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독서의 완숙을 돕는 도구다. 수많은 명작이 책을 기반으로 영화화됐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보여준 기독교 혐오 정서가 충격이라면, 한국교회가 그동안 영화나 문화를 얼마나 등한시했는지 돌아볼 기회로 삼아야 한다. 복음을 전하기 위해 혼을 담은 책,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제작한 영화가 일만편 설교의 영향력을 능가하는 시대다.
두란노서원은 지난달 리 스트로벨의 명저 ‘예수는 역사다(The Case for Christ)’의 2021년 개정 증보판을 발간했다. 미국에선 1998년 초판과 2016년 개정판이 나왔고, 한국에선 2002년 초판과 이번에 개정판이 정성스러운 번역으로 소개됐다. ‘누가 예수를 신화라 하는가’란 부제의 책은 세계 20개국 언어로 1400만부 이상이 팔린 특급 베스트셀러다.
스트로벨은 미 중부권 유력지 ‘시카고트리뷴’의 법률전문기자였다. 미주리대 저널리즘 학사, 예일대 로스쿨 석사에 탐사보도 수상 경력이 화려한 그는 교회에 대한 적대감으로 가득한 무신론자였다. 아내를 따라 시카고 윌로우크릭교회를 알게 되면서 예수님에 관해 관심을 갖게 되고, 이를 영미식 공판중심주의의 치밀한 자료 조사와 증언 수집 등을 통해 과연 믿을 만한 것인지 집요하게 취재한다. ‘오징어 게임’의 스태프들조차 완전히 몰입해 읽게 될 것이다. 외국에선 이 책에 실린 수백 개 각주까지 전부 찾아 읽던 무신론자가 결국 교회에 나가게 됐다는 간증이 수두룩하다.
영화 ‘예수는 역사다’ 역시 “사실을 통해 진실에 다가간다”는 기자 스트로벨의 수상 소감으로 시작한다. 스트로벨은 법정에서 미세한 증거 하나로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뀌는 경험 등을 통해 ‘목적이 이끄는 삶’이 아니라 ‘증거가 이끄는 삶’을 살게 된다. 그가 근무하는 시카고트리뷴 편집국엔 어지러운 메모 더미의 벽에 이런 글귀가 붙어 있다. “만일 엄마가 ‘너를 사랑한단다’고 말씀하신다면, 그것도 검증하라.”
예수 그리스도의 못 자국에 손을 대보고 나서야 믿는 도마 같은 부류의 사람들이 기자다. 스트로벨은 예수 사건을 증언한 사복음서의 신빙성, 예수 부활 목격자들의 증언이 조작됐을 가능성, 성경 이외의 확증적 증거, 고고학적 발견까지 모두 검토한 뒤에 성경이 고대의 어느 문서보다 정확한 사실에 기반을 뒀음을 인정하게 된다. 2021년 개정판에서 스트로벨은 전문가를 인용해 이렇게 말한다.
“직장 상사가 사무실에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사무실로 간다고 생각해 봅시다. 주차장에 그의 차가 보입니다. 비서한테 상사가 안에 있는지 물어보고 그렇다고 듣습니다. 사무실 문 아래로 불빛이 보입니다. 귀를 쫑긋해 보니 통화 중인 그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과거엔 이 모든 증거를 토대로 상사가 사무실에 있다고 결론 내릴 충분한 근거를 확보했습니다. 그러나 이젠 사뭇 다른 방법을 씁니다. 문가로 가서 노크한 다음 직접 대면합니다. 하나님 자신이 우리 마음속에 성령의 증인을 통해 초자연적으로 보여주신 것을 확증합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