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떠나보내고 극단적인 상실의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랑하는 자녀를 잃은 부모의 마음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아픕니다.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는 슬픔을 빨리 극복하는 것을 강자의 특징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면, 하루빨리 아픔을 극복하라고 충고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애도의 감정이 억압되면 이해할 수 없는 우울증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상실의 체험이 강렬할수록, 그것과 관련된 공격성이 억압될수록, 다루지 못한 갈등이 많을수록, 갈등을 감내할 수 있는 자아의 능력이 부족할수록 우울의 반응은 병리적으로 나타납니다.
성경은 애통한 이들의 마음이 복 되다고 말합니다. 또 그들이 위로를 받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예수님은 “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위로를 받을 것임이요”(마 5:4)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때 사용된 ‘애통’은 헬라어 ‘펜손테스(penthontes)’입니다. 성경에서 슬픔을 나타내는 데 사용된 헬라어 단어 중 그 의미가 가장 강하고 통렬한 것이라고 합니다.
구약 성서 창세기 37장에 아들을 잃고 슬퍼하는 아버지 야곱의 모습이 나옵니다. 동생을 시기하던 형들이 심부름 나온 요셉을 구덩이에 넣고 상인에게 팔아버린 후 아버지에게 요셉이 짐승에 찢겨 죽임을 당했다고 전합니다. 야곱은 “자기 옷을 찢고 굵은 베로 허리를 묶고 오래도록 그의 아들을 위하여 애통”(창 37:34)하였다고 했습니다.
애통은 심장을 꿰뚫는 듯, 뼈를 깎는 듯, 창자가 끊어질 듯한 아픔입니다. 주님은 이 애통해하는 마음으로 자신의 아픔을 주께 고백할 때 위로가 임할 것이며, 그것이 복되다고 말씀하십니다. 주님이 우리를 불쌍히 여기실 때 은혜를 베푸십니다. 현재의 아픔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애통해하는 마음에 머물지 않고 ‘주님께로 가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가장 큰 위로는 주님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존 맥아더는 저서 ‘팔복’에서 위로자 하나님에 대해서 이렇게 말합니다. “성경은 여러 곳에서 하나님을 가리켜 위로자라고 말한다. 그는 우리를 도우시고 우리의 부르짖음을 들으시며 우리의 필요를 채워주신다. 위로자는 언제나 거기 계시면서 타이르시고 훈계하시며, 위로하시고 동정하시며, 용기를 주시고 힘을 주시며, 용서하시고 회복시키신다. 성경은 이 모든 것이 합쳐져서 위로된다고 말한다.”
예수님은 단지 우리가 겪는 개인적 상실만을 위로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죄로 슬퍼하며 예수님과 멀어져 탄식하는 자들에게도 “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은 거룩한 성 예루살렘 안에 종교의 흔적이 넘쳐나지만, 하나님을 찾는 온전한 예배자가 없는 것을 보시고 “예루살렘아 예루살렘아”(마 23:37)라며 애통해 하셨습니다.
또 타인이 겪는 고통에 눈물로 함께 하는 사람 역시 애통한 자요 복 있는 사람입니다. 마가복음 16장 10절에서 그리스도께서 죽으신 후 예수와 함께하던 사람들의 슬퍼하며 울고 있는 모습을 묘사하는 데 사용됐습니다. 예수님은 하나밖에 없는 오빠를 잃고 슬퍼하는 마리아를 보시고 눈물을 흘리셨습니다(요 11:35).
만일 지금 고통 중에 있다면 나보다 나를 더 잘 아시는 성령님께 아픔을 고백하는 글을 써보십시오. 성령님은 내 영혼의 아득히 깊은 곳까지 파고들어 내가 미처 깨닫지 못하던 고통을 감지하십니다. 시편의 기자처럼 고백하십시오. “하나님께 가까이 있는 것이 나에게 복이니, 내가 주 하나님을 나의 피난처로 삼고, 주님께서 이루신 모든 일들을 전파하렵니다.”(시 73:28, 새번역)
슬픔이란 감정은 일반적으로 소중했던 뭔가를 잃어버렸을 때 느끼는 상실감의 표현입니다. 돈을 잃어버리거나 실직을 당하거나 시험에서 실패했을 때도 슬프지만, 사별로 인한 슬픔은 말할 수 없이 큽니다. 사별 이후 겪는 슬픔은 단순히 ‘sad’(슬픈)이 아닌 ‘grief’(비탄)이며 죄책감, 후회, 수치심 등을 포함한 포괄적인 감정입니다. 성경에서 말하는 ‘애통’이란 의미에 더 가깝습니다.
애통한 마음은 표현할 때 치유되기 시작합니다. 표현 방법은 먼저 친구나 가족에게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그들에게 말하지 못하는 내용이라면 상담가나 교회 사역자, 전문적 상담 훈련을 받은 사람에게 이야기하십시오. 또 기도로 혼자만의 시간을 갖거나 고인과 대화를 나눌 수도 있고 글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떠올려 보세요. 내가 경험한 고통과 상실에 관한 이야기를 써 보세요. 그때 마음속에 서 일어났던 감정을 비롯해 원망이나 분노, 아쉬움, 후회, 용서, 안타까움 등 무엇이든 좋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주님 앞에 내려놓으십시오.
1. 지금까지 경험한 일 중 ‘고통스러웠던 경험에 대한 목록’을 써보세요. 실패의 경험이나 갈등, 질병의 경험 등 무엇이든 생각나는 대로 쓰십시오.
2. ‘고통스러웠던 사건’을 경험했을 때 마음속에서 일어났던 감정에 관해 쓰십시오. 분노, 아쉬움, 후회, 용서, 안타까움 등 무엇이든 좋습니다.
3. 지금 어떤 어두운 시간을 보내고 있나요? 위로자 하나님은 지금 어떤 마음으로 나를 바라보고 계실까요. 그분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쓰세요.
이지현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