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는 ‘어떤 작용을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것’을 뜻한다. 누가 뭐래도 이 시대의 대표적인 미디어 기기는 스마트폰이다. 그 중에 가장 활발한 소통 도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애플리케이션과 무작위 채팅 애플리케이션(랜덤채팅앱)이다.
2019년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김윤화 부연구위원이 작성한 ‘어린이와 청소년의 휴대폰 보유·이용행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중학생과 고교생의 스마트폰 보유율은 각각 95.9%와 95.2%로 전체 연령층 평균(87.2%)을 크게 웃돌았다. 십 대 연령층에서 스마트폰 보유율이 가장 높은 연령층은 중학생으로 95.9%였으며 고등학생도 95.2%에 달했다.
스마트폰 보급뿐 아니라 이용 시간 역시 중·고등학생이 전체 연령층 평균보다 긴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연령층의 평균 스마트폰 1일 이용 시간은 113분이었다. 중학생이 144분으로 가장 길었고, 고등학생은 135분으로 그 뒤를 이었다.
또 초등학교 저학년과 고학년은 2.5배 가량 차이가 날 정도로 고학년으로 갈수록 스마트폰 이용 시간이 크게 늘어났다. 문제는 청소년 대상 성범죄에 자녀들이 노출될 확률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이다.
2019년 전국 중고생 6234명을 조사한 결과 지난 3년간 온라인에서 원치 않는 성적 유인 피해를 본 경험 비율이 11.1%였다. 위기 청소년 16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선 조건만남(성매매)을 경험한 비율이 47.6%(79명)였으며 조건만남 경로 응답자(78명)의 대부분인 87.2%가 온라인을 통해 접촉했다고 답했다.
스마트폰에 쉽게 설치할 수 있는 채팅 애플리케이션은 모두 무료다. 사용 연령 등급은 성인으로 제한한 것이 대부분이다.(77.7%) 그러나 막상 성인 인증을 요구하는 경우는 4분의 1에 그쳤다. 충격적인 것은 미성년 대상으로 랜덤 채팅앱상에서 대화한 사례 1605명 중 76.8% 이상이 성적인 목적이었다는 것이다. 성적 유인의 상위 3개 경로는 인스턴트 메신저(28.1%), SNS(27.8%), 인터넷 게임(14.3%)이었다. 유인자는 대부분 온라인에서 처음 만난 관계(76.9%)로 나타났다. 인스턴트 메신저란 카카오톡, 페이스북 메신저 등을 말한다.
기독 양육자들은 이런 현실 속에서 자녀들에게 어떻게 스마트폰을 사용하라고 지도해야 할까. 첫 번째, 스마트폰을 되도록 늦게 사주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삶에 대한 통찰과 경험, 배경 지식이 아직은 불완전한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주고 과도한 온라인 활동을 하게 하는 것 자체가 익명의 바다에 빠뜨리는 것과 같다. 그만큼 위험하고 부정적 경험을 할 가능성이 크다.
두 번째, 이미 스마트폰이 있는 청소년이라면 무작위 채팅앱이나 SNS를 자제하도록 지도하는 것이다. 한국은 지난해 12월부터 청소년에게 불건전한 교제를 조장 또는 매개할 우려가 있는 랜덤채팅앱 청소년 유해 매체물을 결정하여 고시하고 있다. 그래서 실명 인증, 휴대전화 인증을 통한 회원 관리, 대화 저장, 신고 기능 등 안전한 대화 서비스를 위한 기술적 조치가 없는 랜덤채팅 앱은 청소년유해매체물로 결정 고시해서 청소년을 보호하고 있다.
온라인은 방대한 정보, 자극성 등의 특성상 청소년에게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따라서 청소년 스스로가 랜덤채팅앱의 위험성을 경계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 필자는 10대 자녀에게 걱정되는 마음을 솔직히 나누었다.
“엄마는 모르는 성인이 우리 아이들에게 수시로 접근하는 것이 무척 싫고 걱정이 돼. 꼭 필요한 이유가 아니라면 SNS와 채팅앱은 미성년자인 너희들이 하지 않았으면 해. 그러면 엄마 아빠가 정말 안심이 될 거 같아.” 그리고 사이버상 성범죄 노출 상황 통계도 제시해줬다.
인스타그램을 시작한 중학생 아이가 엄마의 제안을 듣고 며칠 생각하더니 자발적으로 계정을 삭제했다. “엄마, SNS 계정을 정리하고 나니 뭔가 불안감이 해소된 것 같아요.”
세 번째, 온라인을 통한 소통이나 놀이 말고도 실제 생활에서 즐길 수 있는 건전한 취미생활을 개발해 주는 것이다. 악기 연주, 각종 스포츠 활동, 그림 그리기 등 사이버 세상을 벗어나 실생활에서 활동하며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네 번째, 청소년이 사이버상에서 성적 유인을 감지하거나 혹은 자신도 모르게 유인되어 피해를 본 경우도 있다. 양육자와 교사는 청소년이 수치심에 빠져 혼자 일을 감당하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해 둬야 한다. 어른의 도움을 적극 요청할 수 있도록 양육자는 평상시 늘 ‘안전기지’라는 믿음을 주기 위해 힘써야 한다.
다섯 번째, 청소년 자녀가 랜덤채팅앱 등 위험한 성적 유인 경로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자기 관리를 잘할 땐 합당한 칭찬을 해주는 것이다. 그래야 바람직한 미디어 생활을 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한다.
한국가족보건협회 김지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