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1등에 당첨되면 행복할까

게티이미지뱅크




로또 복권 1등에 당첨되면 행복해질까요. 오랫동안 별러왔던 새 자동차를 사거나 최고급 사양의 노트북을 구입하면, 짝사랑했던 그 사람과 결혼에 골인하면, 목표로 하던 대학이나 직장에 당당히 합격하면, 직장에서 승승장구하며 초고속으로 승진하면, 그러면 행복해질까요. 당연히 그럴 것 같지만 막상 그런 일들이 일어나면 우리가 짐작하는 것만큼 행복해지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그것은 인간의 삶은 기쁨과 비탄으로 직조돼 오묘하고도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매 순간 만나는 사건에 희로애락을 느끼며 삶을 만들어갑니다. 그런데 행복한 삶엔 일정한 공식이 있다고 합니다. 미국 하버드대 출신 268명의 삶을 1937년부터 72년간 추적한 생애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 사람이 행복하게 늙어가는 데 필요한 요소는 7가지로 요약됩니다. 특별한 게 아니라 아주 평범한 것들입니다. 고통에 적응하는 성숙한 자세, 교육, 안정적 결혼생활, 금연, 금주, 운동, 적당한 체중입니다.

또 이 연구에 의하면 성공적인 노후로 이끄는 열쇠는 지식이나 권력이 아니라 47세 무렵까지 형성된 ‘인간관계’였습니다. 연구를 주도해 온 하버드 의대 정신과 조지 베일런트 교수는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관계이며 행복은 결국 사랑”이라고 결론지었습니다. 행복한 삶에 필요한 요소들은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 가면 자연스럽게 얻어질 수 있는 것들이란 것을 새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행복이란 지극히 주관적입니다. 행복이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삶의 조건을 내가 어떻게 바라보느냐, 인생의 소소한 기쁨을 느낄 수 있느냐 없느냐에 좌우되는 듯합니다. 우리는 살면서 마음속에 영원히 붙잡아 두고 싶은 순간들이 있습니다. 그것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자녀가 태어났을 때의 감격, 우수에 젖게 하는 가을 낙엽,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석양, 아이가 두발자전거를 처음 탈 때의 경이로움 등 수없이 많을 것입니다.

평범한 일상의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 행복한 사람입니다. 생애 행복했던 순간을 오랜 기억으로 남길 방법이 있습니다. ‘순간포착 글쓰기’입니다. 카메라 셔터가 순간을 포착하듯 순간포착 기법은 감격과 감동의 순간을 오랜 기간 보존할 수 있습니다. 이는 마치 사진을 찍을 때 찰나의 순간을 포착하는 것처럼, 머릿속에 떠오르는 상상이나 기억을 세밀하게 묘사하는 것입니다.

지금 당장 무엇을 써야 할지 떠오르지 않는다면 ‘내 인생의 감사 리스트’를 먼저 써보길 추천합니다. 감사는 인생에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삶의 초점을 어디에 맞춰야 하는지를 알게 해줍니다. 특히 감사 리스트를 쓰다 보면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시는 방법은 수천 가지이며, 이미 우리는 천 개 이상의 선물을 받았음을 알게 될 것입니다. 감사 리스트를 쓰고 그 상황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을 세밀하게 글로 묘사해 보세요.

순간포착 글쓰기는 산문뿐 아니라 시 쓰기에도 유용합니다. 물론 시는 은유와 상징이 얼마나 잘 살아있느냐가 중요하지만 순간의 장면을 얼마나 잘 포착하느냐, 그 순간에 떠오르는 생각을 얼마나 잘 표현하느냐가 중요합니다. 감동했던 장면, 즐거웠던 순간들을 포착해 쓰고, 이미지가 연상되도록 그림을 그리듯 써가면 한 편의 시가 만들어질 것입니다.

순간포착 글쓰기는 카메라 셔터가 한순간을 포착하듯 삶의 영광과 고뇌, 평온과 슬픔, 기쁨과 고통의 순간을 오래 기억하게 합니다. 시공간 속에서 한순간의 소리, 광경, 냄새, 감정 등을 세밀하게 묘사할 수 있습니다. 마치 사진첩의 스냅사진처럼 소중한 기억을 보존하는 데 사용할 수 있습니다. 사진 한 장의 이미지가 오랫동안 기억에 남듯이 글도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순간포착을 위해서는 감각을 통해 느끼는 세밀한 것들에 집중해야 합니다. 묘사적인 단어가 넘쳐날 만큼 화려하게 써 내려 가십시오.

(사례)
“그때 난 한 소녀를 봤다. 여덟 살쯤 되었을까? 소녀의 피부는 검고 광택이 있으며 머리카락은 마치 머리에 붙어있는 안테나처럼 백 갈래로 땋아져 있다. 소녀는 밝은 노란색 옷을 입고 있었다. 그리고 땅 위로 솟구쳐 오른다. 그 소녀는 이 도시의 유일한 햇빛 조각을 발견했다. 그 햇빛은 두 집 사이로 유일한 광선을 내비치는 결연한 빛이다. 소녀의 얼굴은 고마운 해에 인사하기 위해 위로 향해 있고 눈은 가늘게 뜨고 있으며 틈새가 벌어진 이를 드러낸 채 소녀의 입은 아주 기쁜 웃음을 띠고 있다. 소녀는 다리를 뒤로 차올리며 보도 위로 뛰어오른다.”(택시를 타고 가던 잡지사 기자가 창 밖 풍경을 보고 쓴 글)

1. 지금 주위를 한번 둘러보고 눈에 들어오는 장면을 묘사해 보세요.

2. 사진첩을 찾아 기억하고 싶은 순간의 사진을 골라 세밀하게 묘사해 보세요.

3. 어린 시절 혹은 젊은 시절, 자신이 돌아가고 싶은 순간과 장소를 기억해 구체적으로 적어 보세요.

이지현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jeeh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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