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 29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양강 구도 속에 기독교계 연합기관의 입장도 갈리고 있습니다. 대표적 사례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관련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의 태도입니다.
NCCK는 무속 논란이 제기됐을 때 윤 후보를 유일하게 비판했던 교계 단체입니다. 지난 2일 성명서에서 “우리는 그리스도인으로 무속의 주술적 판단에 의존하는 반시대적 행태를 결코 묵과할 수 없다”고 경고했습니다. NCCK는 그동안 정의와 평화, 생명, 갑질 근절, 공정 이슈에 목소리를 내왔습니다. 그런데 어떤 이유인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대장동 논란이나 부인 김혜경씨의 황제의전 문제에는 침묵하고 있습니다. 과거 ‘갑질 논란은 한국교회에 울리는 경종’이라던 NCCK의 기개가 아쉽습니다.
한교연도 마찬가지입니다. ‘130여년 전 이 땅에 전해진 복음을 생각하는’ 한교연 입장에서 무속 문제는 양보할 수 없는 절체절명의 사안입니다. 불과 6년 전만 해도 한교연은 “사울이 하나님이 금하신 신접한 여인을 찾아가 나라의 미래를 물었던 것처럼(삼상 28:7) 국민이 세운 위정자가 권력에 눈이 멀어 국정을 농단하는 자들과 벗하여 벌인 불의한 일들이 해 아래 낱낱이 드러나고 있다”는 내용으로 시국기도문까지 발표했었습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윤 후보의 무속 논란에 대해선 침묵하고 있습니다. 대신 지난달 28일 대선 후보 중 유일하게 윤 후보와 간담회를 했다는 홍보 자료를 배포했습니다. 지난해 11월엔 아예 윤 후보 지지 선언까지 했고요.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요. 이들 기관이 성경이 아닌 당파성, 이념적 특징에 따라 비판·지지하거나 침묵하는 ‘선택적 정의’를 외치는 것입니다. 이런 당파성 때문에 교회가 본연의 예언자적 기능을 망각한 채 정치 성향에 따라 특정 후보를 지지한다는 오해를 받는 것입니다.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은 그동안 ‘공교회의 대선후보 찬반 표명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신평식 한교총 사무총장은 “정치적 선택과 판단은 성도 개인의 몫”이라며 “교회사적으로 교회·단체가 특정 후보를 지지해 좋은 결과를 얻은 적이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도 김현성 임시대표회장이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대변인을 맡은 전력이 있기에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한기총 관계자는 “종교단체는 표몰이 하는 곳이 아니다. 종교가 정치에 기생하는 것도 아니고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습니다.
그렇다면 답은 어디에 있을까요. NCCK가 윤 후보를 비판했던 성명서에 잘 나와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정파적이며 이데올로기적 이해관계가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 복음의 공적 가치를 기반으로 판단하고 선택할 것이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