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동물들도 힘들게 하네요.”
경남지역 유일 동물원인 김해 부경동물원. 좁은 공간에 힘없이 축 늘어져 있는 사자, 호랑이, 흑표범들에게 맹수의 풍모는 느껴지지 않았다. 야외에 있는 다른 동물들의 우리도 관리가 안 돼 곳곳에 녹이 슬어 있었다.
부경동물원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손님들의 발길이 끊겨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멸종 위기종 30여 마리를 포함해 총 150여 마리의 동물들이 살아가는 부경동물원의 관리 인원은 고작 2명. 코로나19 사태가 2년 가까이 이어지자 동물원 경영은 급격히 어려워졌고, 그러면서 하나 둘 동물원을 떠났다. 연중무휴로 쉼 없이 달려온 동물원은 코로나19 여파로 방문객이 갈수록 줄어 매출은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운영비 절감을 위해 평일에는 운영을 하지 않고 금, 토, 일 3일만 운영하며 버티고 있다.
남은 직원들은 동물들의 먹이 공급을 중단할 수 없기에 급여 지급을 1년 6개월째 미루고 동물들의 먹이 구입에만 돈을 쓰는 실정이다. 하창우 부경동물원 사육사는 “저희는 가족들이 있기에 어떻게든 먹고 살 수 있지만, 동물들은 먹이를 주지 않으면 굶어 죽는 입장이기에 먹이 공급을 중단할 수 없다”며 “먹이 구입비 조달에도 힘이 들어 시민들의 기부로 어느 정도 충당을 하며 근근히 버티고 있다”고 전했다.
예정됐던 맹수장 리뉴얼 공사는 극심한 경영 악화로 무기한 연기됐다. 코로나19로 인한 관람객 감소와 경영 악화가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어 시설은 방치되고 동물들도 힘들어하고 있다. 구성본 부경 동물원 본부장은 “동물원의 동물들은 야생 동물들과 달리 사람들의 손에서 길러지며 사람을 좋아한다”며 “사람을 좋아하는 동물들이 관람객 감소로 우울증을 겪으며 힘 없이 축 늘어진 모습을 자주 보인다”고 한숨지었다. 그는 “하루빨리 모든 게 정상화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해=사진·글 권현구 기자 stow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