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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고이케 지사의 이상한 신념

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재선에 성공한 고이케 유리코(69) 도쿄도지사는 일본 여성 정치인 중 대표 주자로 꼽힌다. 아랍어 통역사와 TV 앵커를 거쳐 정치인이 된 그는 8선 의원에 환경상, 방위상 등을 역임했다. 이력이 다채롭고 보여주기식 ‘극장 정치’에 능해 지명도가 높다.

역사 문제에 관해 극우적 성향이 강한 고이케 지사는 간토(關東)대지진 조선인 학살 희생자 추도식에 도쿄도지사가 추도문을 보내는 관례를 깼다. 행사 주최 측이 9월 1일 추도식을 앞두고 추도문을 보내 달라 요청했는데 고이케 지사가 거부했다. 그는 취임 첫해인 2016년에만 보내고 2017년부터 올해까지 5년째 발송을 거부했다. 도쿄도위령협회 행사에서 모든 지진 피해자를 추모하고 있으니 개별 추도식은 챙기지 않는다는 입장인데, 말이 안 된다. 간토 학살 희생자는 지진 피해로 숨진 사람이 아니라 지진 발생 후 누명을 쓰고 살해된 이들이기 때문이다.

고이케 지사는 일본인에 의한 조선인 학살이라는 불편한 진실을 인정하기 싫어서 추도문을 보내지 않는 것 같다. 그는 간토 학살에 관해 “여러 견해가 있다” “역사가가 풀어낼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6000명이 넘는 무고한 재일 조선인이 일본인 자경단과 군경에게 무참히 살해당한 이 사건은 일본 정부도 인정하는 역사적 사실이다. “조선인이 무장봉기하고 방화한다는 유언비어가 발단이 돼 살상 사건이 일어났고, 학살이란 표현이 타당한 사례가 많았다”고 내각부 보고서에 기술돼 있다.

도쿄신문은 27일 사설에서 “추도문 취소는 학살을 부정하는 움직임을 부추길 수 있다”며 고이케 지사를 향해 “역사를 직시하고 추도문을 보내라”고 촉구했다. 2년 전에는 아사히신문이 더 강한 논조의 사설을 냈었다. 당시 아사히신문은 고이케 지사의 추도문 발송 거부를 두고 “과거의 증오 범죄를 진지하게 마주보려 하지 않는다”며 “세계의 양식 있는 사람들이 알면 환멸을 느끼고 그의 자질을 의심할 것”이라고 했다. 이런 말을 듣고도 그는 꿈쩍도 안 한다.

천지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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