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진행되면서 빗장을 여는 국가가 하나둘 늘어나고, 국내에서도 백신 접종자에 대한 자가격리 조건이 완화되자 해외여행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항공업계는 이 같은 움직임에 기대감을 드러내면서도 국제선 여객 수요 회복이 더뎌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9일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추진단)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국내 누적 1차 백신 접종자는 총 367만4000여명으로 전체 국민의 약 7.2%가 1차 접종을 마쳤다. 두 차례 접종까지 모두 마친 2차 접종자는 누적 50여만명으로 전체 국민의 1%가 채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노쇼(예약 후 취소) 백신’ 접종이 이뤄지고, 지난 5일부터는 백신 접종자의 자가격리 의무가 면제되면서 여행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해외여행 기대감이 번지고 있다. 노쇼 백신 접종 후기 등이 공유되고, 일부 접종자들이 오는 9~10월쯤 해외여행 계획이 있다고 밝히는 모습도 커뮤니티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현재까지 백신 접종자에게 자가격리를 면제하겠다고 밝힌 국가들은 미국 하와이, 괌, 몰디브, 이스라엘, 스위스 등이 있다. 괌은 오는 15일부터 코로나19 음성 확인서가 있는 외국인 관광객은 모두 자가격리 의무가 철회되고, 이스라엘은 오는 23일부터 백신 접종자에 한해 외국인 관광객의 입국을 허용한다. 최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이르면 6월부터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 모더나, 존슨앤드존슨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에 대해 비필수 목적 여행을 허용할 방침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해외여행 가능성이 조금씩 확대되자 여행업계는 백신 접종자를 대상으로 한 여행상품을 출시하고 나섰다. 참좋은여행은 지난달 30일 백신 접종자를 대상으로 한 괌 여행 상품을 내놓고 오는 7월 21일 첫 출발할 예정이다. 하나투어도 하와이, 스위스, 몰디브, 두바이 등 4개 지역의 여행상품 예약을 시작했다. 이밖에 모두투어, 노랑풍선 등도 해외여행 상품과 항공편에 대한 예약을 진행 중이다.
항공업계 역시 여행 기대심리가 살아나는 것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다만 백신 접종자 수가 여전히 소수이고, 아직 빗장을 풀지 않은 국가들도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직 국제선을 증편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기에는 시기상조라는 분위기다. 국제선 여객수 회복이 더딘 탓이다. 이날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을 보면 지난 3월 기준 국제선 운항 편수는 2020년 3월 대비 6.1% 증가했지만 국제선 여객수는 같은 기간 71.4% 감소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당장 국제선을 늘릴 만한 상황이라 보긴 어렵다”고 했다. 다만 “해외여행 수요가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탄력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