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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라이프] 향기로 멋내기… 100만원대 고가에도 지갑 활짝 연다







CJ온스타일이 지난 6월 홈쇼핑에서 판매한 ‘우비강’의 100만원대 향수 ‘꾈끄플레르 엑스트레드빠르펭’. 연간 생산량이 제한된 희귀 상품으로 인기를 끌며 완판 기록을 세웠다. CJ온스타일 제공


취향이 모여 개성을 이룬다. 늘 사용하는 휴대폰 기종, 자주 입는 옷의 브랜드, 읽고 있는 책의 장르, 즐겨 마시는 커피의 원산지…. 취향이 얽혀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설명해주고, 비슷한 취향을 마주하면 공감으로 연결된다. 취향은 소통의 도구가 되고, 일상의 소소한 행복감을 높여주기도 한다. 취향을 선명하게 드러내주는 것 중 하나는 '향수'다. 취향과 개성으로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시대, 고가의 '니치향수'는 이런 시대 분위기도 담아내고 있다.

올해 문을 열거나 재단장을 한 주요 백화점의 구성을 따지고 들어가면 몇 가지 맥락이 보인다. 명품, 미술품, 체험 공간, 프리미엄 식품, 그리고 니치향수다. 다양하고 색다른 니치향수 브랜드를 들여와 차별화를 주려는 게 눈에 띄는 대목이다.

니치향수는 소수의 취향을 만족시켜주는 프리미엄 향수로 10만원대부터 100만원을 훌쩍 넘기는 고가의 제품군이다. 천연 원료나 흔하지 않은 성분을 사용해 희소성이 높다. ‘스몰 럭셔리’ 아이템으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조말론, 딥티크, 바이레도, 산타 마리아 노벨라 등이 인기 니치향수 브랜드들이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니치향수 인기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백화점 업계와 화장품 업계가 앞다퉈 미국과 유럽의 저명한 브랜드를 새롭게 유치하고 있다. 퍼퓸드말리, 에따르브르 도랑쥬, 크리드, 불리1803 등이 새롭게 문을 열거나 오픈 예정이다.

니치향수가 어느 때보다 인기를 끌게 된 데는 코로나19 영향도 크다. 마스크 착용이 일상이 되면서 메이크업으로 개성을 드러내는 데 제약이 생기면서다. 색조 화장품 자리를 슬그머니 밀어내고 니치향수가 일정 지분을 차지하게 됐다. 마스크 시대에 값비싼 향수가 명품 브랜드의 립스틱을 대체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29일 백화점 업계에 따르면 지난 1~7월 니치향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2배 가량 증가했다. 니치향수 수요가 많아지자 매장 규모를 넓히면서 매출 수준도 크게 뛰었다. 롯데백화점의 1~7월 니치 향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2% 올랐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된 최근 한 달 동안에도 지난해보다 매출이 25% 늘었다.

현대백화점은 향수 매출 신장률이 57.8%인데, 니치향수 매출은 93.3%나 된다. 신세계백화점은 상반기 향수 매출이 34.2% 상승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는 올해 국내 프리미엄 향수 시장 규모를 5369억원 정도로 전망하고 있다.

백화점 업계는 니치향수 매장을 유치하고 대규모 편집숍을 새로 오픈하며 적극적으로 트렌드에 대응하고 있다. 최근 백화점 업계 최초로 1층과 2층 사이에 중층 개념의 메자닌 공간을 도입한 신세계 강남점은 메자닌에 니치향수존을 마련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2월 문을 연 더현대 서울 1층의 니치향수 매장 구성에 공을 들였다. 조말론 런던, 메종프란시스커정, 프레데릭말 등 8개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샤넬 화장품 매장과 조말론 매장 사이에 향수를 전문으로 전시해 선보이는 공간도 마련했다.

지난해에는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에 니치 향수 전문매장 ‘쟈뎅 드 프레그런스’가 문을 열였다. 기존 압구정본점에 입점해 있던 매장 4개를 하나의 편집숍 형태로 선보이면서 브랜드 수를 배로 늘렸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매장을 확장한 뒤 매출은 3배 정도 증가했다.

롯데백화점 잠실점 에비뉴엘에는 지난 5월 297㎡(약 90평)의 대규모 니치향수존이 들어섰다. 롯데백화점은 최근 오픈한 동탄점에 MZ세대들이 선호하는 브랜드를 대거 유치한 ‘퍼퓸 아일랜드’ 매장을 선보였다.

정수연 롯데백화점 치프바이어는 “니치향수에 대한 니즈는 성별, 나이와 무관할 뿐만 아니라 선물용으로도 많이 찾아 이러한 트렌드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100만원대 향수, 홈쇼핑에서 산다”

니치향수 트렌드가 가진 독특한 대목은 온라인에서 많이 팔린다는 점이다. 향수는 직접 향을 맡아보고 자신에게 어울리는지를 확인한 뒤 사는 게 일반적인 구매 방식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오프라인 매장에서 시향이 어려워지고, 신뢰할 만한 유통 채널에 대한 정보가 공유되면서 온라인 구매가 크게 늘었다. 지난 16~22일 신세계인터내셔날 온라인몰 에스아이빌리지(S.I.VILLAGE)에서 2만병의 니치향수가 팔렸다. 일주일 동안 진행된 뷰티 기획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53% 증가했다. 매출을 이끈 건 니치향수였다. 딥티크 매출은 816%, 바이레도 763%, 산타 마리아 노벨라는 479% 급증했다. 이 덕에 에스아이빌리지 전체 매출 또한 전년 동기 대비 264% 신장했다.

온라인 매출은 소비자의 신뢰를 토대로 성장한 것으로 분석된다. 주요 니치향수 브랜드를 수입하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의 공식 온라인몰에서 판매되는 제품은 정품일 것이라는 신뢰가 소비자의 온라인 구매로 연결됐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가품이 즐비하는 온라인 향수 시장에서 정품을 보장 받을 수 있다는 믿음으로 에스아이빌리지가 니치 향수 구매처의 대표로 자리잡게 됐다”고 말했다. ‘정품 보장’은 홈쇼핑에서도 니치향수 판매 가능성을 열어 보였다. CJ온스타일은 지난 6월부터 프랑스 니치향수 브랜드 ‘우비강’ 방송으로 실적을 올리고 있다. 100만원대 한정판 향수 ‘꿸끄플레르 엑스트레드빠르펭’는 완판 행렬에 동참했다.

김조연 CJ온스타일 e헬스뷰티 사업팀장은 “니치 향수는 일반 향수와 다르게 역사가 깊고, 독특한 향과 패키징 등으로 차별화돼 취향 쇼핑을 위한 상품으로 적합하다”며 “희귀하고 가치 있는 향수 상품 포트폴리오를 지속적으로 넓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니치향수는 개성 강한 향,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는 다양한 선택지, 고급스러운 향수병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취향존중’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기를 즐기는 MZ세대(1980~2000년대생) 소비자들을 특히 만족시키는 것으로 분석된다.

화장품 업계 한 관계자는 “니치향수를 쓴다는 것은 세련되고 센스 있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주기도 한다”며 “향도 향이지만 인스타그래머블한(인스타그램에 인증샷을 올리기에 적합하다는 표현) 아이템으로도 인기”라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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