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금 숙명여대 총장은 학교에서 만난 학생들을 통해 코로나19 팬데믹을 더욱 실감했다고 했다. 편의점 카페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코로나19 사태로 일자리를 잃은 학생이 많았다. 지난해부터 계속된 비대면 수업에 친구, 교수와의 대면 만남이 그리워 한 번이라도 학교에 오기 위해 면담 상담을 신청하는 이들도 있었다. 장 총장은 이번 학기부터 성적장학금을 생활지원장학금으로 대폭 전환하고 학생들과 크고 작은 만남을 좀 더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장 총장은 20년간 타국에서 유학생과 이민자, 워킹맘으로 치열하게 살았다. 장 총장은 청년들에게 “고난의 끝에서 새로운 소망이 시작된다. 어렵다고 움츠러들지 말고 오히려 꿈을 더 높고 크게 갖자”고 응원했다. 최근 서울 용산구 숙명여대 총장실에서 장 총장을 만났다.
긴 터널과 같던 시간도 결국 지나가
숙명여대 문헌정보학과 80학번인 장 총장은 대학에 입학한 지 한 달 만에 휴교령이 내려져 한 학기 동안 수업을 받지 못했다. 5·18민주화운동이 있었던 당시 상황은 암울했다. 길거리에서 최루탄이 터지는 일은 비일비재했고 민주화운동에 참여한 많은 대학생은 연행됐다.
“저는 다른 학교 학생들과 함께하는 독서 동아리에서 활동했는데 친구들이 동아리 모임에 오다가 잡혀간 일이 있었어요. 돌아보니 끝이 없어 보이는 긴 터널 같던 시간이 결국 지나가더라고요. 고난의 시간이 있다 할지라도 포기하지 않고 견뎌보세요. 반드시 이 시간도 지나가게 됩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청년들이 되길 소망합니다.”
스승의 격려와 신앙으로 어려움 극복
장 총장은 대학 졸업 후 누구보다 치열한 시간을 보냈다. 1984년 12월 미국 유학길에 오른 그는 장학금으로 석·박사 과정을 공부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타지에서 외롭고 늘 시간이 부족했던 장 총장이 인디애나대에서 문헌정보학 석사, 위스콘신대에서 문헌정보학 박사 학위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한 스승의 끊임없는 격려와 응원 덕분에 가능했다.
“석사 과정을 공부할 때 너무 힘들어서 박사 과정에 지원하는 것은 생각조차 못 했어요. 당시 지도 교수님께서 현재 어려운 현실이 아닌 미래의 영향력 있는 교수와 연구자로 성장해 선한 영향력을 미칠 모습을 상상해 보라며 격려해 주셨죠. 그때 좋은 스승이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장 총장이 유학 시절을 버틸 수 있었던 또 다른 원동력은 신앙이었다. 미국에서 처음 교회에 출석하고 신앙생활을 하면서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났다. 석사 과정 중 워싱턴DC에서 온 한 젊은 목사의 부흥 집회에 참석했는데 신앙의 전환점을 맞게 됐다.
“그분이 현재 이동원 지구촌교회 원로목사님이세요. 말씀이 사람의 삶을 변화시킨다는 것을 경험했어요. 집회가 사흘간 열렸는데 첫날 집회 후 조용하던 교회에 수백 명의 유학생이 몰려왔죠. 유학생들이 새벽 집회 후 배고픈 상태에서 학교에 가는 것을 보고, 제가 아침 식사를 준비하자고 제안했어요. 몇 사람과 집회 기간에 수백 명의 국밥을 준비했죠.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니 뭘 해도 즐겁고 감사했어요.”
20년간 치열했던 유학 및 이민 생활을 마친 장 총장은 2004년 모교 문헌정보학과 교수로 부임한 뒤 숙명리더십개발원장, 아태여성정보통신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
책·신문 읽으며 창의력 키울 수 있어
장 총장은 인간의 눈으로 볼 때 고난은 피하고 싶은 장애물이지만 고난의 끝에서 새로운 소망이 시작된다고 했다. 청년들이 고난의 시기 가운데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책과 신문에 많은 답이 있어요. 유학 시절 바빠서 자녀들을 못 챙겨줄 때가 많았는데 주말이면 자녀들과 도서관에서 종일 책을 읽었어요. 인공지능(AI)이 아무리 발달해도 인간을 대신해 새로운 것을 창의적으로 만들 수 없어요. 인간의 창의력과 상상력은 결국 독서를 통해 길러집니다.”
또 그는 청년들에게 먼저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존감뿐 아니라 담대함을 강조한 장 총장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성경 구절인 여호수아 1장 9절을 설명했다.
“‘강하고 담대하라 두려워하지 말며 놀라지 말라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네 하나님 여호와가 너와 함께 하느니라’는 말씀입니다. 단순히 개인의 이익을 구하기보다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할 때 하나님이 함께하신다는 메시지로 다가옵니다. 이 땅의 청년들이 하나님 안에서 담대함을 갖고 더 높은 곳에 시선을 맞추며 어려운 시기를 잘 극복했으면 합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