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기독교인들 위해 기도해 주세요”

아프가니스탄 현지 기독교 사역자인 A씨는 지난 21일 국민일보와 서면 인터뷰에서 “기독교인을 비롯한 아프간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사진은 미국 시민들이 지난 17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웨스트LA 연방청사 앞에서 촛불을 들고 아프간 사람들의 보호를 요구하는 모습. EPA연합뉴스


“탈레반은 기독교인이라는 걸 알게 되는 그 즉시 죽일 겁니다.”

아프가니스탄 수도인 카불에서 지난 21일 국민일보에 보내온 현지 기독교 사역자의 메시지는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간의 긴박한 상황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A씨(35)는 국민일보와 서면 인터뷰에서 “탈레반이 장악하기 전에도 아프간에서 기독교인의 삶은 힘겨웠지만 적어도 죽이지는 않았다”며 “지금 기독교인들은 숨어 있고, 어떤 활동도 할 수 없다”고 전했다.

아프간 남부 간즈니주 출신인 A씨는 카불에서 대학을 나와 직장생활을 하는 평범한 남성이었다. 아프간에서 99%를 차지하는 이슬람교도이기도 했다.

A씨는 ‘하나님을 어떻게 만났냐’는 질문에 “이슬람이 아프간을 덮은 약 900년은 아프간 사람들이 어둠 속을 걸은 시간”이라며 “2001년 유엔군이 아프간에 들어오면서 하나님 나라의 문이 열리고 복음의 씨앗이 뿌려졌다. 무엇보다 예수님은 젊은 세대에게 다가왔다”고 설명했다.

당시 20대인 A씨도 하나님을 만난 젊은 세대 중 한 명이었다. 그는 “이슬람교도였던 나는 어둠 속에 사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고 있다”며 “2009년 어둠 속에서 주님을 찬양하게 됐고, 이듬해부터 아내와 함께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기 위해 카불과 인근 지역에 가정교회를 세웠다”고 말했다.

그가 이끄는 10개의 가정교회는 각각 5~8명 정도가 모여 예배하고 제자훈련을 받는다. 예배당이 따로 없어 공원, 자동차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만났다. 아프간 문화에 맞춰 아내는 여성, A씨는 남성 성도를 담당했다.

한국과는 남다른 인연을 맺었다. 인연의 과정은 강대흥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 사무총장이 대신 얘기해 줬다. 강 총장은 “2017년으로 기억한다. A씨는 광명교회 세계기도자학교 아프간 대표로 참여했다”며 “당시 나는 태국 선교사로 A씨를 만났고 지금까지 연락해 왔다”고 말했다.

강 총장은 탈레반이 아프간 장악을 시도한다는 소식을 접하자마자 A씨와 아프간에서 빠져나올 방법을 고민했다. 그때 찾은 방법이 유학이다. 강 총장을 통해 국내 선교단체는 아시아 국가에 있는 한 국제학교를 연결해 줬고 A씨의 입학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그러나 탈레반이 카불을 점령한 뒤 A씨의 탈출 계획은 멈춰 섰다. A씨도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아프간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여정이 될 듯하다”고 말했다.

좋지 않은 상황임에도 A씨는 아프간을 위한 계획과 비전을 놓지 않고 있다. 그는 “첫 번째 목표는 안전하게 탈출하는 거다. 탈출에 성공하면 외국학교에서 신학 공부를 계속하고 싶다”며 “그다음은 외부에서 SNS 등 네트워크 기술을 활용해 아프간을 돕는 방법을 찾겠다”고 했다. 이어 “몇 년이 걸릴지 모르지만 아프간으로 돌아가서 아프간을 위해 봉사하고 싶다”는 말도 덧붙였다.

기도제목을 물었더니 당연하면서도 슬픈 답이 돌아왔다. “우리가 다른 나라로 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무엇보다 아프간 국민의 안전을 위해 기도해 주세요.”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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