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이 개인을 코로나19로부터 지킬 뿐 아니라 타인에게 바이러스를 퍼뜨릴 확률도 크게 줄여준다는 주장이 점차 입증되고 있다. 접종자들이 장시간 머무르는 집과 시설 내에서 발생한 감염을 집계해봤더니 미접종 시보다 확연히 적었다는 것이다.
권덕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은 29일 회의에서 영국 공중보건국(PHE)의 최근 발표를 인용해 백신의 전파 차단 효과를 강조했다. 권 1차장은 “화이자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1회 접종한 뒤 3주 이내에 감염된 사람이 다른 (가정) 구성원을 감염시킬 확률은 미접종자보다 최대 49%까지 낮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국내 사례도 근거로 들었다. 예방접종을 시작하기 전후인 지난 2·3월을 비교했을 때 동일집단 격리를 한 요양병원·시설의 수가 16곳에서 9곳으로 줄었다는 것이다. 2월에 234명이었던 확진자 수는 3월엔 34명까지 줄어들어 85% 넘는 감소 폭을 보였다. 같은 기간 요양병원·시설에서의 선제검사 정책이나 전체 유행의 규모가 크게 변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백신 접종의 효과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렸다.
그동안 백신의 코로나19 감염·중증화 방지 효과를 입증하는 연구 결과는 꾸준히 발표됐다. 여기에 접종자가 설령 감염되더라도 타인에게 덜 전파할 수 있다는 근거까지 속속 제시되자 일각에서는 기대를 웃도는 성과라고 평가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백신을 맞으면 모든 면에서 코로나19 종식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근거”라며 “다른 제품들도 비슷한 결과를 뒤이어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방역 당국은 아직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접종자가 감염됐을 때 비접종 확진자에 비해 얼마나 다른 전파력을 보일지는 좀 더 역학적인 조사를 해야 한다”며 “접종 후 감염자의 바이러스 분비량, 배양 여부 등을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까지 국내에서 백신을 2회 모두 접종한 다음 확진된 ‘돌파 감염’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
변이 바이러스는 백신을 통한 전파 방지에 가장 큰 위협으로 꼽혔다. PHE의 발표는 영국 변이주를 상대로 한 효과일 뿐, 남아프리카공화국 변이주나 브라질 변이주에 대해선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별 예방 효과는 아스트라제네카 10.4%, 노바백스 49.4%로 파악됐다. 화이자 제품도 배양 실험에서 이 바이러스에 대해 기존 바이러스 대비 3분의 2가량 떨어진 항체 보호 효과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변이 바이러스를 통한 돌파 감염에 대비하려면 유행 규모를 억제하면서 단기간에 많은 이들에게 백신을 맞혀야 한다고 강조한다. 새로운 변이가 출현할 가능성은 유행의 크기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김탁 순천향대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확진자가 적어) 바이러스가 덜 복제되면 변이가 나타날 확률도 낮아진다”며 “백신을 충분히 맞히기 전까지 사회적 거리두기를 더욱 충실히 지켜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