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부터 아래로’ 흐르는 수직적 사고… 성경적 수학교육의 핵심

좋은나무교회 학생들이 지난 17일 서울 송파구 교회에서 열린 주말캠프에서 원뿔과 비커에 물을 담으면서 함수를 배우고 있다.




요즘은 초등학교 3학년 때 나눗셈을 배우면서 수학을 포기한 학생, 일명 ‘수포자’들이 나온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이 떠오른다. 소설과 철학, 시를 논하는 것은 수학과 관련이 없을까. 아니다. 유명 수학자가 프로 연주자급의 실력을 갖춘 것을 본다. 수학은 유연한 사고방식 속에서 꽃을 피운다.

그렇다면 성경은 수학에 대해 뭐라고 말씀하고 있을까. 요한계시록 21장은 천국의 수리적 상태를 말씀한다. 얼른 봐도 12진법의 세상이다. 하나님 나라는 정교하며 말씀의 논리를 좇아서 이 땅에 임한다.

4차 산업혁명이라고 불리는 격변이 세계를 휩쓸고 있다. 5G 초고속 통신과 IOT(사물 인터넷) 기술은 이미 우리 삶 가운데 들어왔다. 슈퍼컴퓨터를 압도하는 양자컴퓨터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이에 기반해 인간이 평생 학습하고 연구하던 내용을 단 몇 초 만에 분석해 버리는 AI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이 영향은 과거 어떤 시대보다 급격하게 사회 전 영역을 변화시킬 것이다.

많은 학자가 “사람 대신 많은 일을 AI가 할 것이기에 유토피아가 올 것”이라고 예견한다. 그러나 우리 기독교인에게는 이보다 더 심각한 디스토피아가 없다. 하루의 안식과 6일의 일을 주신 하나님의 명령을 저버리고, 일주일에 3~4일간 일하지 않으면서 하나님을 찾고 알아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카이스트 김대식 교수는 미래에 대다수 사람이 AI에게 종속돼 수동적인 삶을 살 것이며 극소수만 AI를 핸들링하고 세계를 주도해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미래 교회의 사명은 무엇일까. 참 신앙을 가진 시대의 지도자들을 키워내 ‘AI 핸들러’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믿음의 세대를 세워 격변의 시대를 이끄는 효과적인 길이다.

여기서 한 가지 주지할 내용이 있다. 수학이 AI, 양자컴퓨터, 블록체인, 로보틱스 등 미래를 주도하는 기술을 꿰뚫는 핵심 학문이라는 사실이다.

수학은 세상의 모든 원리를 나타내는 공용어다. 세상이 발달할수록 수학은 더욱 모든 학문의 핵심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그래서 한국사회는 수학을 필수 학문으로 열심히 가르쳐왔다.

안타깝게도 현재 방식으론 수학의 본래 가치를 깨닫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공식 암기와 반복적인 연산 훈련만으로는 수학의 본질을 깨닫고 AI를 핸들링하는 창의적인 인재로 키우기 힘들다. MIT 수학과에 다니는 미국 대학생이 서울 좋은나무교회 학생들에게 수학을 가르친다. 그가 “한국의 교육으로는 MIT에 절대로 갈 수 없다”고 말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좋은나무교회는 최근 세대 잇기를 위해 아이들에게 ‘수학 이야기’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담임목사는 교인들과 함께 성경적 수학교육법을 준비한다. 공식과 연산 위주로 가르친다면 학교나 학원과 다를 것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만물을 붙드시는 예수님의 말씀 원리에 따라 수학을 가르친다.

창세기 1장에는 ‘그 종류대로’라는 하나님의 창조 원리가 들어있다. 하나님께서는 만물을 위로부터 질서정연하게 창조하시고, 그 질서에 따라 역사하신다. 좋은나무교회의 교육방식의 핵심은 이 하나님의 방식, ‘수직적 사고’다.

수학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는 흔히 단원을 나눠 세분화된 내용을 먼저 배우며 레벨을 올리는 ‘아래부터 위’의 방식에 익숙하다. 하지만 하나님의 방법은 언제나 ‘위로부터 아래’다.

좋은나무교회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수학 이야기’는 철저히 이 방식에 따른다. 만물이 머리이신 예수님으로부터 출발하듯 수학 이야기도 원뿔에서 시작한다. 원뿔이라는 도형에는 수학의 주된 내용이 모두 포함돼 있다. 기하를 기본으로 함수, 삼각함수, 미적분, 알고리즘에 이르기까지 수학의 풍성한 내용을 원뿔 하나를 통해 위로부터 가르치는 것이다.

아이들은 이론과 실제를 넘나들며 자연스럽게 수학을 듣고 보고 느낀다. 아크릴로 된 원뿔 모형에 물을 부으며 높이와 부피를 정확하게 측정하고, 그곳에 담긴 원리와 공식을 발견한다. 이렇게 하나님께서 나타내신 수직적 사고로 아이들을 가르칠 때 만물을 지탱하는 수학의 원리로 세상을 보는 눈을 갖게 된다.

혹자는 ‘성경, 신학, 목회만으로도 생각할 것이 얼마나 많은데 목회자가 나서서 수학까지 관심을 쏟느냐’고 의아해한다. 그러나 그렇게 삶을 구분하다가 미래 세대에게 신앙을 전수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는 자녀의 삶의 현장에서 그 안에 살아계신 예수님을 나타내야 한다. 교회가 다가오는 AI 시대, 다가오는 인류와 교회 위기 가운데 온전한 믿음의 길로 세상을 핸들링하는 지도자를 키워내야 한다.

4세기 박해 가운데 신앙을 지킨 성도들은 로마 제국에 기독교를 전파했다. 그리고 그들을 통해 서구 사회의 기독교 가치관의 명맥이 유지됐다. 어떠한 격변의 시대가 다가와도 예수님의 몸 된 교회가 깨어있다면 소망은 분명 있다.

이강우 좋은나무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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