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선호사상과 낙태의 커넥션… 회개·바른 교육 절실

김지연 한국가족보건협회 대표가 10일 경기도 시흥 군자대현교회 주일예배에서 생명주의 성가치관 확립을 위한 기독 양육자의 태도를 주제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한국은 임산부가 약물 등의 방법으로 낙태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형법 제269조). 또 의사, 조산사 등이 임부의 촉탁을 받아 낙태하게 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한 낙태 처벌법이 있다(형법 제270조).

그러나 정부가 산아제한 정책을 강하게 추진하는 과정에서 대다수 국민이 낙태가 죄가 아니라 가난과 인구 폭발로부터 국가를 구해낼 행위라고 착각하게 했다. 그 결과 한국은 낙태가 합법인 국가를 뛰어넘는 낙태율을 보이게 됐다. 기독교인도 태중의 자녀를 죽이는 일이 죄악임을 모르고 동참한 경우가 허다했다.

국가의 산아 제한 정책으로 촉발된 낙태 광풍에 가속을 붙인 것은 극단적 남아 선호 사상이다. 산아제한 정책이 한창이던 90년대 초반, 남녀 성비가 깨지기 시작했다. 성비란 여성 100명에 대한 남성 수를 말한다. 예를 들어 ‘성비가 108’이라는 말은 여자 100명당 남자가 108명이라는 뜻이다. 생물학적으로 105~106까지는 정상적 범주로 인식된다. 그러나 이 범주를 넘어서면 남녀 출생의 비율에 영향을 주는 외압, 즉 낙태가 가해졌을 가능성이 크다.

60년대 중반에는 성감별 기술이 존재하지 않았다. 낙태 기술도 발달하지 않아 산아제한의 수단으로 활용되는 수준이었다. 그래서 70년대 말까지만 해도 성비 불균형은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90년대 중반부터 사상 유례없는 성비 불균형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임신 기간 중 아이가 아들인지 딸인지 구별할 수 있는 초음파 검사 기술이 국내에서 상용화된 것이다.

이때부터 출생 성비의 불균형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남아 선호 문화가 성감별 기술, 산아제한 정책과 맞물리면서 성별 선택에 의한 여아 낙태 성행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특히 셋째 아이의 성비는 남아 선호 사상의 지표로 지적됐다. 남아를 일찍 출산할 경우 다출산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반면 첫째와 둘째를 남아로 낳지 못한 경우 셋째 아이까지, 즉 아들을 낳을 때까지 출산하는 경향이 있었다.

산아제한 정책을 멈추기 이전인 93년 시도별 셋째 아이 출생 성비를 살펴보면, 전국 평균 202.9로 성비 불균형을 보인다. 특히 부산(309.3)과 대구(332.6)는 성비가 300을 넘어서는 기형적 상황까지 나타났다.

94년에는 셋째 아이의 전국 평균 성비가 202.7을 기록했으며, 넷째 아이 이상의 성비는 전국 평균 223.6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이것은 자연스러운 남녀 성비가 아니며 인위적인 여아 감별 낙태에 의한 결과물로 보고 있다. 즉 한국은 자녀의 성별을 기준으로 죽이기도 살리기도 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난 국가 중 하나였던 셈이다.

한국뿐 아니라 중국 인도 베트남 등 남아 선호 사상이 뚜렷한 나라에서는 태중의 딸을 낙태하는 비율이 높게 조사된다. 미국 매사추세츠 애머스트대 레언타인 알키마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전 세계 204개국 32억 6000만명의 출생 기록을 토대로, 성별 선택에 의한 출생 성비 문제를 연구했다.

2019년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된 이 연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남아 선호 사상이 강한 12개국(한국 중국 인도 베트남 대만 홍콩 등)에서 70년대 이후 성별 선택에 의한 낙태로 2300만~4600만명의 여아가 죽어간 것으로 추정됐다.

이러한 현상 속에서 크리스천 양육자들은 어떤 태도로 교육해야 할까. 먼저 기독교인 양육자는 자녀의 특정 성별을 우상 삼아서도, 불만의 원인으로 삼아서도 안 된다. 자녀의 남녀 성별을 있는 그대로 감사하고 자녀에게 부여하신 성별에 대해서도 하나님의 주되심을 인정해야 한다.

“아무리 하나님이 계셔도 제게 아들(딸)이 없으면 진정한 평안을 누리기가 어렵습니다. 신앙적 평안도 아들(딸) 하나는 있을 때나 가능한 이야기지, 어떻게 예수님 한 분만으로 만족을 느끼며 삽니까. 예수 믿어 기쁜 것은 사실이지만 저에게 참된 평안은 아들(딸)이 있을 때만 가능한 것입니다.”

혹시 이런 태도를 가진 성도가 있는가. 이는 은연중에 들어온 인본주의, 세속주의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자녀의 특정 성별을 우상 삼는 사회는 결국 태중의 자녀를 살해하는 일까지 눈감아주는 사회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자녀의 성별은 양육자가 정한 것도 자녀가 스스로 정한 것도 아니다. 오직 하나님이 정해주신 감사의 제목으로 알고, 자녀들이 낙태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교육해야 한다. 양육자 역시 자신의 성별에 감사하고, 나아가 자녀 성별 역시 하나님 주권의 영역임을 알고 인정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성경적 양육자는 “범사에 하나님의 주되심을 인정하라”는 말씀을 공허한 슬로건으로 남겨둘 게 아니라 현실에 적용해야 한다.

한국가족보건협회 김지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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