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의 ‘사찰 통행세’ ‘봉이 김선달’ 발언을 문제삼아 연일 종교편향·차별을 외치고 있습니다. 사실 종교편향·차별은 쉽게 판별하기 어렵습니다. 자칫 잘못 제기했다간 종교 자유를 침해하고 종교 간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어 최대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종교편향·차별은 언제 발생할까요. 중앙정부 또는 지자체가 특정 종교에 행정·재정적 지원을 편파적으로 집행할 때 발생합니다. 민족 종교처럼 소수 종교가 국내 3대 종교(기독교 천주교 불교)에 비해 차별당하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할 때 나올 수 있는 용어입니다.
이번 쟁점은 정부나 지자체의 행정·재정 지원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3.5㎞ 떨어진 사찰을 관람하지도 않았는데도 문화재 관람료를 내야 하는 관행을 비판한 데서 시작됐습니다. 그래서 엄밀히 말하면 종교편향·차별 문제가 아니라 사찰 통행료 징수 갈등이 맞습니다.
하지만 거대 종교인 불교가 소수 종교가 된 것처럼 본질과는 동떨어진 종교편향·차별을 외치고 있습니다. 스스로를 ‘큰 소수자 집단’(large minority)으로 보면서 말입니다. 사실 불교계의 종교편향·차별 주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과거에도 템플스테이 예산 삭감 등 불교계의 이익을 침해당했을 때 종교편향·차별을 내세우며 정부를 상대로 반발한 바 있습니다. 기독교 공직자를 비판할 때도 사용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종교편향·차별은 불교 쪽에서 자주 발생합니다.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이곳은 전통종교문화 보존을 명목으로 국고 190억원이 투입됐지만, 실제론 2000여 사찰을 총괄하는 대한불교조계종 본부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매년 수백억씩 국민 혈세를 투입하는 템플스테이나 지하철 9호선 봉은사역명 제정, 세종시 전월산 한국불교문화체험관 건립 지원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일이 많다 보니 불교 시민단체인 종교자유정책연구원조차 “특정 종교인들만 이용하는 시설 건립에 국고를 지원하는 것은 명백한 정교분리 원칙 위반”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던 것입니다.
강인철 한신대 종교문화학과 교수는 ‘민주화와 종교’라는 책에서 이렇게 지적한 바 있습니다. “한국 최대의 종교인 불교가 드러내는 심한 정부 보조금 의존성(심하게 말하면 ‘보조금 중독증’)은 비교적 재정적으로 자립적인 개신교, 천주교와 첨예하게 대조된다. 종교를 겨냥한 보조금의 최대 수혜자인 불교는 그만큼 심각한 보조금 의존성을 보이고 있다. 강한 보조금 의존성은 거의 필연적으로 보조금 스캔들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기독교계 안에도 무슨 기념관을 건립하겠다며 정부 보조금 창구를 기웃거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의존성은 훗날 정부 통제와 새로운 정교 유착을 가져올 게 뻔합니다. 당연히 종교 본연의 영성과 기능은 저하될 것입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