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에서 소규모 여행사를 운영하는 김동우 대표의 하루는 새벽 6시에 시작됩니다. 설 연휴를 앞둔 지금 여행사는 가장 바쁜 시기를 보내야 하지만 김 대표는 여행사가 아닌 경기 고양시에 위치한 급식시설로 출근을 합니다. 아이들의 급식을 각 학교에 배달하는 알바를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새벽 6시부터 낮 12시까지 급식배달 알바를 하고, 오후 2시부터는 쿠팡 배달 알바를 이어갑니다. 본업인 여행사 일은 잠정 휴업 상태입니다. 여행사 두 곳을 운영하던 김 대표는 한 곳을 폐업했습니다. 나머지 한 곳도 문을 닫은 채 배달 알바를 하며 전화상담 위주로 운영을 하지만 문의전화는 며칠째 한 통도 없다고 하소연합니다. “지금 이 알바라도 해야 가족들을 먹여살릴 수 있다”며 “힘들지만 어떻게든 살고 싶다”라고 말했습니다.
새벽 6시부터 저녁까지 배달 알바를 하며 손에 쥔 돈은 한 달에 대략 300만원 정도입니다. 하지만 문 닫은 여행사 사무실 월세와 고정지출비용은 한 달에 400만원입니다. 집에 갖다 줄 생활비는커녕 알바를 해도 한 달에 100만원의 빚이 생깁니다.
2020년 1월 국내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후 2년여 동안 우리들의 일상에는 많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외출이 불가능해졌고, 여행객들로 북적이던 인천국제공항은 방역복을 입은 직원들만 있을 뿐 썰렁한 모습입니다. 코로나19 여파로 국경이 닫히며 여행업계는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백신 도입과 트래블 버블 시행으로 해외여행 빗장이 서서히 풀리면서 여행사 정상 운영을 시작한 지 한 달여 만에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등장으로 또다시 국경이 봉쇄되며 상황은 악화됐습니다. 코로나19 손실보상 대상에서 제외된 여행업계 종사자들이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도 합니다. 함수일 한국중소여행사연합회 회장은 “코로나19 2년 동안 여행사 대표와 직원, 가족들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하루하루 연명하고 있다”며 “손실보상법 포함을 정부에 강력히 요청한다”고 전했습니다.
사진·글=권현구 기자 stow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