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부부 절반 이상 “하루 대화 30분 미만”





최동준 새누리교회 목사는 결혼 40년 만에 처음으로 아내에게 편지를 썼다.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질 않는 산책을 오랜만에 아내와 함께했다. 둘이서 오붓하게 대화도 나눴다. 최 목사는 4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목회자가 시간이 많은 것 같으면서도 뭘 그렇게 심적으로 쫓기며 살았는지 아내와 둘이 가진 시간이 많지 않더라”고 말했다. 그는 “그렇다고 목회를 잘하냐. 그렇지도 않으면서 참 무심히 살았다”며 “건조한 삶을 산 거 같아 아내에게 미안하고 송구했다”고 전했다.

최근 알파코리아(이사장 김학중 목사)는 목회자 부부 5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목회자 부부가 참여했다. 결혼 기간도 2년 차 신혼부부부터 40년 차까지 모두 달랐다.

이들은 모두 ‘메리지코스’를 수료했다. 알파코리아는 기독교적 가치관을 기반으로 부부의 건강한 관계 형성을 위해 일종의 부부학교와 같은 메리지코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총 7주간 진행되고 매주 특정 주제로 배우자와 대화하기, 데이트하기 등의 미션이 주어진다.

설문조사 결과 대부분 목회자는 최 목사의 경우처럼 평균 주 1회 미만 배우자와 데이트 시간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월 1회 정도 하는 부부가 8.6%, 계절에 한 번 데이트하는 경우도 10.3%나 됐다. 데이트를 언제 해 봤는지 모르겠다는 부부도 10명 가까이 됐다. 부부간 진솔한 대화의 시간도 적었다. 하루 평균 대화 시간이 30분 미만인 경우가 절반 이상이었다.
알파코리아 대표 구동휘 목사는 목회자들이 배우자와 시간을 갖는 데 인색한 것은 배우자를 동역자나 사역자로 보는 경향이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구 목사는 “메리지코스 참가자들의 후기 등을 보니, 부부 사이지만 목사와 사모 관계로 익숙해져 버린 모습이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그는 “목회자들은 사역이 우선이고 사모들이 이를 이해해 주길 바란다. 사모도 자신과 같은 소명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목회자도 많았다”며 “그러다 보니 배우자와의 시간엔 소홀하게 되고 부부로서의 시간이 아닌 동역자로서 함께 일하려고 하는 특징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조사 결과가 목회자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었다. 업무가 과중한 맞벌이 부부, 아이를 키우는 부부 등에게도 똑같이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했다. 이번 설문에 참여한 A교회 부목사는 “육아를 하면서 부부가 둘만의 시간을 갖긴 어렵다”며 “이건 목회자뿐 아니라 아이를 둔 가정이라면 다들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그럼에도 시간을 내 아내와 대화 시간을 가져 보니 그간 내가 아내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며 “메리지코스에 참여하면서 아내를 대함에 있어 놓치는 부분이 많았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알파코리아는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다음 달 13일 메리지코스 론칭 기념 콘퍼런스를 열 계획이다. 구 목사는 “목회자에게도 부부 둘만의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필요하다. 부부가 행복해야 가정이 행복하고, 가정이 행복해야 교회가 행복하다”고 말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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