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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의 이코노 아웃룩] 다가온 테이퍼링의 시간… 한국, 장기금리 불안해지는 ‘금리 발작’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2~3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어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취했던 통화 비상조치를 정상으로 돌리기 위한 행동을 개시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월 1200억달러 어치씩 채권을 매입해 돈을 풀어왔는데 그 규모를 내년 6월까지 줄여나가는 테이퍼링 시행을 발표할 것으로 시장은 관측하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그동안 수차례 언급했으므로 이번 결정은 그동안 시장을 짓눌렀던 불확실성을 해소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1일 “연준은 이번에 테이퍼링을 강행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면서 “마찰적 실업을 통화정책 완화로 해결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실업률과 고용률 등 가계조사에서 집계되는 지표들이 완만히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 연준 질서정연한 출구탈출?

시장의 더 큰 관심은 테이퍼링의 강도뿐 아니라 금리인상 시기와 그 폭이다. 채권매입 축소 규모는 매월 150억 달러면 무난할 것으로 보이지만 시장참가자들은 더 커질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축소 폭이 커지면 테이퍼링 시기가 내년 6월보다 앞당겨지는 동시에 금리 인상 시기도 빨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는 최근 한달간 미 재무부 발행 채권의 장·단기 금리차가 급격히 축소되는 데서도 감지된다. 10년만기 미 재무부 채권은 수익률이 지난달 1일 연 1.48%에서 29일 1.59%로 0.11%포인트 오르는데 그쳤다. 반면 2년만기 재무부 채권 수익률은 같은 기간 0.27%에서 0.49%로 배 이상 상승했다. 이에 장·단기 금리차는 1.21%포인트에서 1.1%포인트로 좁혀졌다.

다만 10년만기 채권 수익률이 올해 초 연 1.7%까지 치솟았던 데 비하면 상대적인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사라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1분기와 같은 급격한 변동성 분출에 따른 불안감보다는 질서정연한 금리 상승의 분위기가 우세한데 이는 연준의 물가인식 전환을 통해 채권시장과 중앙은행간의 인플레 문제 대응과 관련한 일종의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그런 점에서 최근 미국의 단기 채권금리 급등세에도 불구하고 다른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큰 충격없이 제한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공 연구원은 덧붙였다.

미 월가 은행들이 연준의 통화정책 스탠스를 가늠하는 지표로 자주 참고하는 ‘연방기금금리 선물(Fed-fund futures)’을 보면 금리 인상 시기가 빨라질 수도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지표는 채권가격 100에서 유효금리를 뺀 가격에서 선물이 체결된다는 점을 감안해 금리 결정 확률을 예측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그룹 추산에 따르면 내년 7월까지 첫 금리 인상 확률이 77%, 같은 해 9월 이전 인상확률이 89%로 1개월 전 각각 15%와 27%보다 크게 높아졌다.

시장에서는 최근 파월(사진) 의장이 공급망 차질이 내년 상반기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언급한 부분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내년 7월 금리인상이 단행된다면 테이퍼링 종료시점 직후여서 시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 그동안 테이퍼링 종료이후 1년 정도는 시간을 줄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했고 연준도 그런 전망에 토를 달지 않았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도 2023년 금리 인상 전망을 바꿔 내년 7월 1차 금리 인상에 이어 11월에 두 번째 금리 인상을 예상했다. 내년 9월 인상을 전망했던 ING도 연준이 공격적인 태도를 보일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예상시기를 7월로 시기가 앞당겼다.

캐시 존스 찰스 슈왑 증권사 채권전략가는 월스트리트저널에 10년만기 채권 수익률이 내년초 2%대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연준이 금리를 내년 상반기에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중앙은행들은, 각자도생?

그나마 다른 중앙은행들에 비하면 미국 상황은 그동안 수차례 테이퍼링에 대한 방향을 예고한 터라 비교적 차분한 편이다.

러시아·브라질·터키 등 신흥국들은 미국의 긴축이 달러 강세로 이어지면서 자국 통화가치와 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어 그 영향을 최소화하기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러시아의 경우 올 들어 6차례나 금리를 올리는 등 선제 조치에 나서면서 2017년 이후 처음으로 장·단기 금리차가 역전됐다. 지난 8월 한차례 금리를 인상한 한국은 장·단기 금리차가 지난달 1일 0.62%에서 0.385%로 급격히 줄어 들면서 지난해 3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장기금리 안정세를 보이는 미국과 달리 한국은 최근 장기금리도 불안해지는 금리 발작을 일으켰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의 15조~25조원 규모의 추가 재난지원금 지급 요구가 중앙은행의 긴축의지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만성 인플레에 시달리는 브라질은 중앙은행의 1.75%포인트 인상이라는 극약처방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지출을 늘리는 등 정책 엇박자를 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2일 통화정책회의를 여는 호주 중앙은행(RBA)이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최근 인플레 우려로 3년만기 국채금리가 0.75%까지 치솟으면서 해당 국채 금리를 2024년까지 0.1%로 유지하겠다는 RBA의 수익률곡선컨트롤(YCC) 정책이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는 이 정책 폐기 확률이 60%라고 예상했다.

4일에는 이미 금리 인상을 예고한 영국 중앙은행이 통화정책회의를 연다. 지난주 급격한 물가 상승이 일시적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긴축전환을 거부한 유럽중앙은행(ECB)가 긴축 대열에서 이탈한 부담을 어떻게 극복해나갈지도 관심거리다.

이동훈 금융전문기자 d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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