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뿐만 아니라 카페, 전자제품, 명품 브랜드까지 앞다퉈 메타버스의 바다로 뛰어들고 있다. 가상세계에 매장을 차렸다. 10, 20대를 중심으로 메타버스 열풍이 거세자 잠재적 고객을 잡으려는 속셈이다. 유통업계는 브랜드를 친숙하게 알리면 오프라인과의 시너지도 모색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지난 26일 오후 메타머스 플랫폼 ‘제페토’에 접속해 ‘GS25 맛있성(城) 삼김이 왕자’(이하 GS25 맛있성)를 찾아봤다. GS25는 삼각김밥 캐릭터 ‘삼김이’의 왕국을 테마로 하는 전용 맵을 오픈했다. 플레이 버튼을 누르자 성이 아닌 거대한 스마트폰 액정이 나타났다. 어디로 가야할지 한참을 방황하다 GS25 앱 아이콘 위에 올라서자 아바타가 빨려 들어갔다. 그제야 파란색 성문이 나타났다. 살짝 열린 문틈 사이로 들어서자 GS25 맛있성이 보였다.
GS25 맛있성에는 편의점 GS25를 비롯해 카페, 공유주방 등이 구현돼 있다. 실제 GS25 신상품, 정기행사, 이벤트 등을 알리는 홍보물도 붙어있다. 이용자들은 누구나 자신의 아바타로 맵에 접속해 인증샷을 찍은 뒤, 아바타의 SNS인 ‘피드’에 올리거나 미로게임 등을 즐길 수 있다.
제페토는 현실세계와 같은 사회·경제·문화 활동이 이뤄지는 3차원 가상세계 ‘메타버스’의 대표적 플랫폼이다. 가상세계에서 다른 이용자와 교류하고,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 올해 3분기 말까지 누적 가입자는 2억4000명에 달한다.
가전제품 유통업계도 메타버스로 진출했다. 지난달 롯데하이마트는 제페토에 ‘하이마트 점프맵’을 오픈했다. 게임 시작 공간인 집에 들어서면 중고거래 서비스 ‘하트마켓’, 자체브랜드 ‘하이메이드’ 등의 소개자료를 볼 수 있다. 집안 끝에 있는 냉장고 문을 열고 게임 공간으로 들어갈 수 있다. 게임 공간에 입장하면 계단, 징검다리 등으로 이뤄진 장애물이 펼쳐진다. 하이메이드 제품을 활용해 장애물을 극복하면 부모님이 있는 클리어룸으로 이동한다. 클리어룸에는 가상의 롯데하이마트 매장이 있다. 매장을 지나 부모님을 찾으면 미션에 성공한다.
구찌, 디올, 자라, 나이키, 랄프로렌 등 패션 브랜드도 제페토에 입점했다. 구찌는 제페토에 현실을 기반으로 한 가상 쇼룸을 만들고, 이용자들이 자사 제품으로 3D 아바타를 꾸밀 수 있도록 했다. 실제 수백만원대인 구찌의 가방은 제페토에선 77~88젬(Zem)에 거래된다. 1젬은 85원 상당이다.
이용자 반응은 뜨겁다. 국내 커피업계 최초로 지난 7일 제페토에 문을 연 이디야커피의 ‘이디야 포시즌카페점’은 방문자가 일주일 만에 300만명을 넘어섰다. CU는 매장 3개를 운영 중이다. 1호점 CU한강공원점과 2호점 CU제페토교실매점을 선보인 이후 해당 맵 방문자는 5배, 인증샷 수는 8배나 늘었다. 아바타 피드에서 CU와 관련된 게시물 수, 조회수, 댓글 등도 800만개에 달한다.
유통업계는 제페토에 매장을 열어 미래 고객에게 브랜드를 알리는 ‘각인 효과’를 노린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10대의 경우 제페토에 접속해 채팅하고 친구를 사귀는 문화가 자리잡았다. 메타버스를 통해 MZ세대와의 소통 강화, 고객 차별화 체험 제공, 신규 마케팅 창구 역할, 브랜드 친밀도 상승 등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