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주요 신학대 상당수 신학과가 정원에 미달했다(표 참조). 서울신학대 신학과는 개교 이래 처음으로 미달됐다. 경쟁률 저하는 신학 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져 우수한 목회자 양성을 제한하고, 장기적으로 한국교회의 건강한 성장을 저해한다. 정원 감축, 커리큘럼 변화 등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국민일보가 11일 주요 신학대 8곳의 2022학년도 대학입시 정시모집 결과를 취합한 결과 절반만 정원을 넘는 학생이 지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소속 총신대학교 신학과는 2.68대 1, 예장통합 소속인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과는 1.81대 1,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소속 한세대학교는 1.58대 1, 기독교한국침례회 산하 한국침례신학대학교는 1.13대 1로 정원을 초과하는 인원이 지원했다.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소속 서울신학대학교 신학과는 0.57대 1을 기록했다. 한국기독교장로회 소속 한신대학교 신학과는 32명 모집에 11명이 지원해 0.34대 1을 기록했다. 예장고신 소속인 고신대학교 신학과는 올해 정시 모집에서 0.19대 1을 기록했다. 모두 27명을 모집하는데 지원자는 5명에 불과했다. 기독교대한감리회 소속 감리교신학대는 “비공개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 신학자는 “신학과 경쟁률은 우리 사회가 교회에 대해 갖고 있는 태도와 인식을 반영하는 하나의 지표라는 점에서 매우 충격적이고 처참하다”고 했다.
교계에서는 한국교회가 처한 현실을 직시하고 실질적인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선 정원 감축이다. 예장통합 소속 A목사는 “지방 신학대들은 ‘만학도 전형’으로 겨우 정원을 채우고 있지만, 학생 수준까지 담보할 수 없는 악순환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며 “정원을 억지로 채우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신학대와 신학대학원 정원과 목사 수급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신학대 통폐합 같은 조치를 빠르게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학교 교육 과정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 소재 한 신학교 교수는 “한국교회는 하나님 빼고 다 바꿔야 한다. 교회 안팎의 청년들은 인공지능(AI)과 하나님은 어떤 관계냐고 묻는데 수세기 전 조직신학 책으로만 강의해선 교육도, 목회도 되지 않는다”며 “교회가 시대의 변화에 대응하고 신학교가 사회의 질문에 응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학과 정원 미달은 학령인구 감소와 교회의 쇠퇴 속에 예상되는 흐름이다. 하지만 근본적 원인은 한국교회가 본질을 잃고 표류하는 데 있다는 진단이다. 수도권 한 신학대학원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교회는 사회에 희망과 위로를 주기보다는 대면예배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만 내는 이기적 집단으로 비춰졌고 그나마 머물던 청년들마저 교회를 떠났다”며 “교회가 복음과 돌봄이라는 목회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고 했다.
강주화 박지훈 장창일 박용미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