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의 이른바 ‘무일푼’ 광고 방식이 재조명받고 있다. 머스크가 주말 인기 코미디 프로그램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에 출연하자 다른 완성차 업체들이 이례적으로 프로그램 중간 광고에 자사 전기차 영상을 집중적으로 내보냈기 때문이다.
미국 종합일간지 USA투데이에 따르면 머스크가 SNL 게스트로 출연한 8일(이하 현지시간) 첫 에피소드가 진행되던 30분간 무려 4개의 완성차 업체의 전기차 광고가 나왔다. 미 전기차 업체 루시드 모터스의 루시드 에어를 시작으로 포드의 전기차 SUV 머스탱 마하-E, 폭스바겐의 전기차 ID.4, 볼보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SUV XC-90 영상이 차례로 재생됐다.
USA투데이는 한 업체 대표가 예능에 출연했을 뿐인데도 경쟁사가 잇달아 광고에 매달리는 모습은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이 매체는 “머스크가 테슬라 전기차에 대한 고객의 수요가 항상 높다는 이유로 미디어 광고를 거듭 거부했지만 다른 업체들은 테슬라 고객을 빼앗기 위해 중간 광고에 온갖 예산을 들여야 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머스크가 이날 SNL에서 언급한 경쟁사는 단 1곳에 불과했다. 그조차 “내가 토요타 프리우스를 운전하는 것처럼 충격적인 말”이라는 비유적 농담이었다.
블룸버그 역시 테슬라의 저예산 광고 영업을 집중 조명했다. 이 매체는 논평에서 “테슬라는 2019년에 자사 홍보에 2700만 달러(300억원) 밖에 쓰지 않았고, 지난해에는 미디어에 돈을 아예 쓰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같은 시기 포드나 제너럴 모터스(GM)가 30억 달러(3조3000억원) 이상을 광고에 지급한 것과 대조된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테슬라가 머스크의 트위터나 레딧, 클럽하우스 등 SNS만을 활용해 ‘틈새시장’을 공략한 결과, 그 효과를 톡톡히 봤다고 분석했다. 머스크가 굳이 테슬라를 언급하지 않아도 우주여행, 생명과학, 암호화폐 등의 이슈를 몰고 다녀서 수많은 미디어가 저절로 테슬라를 대중에 노출한다는 것이다. 머스크는 9일 자신이 대표로 있는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의 자사 로켓으로 달 탐사 위성을 발사해주는 대가로 암호화폐 도지코인을 받는다고 밝혀 또다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실제 미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차량 1대당 들어가는 광고비는 제네시스 2057달러(229만원), 포드 링컨 1911달러(212만원) 등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테슬라는 공식 광고 비용이 미미할 정도로 적어 집계할 가치가 없다고 이 업체는 밝혔다. 사실상 차량 가격에 광고비가 포함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다만 머스크의 ‘개인기’에 과의존한 광고 전략인 만큼 뒤따르는 위험도 크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머스크의 암호화폐 투기성 발언 문제나 고객 응대에 미흡한 부분 모두 테슬라가 유독 홍보 전담 부서 투자에 인색한 데서 오는 문제점”이라고 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