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지난해 앱스토어 생태계를 통해 한국에서 거둔 매출이 16조5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애플이 국내 앱스토어 관련 매출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 세계적으로 앱스토어 독점 규제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상생을 강조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애플은 3일 컨설팅업체 애널리시스 그룹의 보고서를 인용해 지난해 전 세계 앱스토어 생태계 매출이 6430억 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매출이 24% 증가했다. 이 매출은 앱스토어에 입점한 업체들의 경제활동에서 파생된 금액을 집계한 것이다. 수수료 매출 등 애플이 직접 벌어들인 게 아니다.
애플은 매출이 높은 일부 국가는 별도로 공개했다. 중국이 3000억 달러(약 334조원)로 가장 많았다. 애플이 중국 정부의 각종 요구를 수용하면서 중국 시장을 지키는 이유가 앱스토어 생태계 매출로 확인된 셈이다. 미국은 1750억 달러로 두번째였다. 한국은 149억 달러(약 16조5000억원)로 일본(346억 달러), 영국(314억 달러)에 이어 다섯 번째로 매출이 많은 국가에 이름을 올렸다. 국내 매출이 전 세계 앱스토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3%가량이지만, 글로벌 앱 생태계 내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커졌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 내 매출을 분야별로 보면 물리적인 상품·서비스(리테일, 여행, 음식 배달, 차량 호출 등) 매출이 131억 달러였고, 디지털 상품·서비스가 15억 달러, 인앱 광고가 4억 달러였다.
애플은 중소 개발자들이 애플 생태계를 통해 성장하고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수수료와 인앱 결제 등 앱스토어 독점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애플은 현재 앱스토어 개발자의 90% 이상이 소규모 개발자이며, 이들 중 약 80%는 여러 국가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게임업체 넷마블은 “한국 기업이지만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많은 수익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말했다. 게임 개발사 데브시스터즈는 “아이폰 출시 후 데브시스터즈는 소규모 스타트업에서 5500만명 이상의 이용자를 보유한 글로벌 앱으로 성장했다”고 강조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