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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라이프] 현실인간 넘보는 가상인간… 곧 사진·영상 밖으로 나온다

가상인간의 시대다. 광고모델, 홈쇼핑 쇼호스트 등에 이어 메타버스에서 가상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롯데홈쇼핑이 유통업계 최초로 자체 개발한 가상인간 '루시'. 롯데홈쇼핑 제공


KGC인삼공사의 '정관장 화애락 이너제틱' 전속모델로 활동 중인 가상인간 '로지'. KGC인삼공사 제공


미국 인공지능 스타트업 브러드가 개발한 가상인간 '릴 미켈라'. 인스타그램 캡처


게티이미지뱅크


롯데홈쇼핑은 지난달 22일 신입 쇼호스트 루시(22·여)를 공개했다. 산타 복장을 하고 선물 상자를 든 쇼호스트 루시는 '크리스마스 특집전' 행사방송 중간에 등장해 다음 순서로 판매할 예정인 상품을 소개했다. 루시는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디자인 연구원이자 모델이다. 소셜미디어 팔로워수 7만명에 이르는 인플루언서이기도 하다. 외식 브랜드 '쉐이크쉑', 주얼리 브랜드 'O.S.T' 등 유명 브랜드와 협업하면서 얼굴을 알려왔다.

사실 루시는 진짜 사람이 아니다. 롯데홈쇼핑이 2020년 9월부터 메타버스 사업의 하나로 자체 개발한 가상인간이다. 바디모델이 촬영한 이미지에 가상의 얼굴을 합성하는 ‘3D 애셋’ 기술로 탄생했다. 하이퍼리얼리즘 모델링으로 피부 솜털과 모공, 눈가의 핏줄까지 진짜 사람과 유사하다. 외모, 직업 등의 특징을 고려해 최적의 목소리도 갖췄다.

가상인간이 광고계 ‘블루칩’으로 떠오르고 있다. 루시를 비롯해 ‘루이’ ‘슈두’ ‘이마’ ‘화즈빙’ 등이 휩쓸고 있다. 지난해 7월 신한라이프의 TV광고로 얼굴을 알린 ‘로지’는 GS25와 전속모델 계약을 맺었다. 오프라인 유통채널에서 가상인간을 전속모델로 세우기는 처음이다. 로지는 정관장 화애락 이너제틱의 전속모델, W컨셉의 앰버서더 등으로 활약하고 있다. 로지가 지난해 벌어들인 수익만 15억원에 이른다고 알려진다.

가상모델 산업의 성장세도 매섭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가상 인플루언서 시장 규모는 2020년 2조4000억원에서 2025년 14조원까지 확장할 것으로 추산된다. 2016년 미국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브러드’가 선보인 가상모델 ‘릴 미켈라’의 연간 수익은 2019년 기준 1170만 달러(130억원)에 달했다. 인스타그램 팔로워 310만명에 이르러 광고 게시물 단가가 건당 8500달러(1000만원) 수준이다.

기업들이 가상모델에 눈독을 들이는 건 리스크 관리 때문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가상모델은 사생활 논란이 전혀 없다. 비용 측면에서 모델료 만큼의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다 가상모델은 시공간 제약을 받지 않아 활동영역이 넓고, 기업 브랜드에 맞춰 이미지를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다.

가상의 세계관을 즐기는 MZ세대와 소통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가상모델은 MZ세대 선호지점을 고려해 직업, 취미, 이상형, MBTI까지 갖춘다. 로지는 주근깨, 쌍커풀 없는 눈 등의 자연스러운 외모를 내세운다.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고, MBTI는 ‘ENFP(재기발랄한 활동가형)’다.

가상모델은 인터뷰를 통해 가상공간에서 현실세계로 깨어나게 된 이야기, 관심사, 플레이리스트 등 고유 세계관을 소개하기도 한다. 또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MZ세대는 비주얼로 정보를 습득하는데 익숙하다. 가상모델을 쓰는 건 영향력이 커지는 MZ세대와 본격적으로 소통하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가상인간의 활동 영역은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홈쇼핑은 올해 안에 실시간 렌더링 기술을 기반으로 사람과 양방향 소통이 가능할 수준으로 루시를 고도화할 계획이다. 기존 사진, 영상 위주의 가상모델 한계에서 벗어나 메타버스 플랫폼 내 라이브 활동 등 실시간 소통이 필요한 분야로 활동을 늘리려는 것이다.

가상인간은 AI 기술과 만나 더 큰 발전 가능성을 품을 수도 있다. SM엔터테인먼트 걸그룹 ‘에스파’의 AI 아바타 ‘ae(아이)’ 개발에 참여한 브이에이코퍼레이션은 지난해 10월 다인종 가상인간 3인을 공개했다. 이들을 영화, 드라마, 공연, 라이브커머스, 매거진 화보, 광고 등 다양한 메타버스 콘텐츠에 접목한다는 계획이다. 브이에이코퍼레이션 관계자는 “미리 만들어진 이미지나 영상물이 아닌 메타버스 환경에서 실시간으로 소통이 가능한 살아있는 개체로, AI와 접목한 IP(지식 재산)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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