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중독자이자 다섯 아이를 둔 엄마인 가톨릭 신자 헤수스(41)씨는 지난해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시내에 있는 작은 오순절 교회에 등록했다.’
지난 11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 ‘가톨릭이 남미를 잃는 이유’라는 제목으로 보도한 기사 일부입니다. 신문은 가톨릭이 대세인 남미에서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가톨릭 신자들의 발길이 오순절 교회로 이어지고 있다는 내용을 비중 있게 다뤘습니다. 앞서 기독교 잡지인 에반젤리컬포커스는 ‘아프리카 오순절 교회가 세계 기독교에 영향을 미칠 만큼 커졌다’는 분석 기사도 내놨습니다.
오순절 교단이 태동한 미국은 성장세가 더 두드러집니다. 2005년과 2019년 사이 미국 양대 개신교단인 남침례교와 연합감리교회의 성도 수는 각각 11%, 19% 줄었습니다. 반면 대표적 오순절 교단인 하나님의성회는 16%가 늘었습니다. 오순절 운동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발터 홀렌베거는 1984년 “20년 후 오순절 교단은 2억5000만명의 신자를 둔, 개신교 최대 교단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국제선교통계보고서(IBMR)에 따르면 2005년 전 세계 오순절 계통 신자는 5억8800만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전망치를 배 이상 넘긴 겁니다. 2020년 말 기준으로는 6억6000만명입니다.
오순절 교단은 성령과 은사를 강조하는 개신교의 한 분파로 1900년대 초 미국에서 태동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소속된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가 대표적 교단입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세계 오순절 교회의 성장세는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이어져 왔습니다. 기독연구원 느헤미야 배덕만 교수는 19일 “세계 기독교의 축이 북반구에서 남반구로 이동해 오면서 라틴아메리카(남미)와 아프리카, 동아시아로 일컬어지는 이른바 남반구 기독교의 중심 세력은 오순절 교회라는 데 이견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렇다면 왜 오순절 교회로 몰리는 걸까요. 아프리카의 경우 오순절 신앙이 지닌 성령·은사·신유 같은 체험 신앙적 특징이 현지 문화에 깊이 녹아 있는 초월·신비적 문화와 유사해 수용하는 데 거부감이 없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치유와 구제, 섬김을 강조하는 오순절 교회의 특징도 매력으로 꼽힙니다. 특히 정부 차원의 의료나 복지 시스템이 취약한 경우, 오순절 신앙에서 강조하는 ‘믿음의 치유’는 환자들에게 희망을 줍니다. 경제적으로 힘든 가정을 실질적으로 도와주는 사역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두 성도들이 현실적으로 꼭 필요한 ‘니즈’를 교회가 충족시켜 주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오순절 교회는 여성과 이민자 등 정치·경제·사회적으로 소외된 이들을 품는 데 탁월하다”면서 특유의 포용성을 오순절 교회의 흡인력으로 꼽기도 합니다.
오순절 교회의 미래도 궁금해집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사회과학자들의 전망을 인용하면서 “남미의 오순절 교회 성장은 수년 안에 정점을 찍을 것이다. 아울러 (신자를 빼앗긴) 가톨릭에서 오순절 교회의 특징을 모방해 ‘잃은 양 찾기’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김영석 교회성장연구소장의 시각은 조금 다릅니다. 김 소장은 “무신론과 반기독교, 과학주의가 점점 강해지지만, 들풀처럼 번지는 성령 운동으로 인격적인 하나님을 만나는 이들이 이어질 때 오순절 교회의 부흥은 현재진행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