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장에서 임신 전 몸과 마음의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고 아픈 아기를 낳은 다음 한탄하는 부모를 자주 만난다. 최근 태아알코올증후군(Fetal Alcohol Syndrome, FAS) 환자를 양육하는 부모를 상담했다.
“제가 산전 관리의 중요성을 제대로 알고 있었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평생 남편과 아이에게 죄책감을 느끼고 삽니다. 아픈 첫 아이를 돌보기가 너무나 힘들어 둘째 아이 낳는 것은 꿈도 못 꾸겠어요.”
임신 및 출산 과정은 임신을 준비하는 과정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양육자들은 알고 자녀들에게 교육해야 한다. 임신 전에 미리 건강 상태를 체크해 임신과 상충하는 지병 등이 없는지 확인하는 것은 필수다.
심각한 기형을 유발할 수 있는 레티놀제제, 항히스타민제제 등의 의약품을 상습적으로 복용 중인 것은 아닌지도 점검해야 한다. 또 술 담배 등 태아와 산모 영향에 치명타를 입히는 유해 약물 중독에 빠지면 임신 전 미리 중독에서 벗어나야 한다.
임신 이후에는 임신 상태를 잘 유지하기 위해 심리적 안정과 육체적 건강을 제공 받을 수 있도록 최대한 개인과 사회가 모두 협조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임산부와 가정이 안정적인 임신 기간과 출산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청소년 산모는 이러한 산전 체크 및 임신과 출산을 돕는 인프라를 제공 받기에는 사회 경제 육체적으로 열악한 상황에 놓여있는 것이 보통이다. 혼외 성관계를 어린 나이에 했다는 시선을 받아내며 점점 불러오는 배와 함께 등하교하고 전체 수업을 소화해 낸다는 것은 정신적, 육체적으로도 감당하기 어려운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다.
결국, 학교를 자퇴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로써 사회에서 고립되며 적절한 보호도 받지 못한 채 양육과 임신에 대한 부담을 떠안게 된다. 임신 기간 적절한 태교는 고사하고, 불안정한 정서 상태로 지나게 되는 경우가 많아 자녀의 정서 발달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10대의 임신은 사회문제에 그치지 않고 의학적인 문제까지 연결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 듯하다. 미성년자 임신은 빈혈, 자궁기능부전, 저체중아, 선천성 기형, 신생아 사망률 증가, 임신성 고혈압 등으로 연결된다. 실제로 청소년 임신은 고위험 임신의 한 영역으로 분류된다.
이는 단지 어린 나이에 임신했다는 사실에만 기인하는 것은 아니고 임신 전에 충분히 준비되지 못한 건강상태 및 좋지 않은 습관, 경제적 상황, 부적절한 영양 섭취 등의 사회 경제적 요인과도 맞물려 있다.
특히 만 14세 이하의 임신 경우에는 신체적 미성숙으로 인해 저체중아 출산 등의 위험성이 증가한다. 한 연구에서는 그나마 10대 후반 청소년의 경우 적절한 산전 관리를 받는다면 유사한 배경의 성인 수준으로 위험도를 감소시킬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문제는 임신한 청소년 스스로 그런 길을 찾아가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청소년 임신에 대해 한국보다 비교적 관대하다는 서구 일부 국가에서조차 청소년의 임신은 성인의 임신보다 많은 의학적, 사회적 병폐를 낳고 있다고 조사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청소년기 임신이 산모에게 합병증 유발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한 바 있다.
청소년기 임신은 태아뿐 아니라 모체, 즉 임신한 여성 청소년의 신체적 발달과 성장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일부 끼치게 된다. 한창 성장해야 할 나이인 10대에 임신을 하게 되면 임신 중 및 출산 후 호르몬 변화를 겪으면서 정상적인 성장 발달에도 방해를 받을 수 있다.
또한 10대 임신은 높은 낙태율로도 연결된다. 2009년 산부인과학회 자료에 따르면 청소년 임신의 경우 85%가량은 낙태를 선택한다. 그리고 낙태 행위 역시 청소년 임산부의 긍지 체계에 심각한 훼손과 우울증, 트라우마 등 좋지 않은 결과를 남긴다.
기독교 성 가치관 교육기관인 에이랩 아카데미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만 19세 이하 산모의 출산 아동은 1만1106명입니다. 2018년 영아사망률(출산 후 1년 이내 사망하는 비율)은 2.8명으로 감소 추세였지만 10대 산모의 경우 16.2명으로 높은 수준이었습니다. 청소년 임신이라는 것은 대부분 본인이나 사회, 가정도 원치 않는 상황에서 이루어진 임신이기에 그 결과도 부정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 누구라도 합의 하에는 성행위 해도 된다’고 교육하는 위험한 성교육은 지양해야 합니다.
또 결혼을 귀히 여기고 침소를 더럽히지 말라고 하신 성경적 성가치관을 어릴 때부터 잘 교육해야 합니다. 만일 십대가 이미 임신을 했다면 홀로 방황하다 극단적 선택이나 낙태를 선택하지 않도록 도와야 합니다. 그들이 건강하게 출산할 수 있도록 따뜻하게 안아주고 청소년 미혼모를 위한 돌봄제도 정착 및 입양제도 활성화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한국가족보건협회 김지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