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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글속 세상] 인적 끊긴 ‘슬픈 동물원’… 낡은 우리마다 흐르는 그리움

지난 13일 경남 김해시에 위치한 부경동물원에서 돼지꼬리 아기 원숭이가 먹이 주는 곳 구멍에 손가락을 넣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경영난에 직원 급여 지급이 미뤄지고 있는 가운데 먹이 주기 체험 활동을 통한 판매 수입과 시민들의 사료 기부 등을 통해 동물원은 근근이 동물들 먹이 값을 충당하고 있다.


어미 사자에게 버림받아 사육사들 손에서 길러진 아기 사자가 관람객을 졸졸 쫓아다니며 구경하고 있다. 큰 덩치를 자랑하는 사자지만 사육사 손에서 자라 사람을 잘 따른다.


라쿤(아메리카 너구리)이 오랜만에 동물원에 사람들이 찾아오자 창을 통해 밖을 살펴보고 있다. 사람을 좋아하는 라쿤은 관람객이 줄자 다소 무기력한 모습을 자주 보인다.


백호가 실내 우리에서 힘없이 쳐진 모습으로 엎드려 있다. 좀 더 넓은 공간의 야외사육장을 만들려던 맹수장 리뉴얼 공사는 극심한 경영난으로 일정이 무기한 연기됐다.


하창우 부경동물원 사육사가 안락꼬리 원숭이에게 과일과 사료를 섞은 먹이를 주고 있다. 과일은 사람이 먹어도 되는 싱싱한 것으로 매일 시장에서 구매한다.


김해 부경동물원을 상공에서 드론으로 촬영한 모습. 관리가 안 돼 열악해진 시설이 보인다.


쉼 없이 동물들의 우리를 돌아가며 청소해도 150여 마리의 동물들을 사육사 2명이 관리하기에는 힘에 부친다.


“코로나19가 동물들도 힘들게 하네요.”

경남지역 유일 동물원인 김해 부경동물원. 좁은 공간에 힘없이 축 늘어져 있는 사자, 호랑이, 흑표범들에게 맹수의 풍모는 느껴지지 않았다. 야외에 있는 다른 동물들의 우리도 관리가 안 돼 곳곳에 녹이 슬어 있었다.

부경동물원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손님들의 발길이 끊겨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멸종 위기종 30여 마리를 포함해 총 150여 마리의 동물들이 살아가는 부경동물원의 관리 인원은 고작 2명. 코로나19 사태가 2년 가까이 이어지자 동물원 경영은 급격히 어려워졌고, 그러면서 하나 둘 동물원을 떠났다. 연중무휴로 쉼 없이 달려온 동물원은 코로나19 여파로 방문객이 갈수록 줄어 매출은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운영비 절감을 위해 평일에는 운영을 하지 않고 금, 토, 일 3일만 운영하며 버티고 있다.

남은 직원들은 동물들의 먹이 공급을 중단할 수 없기에 급여 지급을 1년 6개월째 미루고 동물들의 먹이 구입에만 돈을 쓰는 실정이다. 하창우 부경동물원 사육사는 “저희는 가족들이 있기에 어떻게든 먹고 살 수 있지만, 동물들은 먹이를 주지 않으면 굶어 죽는 입장이기에 먹이 공급을 중단할 수 없다”며 “먹이 구입비 조달에도 힘이 들어 시민들의 기부로 어느 정도 충당을 하며 근근히 버티고 있다”고 전했다.

예정됐던 맹수장 리뉴얼 공사는 극심한 경영 악화로 무기한 연기됐다. 코로나19로 인한 관람객 감소와 경영 악화가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어 시설은 방치되고 동물들도 힘들어하고 있다. 구성본 부경 동물원 본부장은 “동물원의 동물들은 야생 동물들과 달리 사람들의 손에서 길러지며 사람을 좋아한다”며 “사람을 좋아하는 동물들이 관람객 감소로 우울증을 겪으며 힘 없이 축 늘어진 모습을 자주 보인다”고 한숨지었다. 그는 “하루빨리 모든 게 정상화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해=사진·글 권현구 기자 stowe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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