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교파 초월 다 함께 ‘신사참배 회개의 날’ 가졌으면

‘신사참배 80년 회개 및 3·1운동 100주년을 위한 한국교회일천만기도대성회’에 참가한 목회자들이 2018년 10월 서울 광화문사거리에 설치된 강단에서 회개기도를 하고 있다. 국민일보DB




많은 사람이 1954년 39회 장로교 총회에서 신사참배 결의를 취소하고 회개 기도를 한 것으로 신사참배의 죄에 대한 모든 문제가 해결됐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신사참배 문제는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

첫째, 신사참배와 관련해 한국교회가 어떤 배도를 저질렀는지 가르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성도와 후세에 가르쳐야 한다. 신사참배의 죄악은 단순히 신사에 가서 절한 것이 아니다. 천황을 신으로, 천조대신이라는 신도의 신을 여호와 하나님보다 더 높은 최고의 신으로 고백한 것이다. 하나님도 섬기고 이방신도 섬긴 엄청난 죄악이다. 그런데도 회개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 지금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 한국교회 성도나 목회자가 과연 얼마나 될까. 아마도 한국교회 역사를 공부한 소수밖에 모를 것이다.

모세는 신명기 9장 7절에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과거 광야에서 하나님을 격노케 한 것을 기억하라고 가르친다. 과거의 죄악을 기억하고 다시는 그렇게 하지 말라는 의미다. 그러므로 우리는 과거 한국교회의 죄악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역사 속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면 그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이 있다. 그러므로 사사기 시대처럼 똑같은 죄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먼저 한국교회가 저질렀던 신사참배의 과오에 대해 정확하게 가르치고 철저히 회개해야 한다.

이스라엘 민족은 바벨론 포로기 이후 이런 죄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회당 제도를 만들어 자기 민족이 범했던 죄악에 대해 가르쳤다. 또 현대 이스라엘도 두 번의 성전이 무너진 날을 ‘테샤베아브’란 절기로 지키면서 자신들의 죄를 회개하고 있다. 독일도 과거 2차 대전 때 히틀러의 나치즘이 얼마나 극악한 죄였는지 학교에서 어릴 때부터 반복해서 가르친다.

그렇다면 한국교회 역시 신사참배의 죄에 대해 더욱더 후대들에게 가르쳐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므로 이 신사참배의 배도에 대해 신학교와 교회에서 부지런히 가르쳐야 한다.

둘째, 법적으로도 취소 결의가 분명해야 한다. 장로교는 1938년 27회 총회에서 했던 신사참배 결의를 1954년 39회 총회에서 취소했다. 그리고 감리교도 2018년 33회 총회에서 신사참배 결정을 취소했다.

그러나 신사참배 결정은 총회만이 아니라 노회도 했다. 27회 장로교 총회가 열리기 전 이미 장로교 23개 노회 중 17개 노회가 먼저 신사참배 결의를 했다. 이 노회들의 노회록에는 여전히 신사참배를 결의하는 내용이 취소되지 않은 채 그대로 남아있을 것이다.

노회 결의는 총회 결의가 취소됐다고 자동 취소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이들 노회에서 법적으로 여전히 신사참배 결의가 유효하다는 말이다. 2015년 대한예수교장로회의 소래노회가 제일 먼저 취소 결의를 했다. 이후 평양노회에서 분립한 7개 노회 등이 취소 결의를 했다. 나머지 노회도 노회록을 확인해 취소 결의를 별도로 추진해야 한다. 그럴 때 진정한 과거사 청산이 이뤄질 수 있다.

셋째, 모든 한국교회가 다시 한번 이 죄악에 대해 진심으로 회개해야 한다. 과거 몇 번의 회개가 있었다고는 하나, 그 회개는 총회에서의 몇몇 지도자들의 회개였다. 아직까지 한국교회 전체 차원에서 회개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몇몇 지도자의 회개로 7년간 전체 한국교회가 지었던 그 큰 배도가 해결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신사참배의 죄는 한국교회 전체가 지었던 죄였던 만큼 모든 한국교회 전체가 회개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아직도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진정한 회개를 기다리고 계시기 때문이다.

넷째, 남북분단이 신사참배의 죄에 대한 하나님의 징계라는 해석이 맞다면, 남북통일이 될 때까지 이 문제는 끝나지 않았다. 아직도 분단이 계속 이어진다는 말은, 어쩌면 신사참배 죄에 대한 하나님의 징계가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계속해서 죄악을 회개하면서 하나님의 용서를 구해야 한다. 지금도 북한에서 신음하는 성도들을 생각하며 애통한 마음으로 눈물로 회개해야 한다. 북한교회의 회복과 복음 통일을 위해 기도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신사참배 문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래서 한국교회에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먼저 교파와 교단을 초월해 전 한국교회가 다 같이 신사참배의 죄에 대해 회개하는 날을 갖는 것이다. 그리고 과거 한국교회가 어떤 죄를 지었는지, 그리고 다시는 그런 죄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충분히 가르쳐야 한다. 범죄 내용을 알아야 진정한 회개가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회개의 날 전후에 부흥회나 집회를 하는 방법도 있다. 그래서 충분히 영적인 준비가 된 상태에서 모든 한국교회가 연합해 일제히 신사참배의 죄를 회개하는 것이다. 이럴 때 진정한 회개가 이루어지고, 지금까지 우리 한국교회의 발목을 잡아 왔던 신사참배의 문제가 온전하게 해결될 것이다.

오창희 목사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