기는 우호적이다. 그동안 쌓인 불평등 누적에 따른 불만이 큰정부 지지로 표출됐는데 바이드노믹스도 이런 민심을 반영하고 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이래 작은 정부 패러다임이 감세, 탈규제 시장을 중시했었다면, 큰정부 패러다임은 증세와 규제강화 등 정부 역할 강화로 요약된다. 하지만 해묵은 증세 논란을 어떻게 헤쳐나가는가가 관건이다.

최근 발표한 2조3000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재원 마련을 위해 부유층을 대상으로 한 법인세(21%→28%) 및 개인소득세 최고세율 인상(37%→39.6%), 자본이득세율 인상(20%→39.6%) 등이 바이드노믹스의 핵심내용이다. 코로나로 무너진 중산층을 복원하기위해 부유층으로부터 파이를 떼어내 정부가 각종 인프라투자에 나서겠다는 구상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기업의 투자를 유인하기 위해 낮춰 놓은 법인세 등의 혜택이 오히려 부유층에 더 많이 돌아갔다는 게 바이든 행정부의 기본 인식이다. 반면 공화당과 재계는 자본이득세와 법인세 인상은 기업의 투자 활력을 떨어뜨려 결과적으로 증세를 통한 재정확대라는 큰정부 구상이 차질을 빚을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이보다는 휘발유와 경유 등 유류세 인상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으나 민주당측은 서민층 세부담이 커질 것이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인위적인 자원배분에서 나타날 수 있는 역효과도 큰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코로나 대응 과정에서 나타난 공통점은 정부와 중앙은행이 조정자 역할을 벗어나 자원배분 영역을 광범위하게 넓혀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경우 정치인들마다 향후 대권을 겨냥해 기본소득 도입을 당연시 하고 물가관리가 기본인 중앙은행더러 고용보장까지 책임지라는 법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심지어 주택가격을 통화정책 목표에 포함시키려는 중앙은행까지 등장했다.

DB투자증권의 문홍철 연구원은 26일 보고서에서 권력적 자원배분의 확장은 민간에 비해 자본의 효율성을 낮춘다면서 땀흘려 번 돈은 허투로 쓸 수 없지만 눈 먼 돈은 표심 집결과 집행 자체에 일차 목적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은 파격적인 재정지출이 과거 10년의 디플레를 끝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디플레를 더 심화시킬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동훈 금융전문기자 d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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