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사람은 변화를 싫어합니다. 삶을 변화시킬 어떤 큰일을 앞두고 ‘아직은 아니야’라고 부정하며 지연시키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좋아하는 일을 위해 직장에 사표 내기, 좋아하는 전문 분야를 더 많이 공부하기, 남극 여행의 꿈을 실현하기, 대중 앞에서 최고의 연설하기, 소설 출판하기 등 평소 하고 싶은 일이 떠오를 때 ‘아직은 아니야’라고 말해본 경험이 있나요?
우린 하고 싶은 모든 일을 다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고 태어났지만 그것이 우리가 영원히 살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우리는 유한한 존재입니다. 사람은 시간이 흐른 후에야 ‘아직은 아니야’라고 말했던 그때가 바로 몸을 움직여 앞으로 나아갈 순간이었음을 깨닫기도 합니다.
우리가 ‘아직은 아니야’란 생각에서 벗어나려면 그동안 생각만 하고 행동을 미뤄왔던 목록을 만드는 일부터 시작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직은 아니야’라고 생각하며 주저했던 목록을 작성해보십시오.
‘아직은 아니야’ 목록은 해야 할 것과 잠시 접어 두거나 포기해야 할 것을 분명히 알게 합니다. 이루지 못한 꿈, 마무리하지 못한 일, 호기심을 가졌던 것들, 좋아하는 일과 내 힘으로 할 수 없었던 일 등이 얼마나 많을까요. 지금 아직은 아니야라고 생각하며 행동하기를 주저하는 목록을 작성해 보십시오.
‘직장인은 가슴에 사표를 품고 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직장생활 중 퇴사 충동을 느끼는 직장인이 많다고 합니다. 이럴 때 ‘아직은 아니야’ 목록을 쓰면 자신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알게 됩니다. 먼저 ‘아직은 아니야’ 목록을 쓰고 난 후 그 일에 대한 긍정적인 측면, 부정적인 측면을 써보세요. 그 일을 미루는 이유도 쓰세요. 그리고 ‘아직은 아니야’ 목록을 실천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도 쓰십시오.
망설임과 불안감 때문에 뒤로 미뤘던 일들과 그로 인해 손해 본 사례들을 쓰다 보면 삶에 전반적인 점검이 이뤄집니다. 일기가 그렇듯 자신의 삶이 통과해온 일을 줄기차게 기록하면 자신에 대한 새로운 이해에 이르게 됩니다. 자신도 몰랐던 의식의 심층까지 세심하게 관찰할 수 있는 시간이 이어집니다.
그 일을 미루는 이유에 대해 나열되는 구구한 변명에 얼굴이 뜨거워질 수도 있고, 만약 그 일을 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에 대해 쓰다 보면 의외로 쉽게 문제의 핵심에 다가설 수도 있습니다. 자신의 힘으로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을 해내지 못했다는 사실에 실망하고 아직은 아니야 하며 자책하며 시간을 보내기보다 할 수 없는 일은 ‘할 수 없다’고 선언하고 잊어버리는 태도도 필요합니다.
냉장고 안을 정리하듯 마음도 정리가 필요합니다. ‘아직은 아니야 목록 글쓰기’는 어떤 일을 결정 못 해 마음이 혼란스러울 때, ‘마음의 길’을 찾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의 하나입니다.
특히 마음속 살피기, 문제 해결을 위한 브레인스토밍, 삶의 우선순위 정하기 등에 도움을 줍니다. 내면에 쌓인 불필요한 근심 걱정 염려를 비워내면 평안을 누릴 수 있습니다. 내면의 삶이 단순명료해지면 영적인 생활에 더 집중할 수 있습니다.
‘아직은 아니야’ 목록을 다 쓰고 난 후 마음이 어떤가요. 답답하신가요. 아니면 조금 아쉬운가요. 현재의 마음 상태를 나타내는 기도문을 쓰십시오.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말에는 힘이 있습니다. 이런 글은 위로와 울림이 있습니다.
초기 기독교 교회의 대표적인 교부이자 철학자인 아우구스티누스는 ‘고백록’을 통해 폐허처럼 허물어지고 잡초로 비좁아진 자신의 영혼을 건져 달라고 이렇게 기도했습니다.
“내 영혼의 집은 비좁습니다. 넓혀주소서. 당신이 들어오실 수 있도록. 그 집은 폐허입니다. 고쳐 주소서. 당신 외에 내가 누구에게 부르짖겠습니까? 주님, 내 은밀한 허물을 말끔히 없애주소서. 당신을 믿기에 당신께 부르짖습니다. 오직 당신만이 아시니.”
서기 400년쯤 쓰인 ‘고백록’은 죄의식으로 괴로워하던 아우구스티누스가 죄 고백 후 자신의 인격적인 통합과 내적인 평화가 이루어졌음을 서사적으로 간증하는 내용입니다. 진심이 담긴 고백엔 신비한 힘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생각이나 감정을 마음속에 오래 간직하고 있다가 누군가에게 털어놓았을 때 후련한 경험을 합니다. 감정 정화(카타르시스)가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드린 기도에 그런 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도문은 매우 정직합니다. 자신이 쓴 기도문을 매일 암송하면서 치유의 길로 접어드는 자신을 상상해보십시오. 치유는 그 믿음으로부터 시작됩니다.
*나만의 기도문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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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현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