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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공포·여성비하 논란… 도쿄올림픽 자원봉사 1만명 ‘포기’

한 시민이 3일 일본 도쿄 신바시역 앞에 세워진 도쿄올림픽 개막 카운트다운 전광판 앞을 지나고 있다. 올림픽 개막 50일을 앞두고 코로나19 감염 등을 우려해 자원봉사자 1만명이 등록을 취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AP연합뉴스


도쿄올림픽 개최가 5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무려 1만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이탈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직 조직위원장의 ‘여성 비하’ 발언에 이어 코로나19 팬데믹까지 지속되면서 자원봉사 등록 취소 행렬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일본 NHK방송과 교도통신 등은 “무토 도시로 도쿄올림픽·패럴림픽조직위원회 사무총장이 지금까지 사퇴한 대회 자원봉사자가 1만명이 넘는다고 밝혔다”고 2일 보도했다. 당초 조직위는 경기장 운영과 선수촌 관리 등 대회 운영에 필요한 자원봉사자를 8만명으로 잡았는데, 기준에 한참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대회를 준비하면서 자원봉사자 이탈은 끊임없이 조직위의 골머리를 앓게 하고 있다. 지난 2월 모리 요시로 전 올림픽조직위원장이 자신의 비서를 두고 “여성이라기엔 나이가 너무 많다”고 말해 지탄받으면서 자원봉사자들이 떨어져 나가기 시작했다.

무토 사무총장은 자원봉사자 급감 이유를 묻는 질문에 “코로나19에 대한 불안감이 이유 중 하나인 것은 틀림없다”며 “대회 운영에 특별한 문제는 없지만 자원봉사자들의 방역대책에 적절한 대응을 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원봉사자들의 이탈이 일본 내 올림픽 개최 여론이 우호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투영한다는 시각도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도쿄올림픽을 취소 또는 재연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80%를 웃돌고 있다.

오미 시게루 코로나19 대응 전문가분과회장은 이날 일본 중의원 후생노동위원회에 참석해 “지금 같은 상황에서 올림픽을 개최하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마이니치신문 역시 칼럼 등을 통해 “정부는 1만여명의 노력만 잃어버린 것이 아니다. 사퇴한 자원봉사자들의 진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올림픽을 취소하기엔 너무 늦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 총리는 전날 총리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전문가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대응하겠다”며 강행 의사를 피력했다. 아사히신문은 전날 “올림픽 중지라는 선택지는 없다. 그런 시기가 와 버렸다”는 총리 관저 관계자의 발언을 보도했다.

최근 일본 정부는 올림픽 개최에 대한 지지를 외부에서 찾는 모양새다. 스가 총리는 11일부터 영국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교도통신은 “스가 총리가 공동성명에 ‘도쿄올림픽·패럴림픽 개최를 지지한다’는 내용을 포함하는 방안을 강력히 요청했다”고 전했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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