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 자녀에겐 연애 말고 우정을 추천하라

김지연 한국가족보건협회 대표가 지난달 24일 충남 당진감리교회에서 열린 기독교대한감리회 충청연회 주관 ‘청소년 성경적 세계관 교육’에서 강의하고 있다.




“너는 청년의 정욕을 피하고 주를 깨끗한 마음으로 부르는 자들과 함께 의와 믿음과 사랑과 화평을 따르라.”(딤후 2:22)

성경에는 청년이라는 단어가 87번 등장한다. 이 청년이라는 표현을 통해 청소년과 청년의 때 어떤 신앙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 성경은 계시하고 있다.

성경은 인간의 생육 욕구 자체를 죄악시하지 않는다. 다만 음욕의 죄악, 정욕을 따라 음행함을 죄악시한다. 음행으로 빠지기 쉬운 길은 애초에 서지도 말 것을 명하고 있다. 그러나 성경은 실족해서 간음이라는 죄를 저질렀더라도 악한 길에서 떠나 진정한 회개를 할 때 그 죄를 사하시는 사랑의 하나님이심을 드러낸다.

최근 들어 결혼할 수 없는 시기, 즉 10대의 나이에 연애를 성경적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상담하는 경우가 많다. 교회 안에서도 연애에 대한 고민 상담은 점점 그 나이가 어려지고 있다.

국립국어원은 연애를 ‘성적인 매력에 이끌려 서로 좋아하여 사귐’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즉 이는 우정과는 전혀 다른 측면의 이성 관계다.

아동 발달과 관련된 국제 학술지 중 ‘장기적으로 본 낭만적 삶의 만족도 예측 요인으로서의 청소년 또래 관계’(Adolescent Peer Relationship Qualities as Predictors of Long Term Romantic Life Satisfaction)라는 보고서가 있다.

2019년 미국 버지니아대 연구진 등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청소년 시절 이성 간의 연애에 시간을 보낸 청소년보다 동성 친구와의 우정에 시간을 투자한 사람이 성인이 됐을 때 이성 교제 등 다양한 측면에서 인간관계를 더 잘 갖게 된다고 한다.

즉 결혼할 수 없는 시기인 청소년 시기를 연애한 청소년보다 같은 성별의 친구와 우정어린 관계를 유지하며 쌓는 안정감, 친밀감, 소통 능력 등을 충분히 자산으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서는 말하고 있다. 이 시기는 성년 이후 결혼을 위한 남녀의 교제를 건강하게 이끄는 밑거름이 되는 것이다.

보고서는 13세 청소년 165명이 20대 후반의 성년이 될 때까지 관찰하며 인터뷰한 결과다. 친구와 연애 관계에 관한 당사자의 진술은 물론 친구들의 평가를 참고했다. 연구 참가자들이 20대 후반이 됐을 때 매년 본인이 진행 중인 남녀 간 이성 교제의 만족도에 관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는 명확하다. 청소년기에 우정을 통해 쌓아야 할 인간관계의 기술(social development task)을 제대로 익힌 아이들이 성인이 됐을 때 더 성공적인 이성 교제 관계(romantic life)를 맺는다는 것이다.

친구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를 형성하고 적절하게 자기주장을 펼 줄 알고, 깊은 우정을 나눌 수 있는 친구를 사귀면서도 관계의 폭을 넓힐 줄 아는 아이, 그리고 그 우정을 지속해서 유지하는 아이들이 어른이 됐을 때 남녀 이성 교제와 결혼 기대에 대해서도 만족감을 표현했다. 연구에 따르면 이런 요소는 청소년기의 데이트 빈도, 성관계 여부, 외모 등의 변수보다 성인이 됐을 때 미치는 영향이 훨씬 컸다.

“크리스천 연애가 건강하고 거룩하게 진행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흔히 받는 질문이다. 그러나 성경에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구절은 없다. 많은 목회자와 기독교 성윤리 교육자의 공통적 의견은 크리스천 남녀 간 연애일 것, 연애 도중 언제든 결혼이 가능한 시기의 연애일 것을 강조한다.

또한 결혼이 가능한 상대와의 연애일 것, 그리고 비밀 연애가 아닌 공개 연애일 것, 연애할수록 하나님을 피하게 되는 연애가 아니라 하나님에게 더욱 의지하게 되고 신앙이 깊어지는 연애일 것, 간음하지 않는 연애일 것 등이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청소년 즉 미성년자의 연애는 결혼이 불가능한 시기에 불가능한 상대와의 연애라는 측면에서 우려하는 것이다. 참고로 민법 807조에 따라 한국에서 결혼이 가능한 연령은 만 18세이다.

이는 청소년 연애 그 자체가 죄는 아니라는 의미다. 그러나 10대는 2차 성징이 뚜렷해지고 성적인 충동과 호기심은 급상승하는 반면 이를 조절하는 전두엽은 충분히 성장하지 못한 상태에 있다. 이때 충동과 욕구의 기관인 변연계는 활발하지만 결혼은 불가능한 나이에 계속 연애만 해야 한다는 연애 조건 자체가 건강하지 않은 연애로 가기에 십상이다.

필자의 두 자녀에게 이렇게 말한다. “엄마는 너희와 같은 존재가 정말로 많아지길 바래. 결혼을 통해 너희를 닮은 귀한 생명이 이 땅에 생육, 번성, 충만하고 정복하고 다스리는 문화명령을 따르며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길 바란다. 그러나 결혼할 수 있지 않은 나이에 연애만 하겠다고 하는 것은 부모로서 추천하지 않는단다.” 10대들에게는 연애보다는 우정의 관계를 추천해주길 당부한다.

한국가족보건협회 김지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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