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적 기상도는 깜깜한 겨울… 말씀·기도 운동 일어나길 바라”

GMS 소속 배안호 선교사는 2015년부터 파라과이 수도 아순시온 갈보리교회에서 성도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치는 등 다양한 공동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인과 파라과이인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성도의 대부분이다. 배안호 선교사 제공
 
2016년 5월 강물이 범람해 교회가 침수되자 인근 공원에서 예배드리는 모습. 배안호 선교사 제공






“나는 이 땅에 교회가 하나도 없도록 기독교를 몰아내는 역사적 사명을 띠고 태어났다.”

고등학생 시절 국민교육헌장을 패러디한 이 말을 스스럼없이 내뱉었고 성경과 기독교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을 키우며 기독교인을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지난 7일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만난 배안호(69) 선교사가 하나님을 만나기 전 자신의 모습이라며 고백한 얘기다.

배 선교사는 2015년 6월 새벽 파라과이 아순시온국제공항에 도착했다. 파라과이와는 어떤 인연도 없었던 그는 현재 이곳에서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총회세계선교회(GMS) 소속으로 복음을 전하고 있다.

배 선교사가 파라과이로 가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대구공업고를 졸업하고 KT 전신인 한국전기통신공사 국제전신전화국에 입사했어요. 만 20세이던 1972년 사촌형 소개로 죠이선교회 정규모임에 참석하면서 인생이 달라졌습니다. ‘성경은 비과학적, 비이성적, 비논리적’이라는 걸 증명하려고 참석했는데 성경을 읽으면서 말씀의 권위에 압도되는 저를 발견했어요.”

그는 76년 KT에 신우회를 만들었다. 배 목사 등 모임 참석자 중 7명이 목사가 됐다. 회사를 옮겨 극동건설에도 신우회를 조직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근무할 때는 숙소에 극동교회도 세웠다.

그는 “사우디에서 귀국할 때 하나님이 나를 불렀다”며 “직장생활하면서 복음 전하는 게 좋으니 내버려두시라고 하나님을 설득했지만 소용 없었다”고 말했다.

하나님의 부르심을 거절하려고 당시 입학하기 힘들다는 총신대 신학대학원 시험을 봤다. 떨어지는 게 목적이었는데 결과는 합격이었다. 95년 신학석사를 받고 이듬해 마흔 넘은 나이에 한국장로교회의 뿌리라 할 수 있는 스코틀랜드의 애버딘대학에 갔다. 석·박사 과정을 마치고 동부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선교사의 삶을 시작했다. 5년 뒤 안식년으로 한국에 온 그의 선교사역은 잠시 멈췄다. 아내 박옥산 사모의 건강이 선교지에서 악화된 걸 알았다.

“모교인 총신대와 명지대, GMS선교훈련원 등에서 책을 내고 강의했지만 선교의 뜻은 접지 않았습니다. 오랜 기도 끝에 하나님은 우리를 탄자니아 대신 파라과이로 보내셨어요.”

아순시온에 도착한 그에게 하나님은 갈보리교회를 맡겼다. 성도 대다수는 50년대 이후 농업이민으로 파라과이에 온 한국인과 파라과이인 사이에 태어난 혼혈 청년들이었다. 방치된 이들을 본 한 한국인 선교사가 아순시온에서도 가장 낙후된 바나도수르 지역에 교회를 세웠다. 빈민가인 데다 우범지역이고 밤이면 상당수 주민이 술과 마약에 취한 곳이었다. 범람하는 강물에 교회가 잠기기도 했다. 교회 대신 가까운 국립공원에서 예배 드리기도 했다. 환경은 열악해도 사역은 멈추지 않았다.

“하나님은 갈보리교회 청소년을 향해 아버지의 마음을 품게 하셨습니다. 그들을 매주 집으로 불러 숙식을 제공하는 등 공동체 생활을 하도록 했고 태권도도 가르쳤어요.”

파라과이장로신학교에서 교수로 있으면서 현지인을 목회자로도 키웠다. 지난 8월 배 선교사는 이 학교를 졸업한 현지 목회자에게 갈보리교회를 이양했다.

“오랫동안 목회 리더십 이양을 기도했는데 준비된 목사가 교회를 섬기게 돼 얼마나 감사한지.”

그는 파라과이로 돌아가면 파라과이장로교신학교에서 교수로 섬길 계획이다. 파라과이를 위한 기도 요청도 잊지 않았다. 배 선교사는 파라과이 등 라틴아메리카의 영적 기상도를 “예수님의 햇빛이 비치는 ‘영혼의 봄날’을 경험하지 못한 깜깜한 겨울”이라고 진단했다. 성 윤리는 타락했다. 파라과이 현지인 사역자조차 ‘건강한 가정의 모델’을 보지 못한 채 성장했다. 코로나19 상황도 좋지 않다.

“현지 교회 목회자들을 중심으로 말씀과 기도의 부흥운동이 일어나도록 기도해 주세요.”
 
파라과이는 어떤 나라…

“바다를 끼지 않은 작은 내륙 국가다. ‘물이 넘치는 나라’라는 뜻의 파라과이는 세계에서 수자원이 가장 풍부하다. 연평균 강우량이 1700㎜고 세계 최대 규모의 수력발전소도 있다. 브라질 아르헨티나에 전기를 수출해 ‘남미의 심장’이라 불리기도 한다.”

-파라과이 매력은.

“파라과이 사람들은 ‘나는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행복도 조사에서 1등이다. 145년 전 브라질 아르헨티나와 ‘3국 전쟁’을 하며 성인 남자 90%가 사망했는데 나라의 자존심을 지켰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혹서기인 12월부터 2월까지 40~45도를 오르내리지만, 축복의 소낙비가 1년 내내 내린다. 나무를 사랑하는 나라다. 수도인 아순시온도 건물보다 나무가 훨씬 많다. 질 좋은 소고기를 언제건 싼값에 먹을 수 있고 열대과일과 채소도 풍성하다. 꽃들도 항상 피어있다.”

-조심해야 할 것은.

“처음 입국할 때 뎅기열을 조심해야 한다. 소매치기나 도둑도 극성이다. 공항부터 절대 방심하지 말아야 한다.”

-파라과이 사역을 생각 중이라면.

“가장 중요한 건 언어다. 스페인어를 집중적으로 공부하길 강권한다. 만 63세에 언어가 완전히 다른 이곳에 왔기에 지금도 설교는 하지만 선교에 장애가 되고 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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