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중독자 회복 사역을 해나가는 데 효과적일 것 같다.” “신자를 늘리려고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타깃으로 삼는 것 아닌가.”
‘미국 교회들이 빅데이터로 새신자를 찾는다’는 미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의 최근 기사에 달린 댓글 중 일부입니다. 빅데이터 생산 기업인 ‘글루’가 구글 등 사이트에서 ‘스트레스’나 ‘공황장애’, ‘파산’ 같은 검색어를 사용한 사람들의 위치 정보를 수집한 빅데이터를 교회에 판매한다는 내용입니다. ‘빅데이터’란 대량의 각종 디지털 데이터(수치·문자·영상 등)를 특정 가치로 가공해 결과를 분석하는 기술입니다. 사람들의 행동은 물론 위치 정보와 SNS를 통해 생각과 의견까지 분석하고 예측합니다.
물론 합법적으로 모은 데이터를 활용하는데, 이를 사겠다는 미국 교회는 전체 교회의 10분의 1수준인 3만여곳입니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새신자를 찾겠다는 겁니다. 빅데이터가 찾아낸 각종 중독자나 파산 위기에 몰린 사람을 접촉해 필요한 도움을 주면서 복음을 전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최첨단 디지털 세상에 걸맞은 교회의 전도와 선교 수단 같습니다. ‘디지털 강국인 한국교회에 빅데이터 사역을 접목하면 어떨까.’ 국내 목회자와 신학자, 전문 사역자들은 다양한 의견을 내놨습니다.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 김선일(실천신학) 교수는 12일 “빅데이터는 인간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도구다. 21세기 4차산업혁명 시대의 유용한 선교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김 교수는 “하지만 빅데이터가 상관관계는 보여주지만 반드시 인과관계를 나타내지는 않는다”면서 “질적 정보, 즉 ‘시크(thick) 데이터’도 함께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예를 들어 특정인이 인터넷에서 ‘중독’을 자주 검색했다고 해서 반드시 그가 중독자인 것은 아닐 수 있다는 겁니다. 당사자를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고 서로 감정을 공유하는 등 질적 데이터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실천신학대학원대 21세기교회연구소장인 정재영 교수도 빅데이터 사역에 긍정적이었습니다. 다만 빅데이터를 통해 만나는 사람을 전도 대상으로 국한해 접근하는 건 오히려 부작용만 낳을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인격적 만남과 깊은 교제를 위한 접촉점이 되면 좋겠다고 조언했습니다.
현장 목회만 20년째인 조주희 서울성암교회 목사는 한국교회 현실에 접목한 조언을 내놨습니다. 조 목사는 “한국교회는 미국과 달리 돌봄이 필요한 대상을 찾는 데 별 어려움이 없다. 주민센터나 사회복지시설 등을 통해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다만 힘이 모자라 더 많이 돕지 못할 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조 목사는 “교회가 빅데이터의 상업성에만 휘둘리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와 대화하는 중요한 선교적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들 대부분은 교회 빅데이터 사역의 양면성과 균형을 강조하더군요. 동시에 빅데이터 활용은 디지털 사회에서 피할 수 없는 추세임을 직감할 수 있었습니다. 신현호 장로회신학대 교수의 조언은 목회자와 성도 모두 새겨 들을 만합니다.
“빅데이터를 다루는 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인간과 사회의 상황을 면밀하게 이해하면서, 동시에 데이터를 어떻게 다뤄야 할 것인지 목회적 분별력을 갖추는 것이다. 이를 통해 디지털 문화를 그리스도인답게 향유하는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