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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윤해 특파원의 여기는 워싱턴] 바이든 대북 정책 ‘제3의 길’… 한반도 시계 다시 움직인다





조 바이든(사진 왼쪽) 미국 행정부가 새로운 대북정책을 마무리했다고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지 101일째 되는 날 과거 미국 정부가 펼쳤던 대북정책에 대한 검토를 완료하고, 새 대북정책을 완성했다는 사실을 알린 것이다.

특히 오는 21일 미국 백악관에서 열릴 한·미 정상회담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새로운 대북정책이 핵심 의제가 될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는 1일 전망했다. WP는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등으로부터 새로운 대북정책에 대한 브리핑을 받았다”면서 “바이든 행정부가 새 대북정책의 결과물을 한국·일본 등 동맹국들과 공유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미 당국자들도 “시일 내 북한 못바꿀 수도”

AP통신은 새 대북정책과 관련해 “사키 대변인이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면서도 “사키 대변인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트럼프의 ‘일괄 타결’과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 접근의 중간지대를 추구할 것임을 시사했다”고 보도했다.

WP는 “바이든 행정부는 김정은(사진 오른쪽)과의 친밀한 관계에는 덜 집중하고, 한·일과의 협의에 더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 두 가지는 친구로서 김정은과의 관계를 구축하려고 했거나 국제적인 정치인의 레벨로 김정은을 높이려고 했던 트럼프의 노력을 미심쩍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개인적 친분을 통해 북핵 문제를 풀려고 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식 접근법에서 벗어나 한·미·일 ‘3각 공조’에 치중하겠다는 의미다. 구체적 내용은 베일에 가려있어 새 대북정책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미국 주도의 대북 제재도 북한이 구체적인 조치를 내놓지 않을 경우 계속될 전망이다.

바이든 행정부 당국자들도 새로운 대북정책이 단기간 내에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힘들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WP는 “미국 당국자들도 새 대북정책이 핵 도발과 관련해 (북한) 정권의 가까운 시일의 계산법은 바꾸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은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익명을 원한 바이든 행정부의 고위 당국자는 “우리가 심사숙고한 것(새로운 대북정책)이 북한의 도발을 미연에 방지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북한이 변하지 않을 경우 우리는 대북 제재를 완전히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모든 걸 걸었고 오바마 안 걸어”

사키 대변인은 지난달 30일 “우리의 목표는 여전히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며 “우리는 미국의 과거 4개 행정부가 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명확한 인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사키 대변인은 이어 “우리의 정책은 (트럼프 식의) 일괄 타결에 초점을 맞추지 않을 것이며, (오바마 식의) 전략적 인내에도 의존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바이든 행정부 당국자는 WP에 “트럼프 행정부가 모든 것을 위해 모든 것을 걸었다면, 오바마 행정부는 아무것도 얻지 않기 위해 아무것도 걸지 않았다”면서 “새로운 대북정책은 이 중간지대에 있는 무언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주 블링컨 국무장관,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마크 밀리 합참의장 등으로부터 새로운 대북정책에 대한 브리핑을 받았다고 WP는 보도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새로운 대북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한국·일본 등 동맹국들과 협의했으며, 새 대북정책이 완성된 뒤에는 한국과 일본에게 그 결과물들을 전달하기 시작했다고 WP는 전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또 트럼프 행정부 당시 대북 특별대표로 ‘트럼프·김정은 직접 담판’에 깊숙이 관여했던 스티브 비건 전 국무부 부장관의 설명을 듣기도 했다.

싱가포르 합의는 다른 합의 중 하나로 취급

새로운 대북정책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알려지지 않아 그 효과를 예측하기는 이른 상황이다. 다만 미국 정부 당국자는 WP에 “(북한의) 비핵화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북한의) 특정 조치들에 대해 (제재) 완화를 제시하는 데 준비돼 있는 신중하고, 조절된 외교적 접근”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이 가시적인 비핵화 조치에 나설 경우 제재 완화라는 선물을 줄 수 있다는 의미다.

바이든 행정부가 김 위원장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8년 싱가포르에서 가졌던 1차 북·미 정상회담 합의 내용을 폐기하지 않고 수용할 것이라고 밝힌 것은 눈에 띄는 대목이다.

그러나 미국 정부의 다른 고위 당국자는 WP에 “우리의 접근은 싱가포르 합의와 과거의 다른 합의들을 기반으로 할 것”이라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싱가포르 합의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시사하면서도 이를 맹목적으로 따르지 않고, 다른 합의 중 하나처럼 다루겠다는 의도를 내비친 것으로 분석된다.

1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노력’ ‘6·25 전쟁 당시 전사자·실종자 유해 송환’ 등 4개항에 합의했었다. 그러나 새로운 대북정책에 걸림돌도 많다. 북한 인권 문제로 북·미가 충돌할 수 있다. WP는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 인권특사를 임명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북한 인권특사는 아마도 광범위한 감시, 고문, 그리고 정치범 수용소 등을 통한 김정은 정권의 북한 주민들에 대한 잔혹한 억압을 집중 조명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이 어떤 역할을 할지도 변수다.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 설득에 중국을 동참시키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최근 악화된 미·중 갈등을 감안할 때 중국이 순순히 바이든 행정부의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주장이 나온다.

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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