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의 끝이 보이는 걸까. 오미크론 유행의 정점 이후 해외 탐방을 일부나마 재개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유럽 전역 20개 도시를 답사하고 쓴 ‘종교개혁지 탐방 가이드’(세움북스)가 출간과 동시에 기독 출판계뿐만 아니라 여행 분야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른 일이 그 전조다. 주요 교단 산하 노회와 교회마다 지난 2년간 해외 탐방의 발이 묶이며 쌓인 여행 적립금이 상당하다는 말도 들린다.
‘종교개혁지 탐방 가이드’의 저자 황희상(46) 정설(45) 부부를 지난 14일 서울 마포구 나눔교회에서 만났다. 남편 황씨는 앞서 ‘특강 종교개혁사’ ‘특강 소요리문답’ ‘스코틀랜드 종교개혁사’ 등을 출간한 저자로 대학에선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고려신학대학원에서 신학 석사학위(MA)를 받았다. 교역학 석사(MDiv)는 아니라서 목회자가 아니고 평신도이지만, 종교개혁 관련한 책을 꾸준히 써온 작가다. 부인 정씨 역시 같은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영국의 한 대학에서 국제개발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기독 출판사 흑곰북스의 대표다. 두 사람은 대학 시절 기독교 청년 웹진 ‘Voice21’의 편집장과 기자로 만나 결혼해 20년 넘게 협업한 사이다.
책은 부부의 6회에 걸친 유럽 종교개혁 도시 탐방 경험을 모았다. 황 작가는 “유럽 종교개혁지 전체 탐방을 다룬 책이 드물었기에 출판사에서 아예 장르 자체를 책의 제목으로 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순례나 관광이란 말 대신 제목으로 ‘탐방’을 택한 이유는 뭘까. 정 대표는 “유럽에 가서 종교개혁자들처럼 고생한다고 컵라면만 먹고 갈색 성당만 보고 다니는 고행이나 순례의 개념은 아니고, 그렇다고 관광으로만 가기엔 가볍기에, 탐방과 답사의 개념을 적용했다”고 말했다. 공부와 여행을 병행하며 지적 정서적 자극을 동시에 느끼는 여행이란 의미다.
책 앞부분에 탐방을 위한 일곱 가지 ‘꿀팁’이 소개돼 있다. 첫째가 최소 3개월 종교개혁사를 같이 공부한 구성원 위주로 참여하기다. 현장에서 마르틴 루터가 누구냐, 장 칼뱅이 어떤 사람이냐 이러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 미리 준비하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고 부부는 말한다. ‘꺼지지 않는 불길’(복있는사람)과 함께 부부의 책 ‘특강 종교개혁사’(흑곰북스)도 교재로 추천한다.
가능하면 15명 내외의 소그룹으로 이동해 호텔 체크인 등에 시간을 버리는 일을 피하고, 현지 선교사나 유학 온 신학생을 적극적으로 수소문해 종교개혁지 관련 전문성 있는 해설을 들을 것을 권한다. 그래야 여행사 가이드보다 더 깊이 있는 지식을 얻을 수 있다. 종교개혁 관련 찾는 이가 드문 박물관이나 교회를 방문하는 경우가 많기에 예약이 필요 없어도 꼭 예약하고 가야 좋다는 조언도 빼놓지 않는다. 숙소나 식사보다 콘텐츠에 투자하란 지침도 유용하다.
부부가 추천하는 이상적 루트는 이탈리아 로마로 들어가 영국 런던으로 나오는 코스다. 기독교 발원지로서의 로마를 이해해야 종교개혁 이전의 모습을 유추할 수 있다. 영국에선 장로교 본산인 스코틀랜드의 주도 에든버러와 그에 이웃한 세인트앤드루스를 꼭 가보라고 권한다. 책은 이탈리아 체코·독일 프랑스·스위스 영국 등 4개의 모듈로 구분해 이 가운데 2개 모듈을 엮어 일정을 짤 것을 조언한다. 유럽 전역에서 수백 년에 걸쳐 다양한 모습으로 진행된 종교개혁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최소 2회 이상의 여행이 필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정 대표는 유럽 20개 도시 가운데 딱 한 군데만 가야 한다면 프랑스 샹티이(Chantilly)성으로 향하겠다고 말했다. 위그노를 대표하는 정치인이자 해군 소속인 가스파르 드 콜로니 제독이 이 성의 주인이었다. 종교개혁에 우호적이지 않았다면, 아니 신앙을 부인하는 한마디만 했어도 눈앞의 이 아름답고 화려한 성, 수많은 명품과 예술 작품을 잃지 않았고, 바르톨로뮤 대학살의 희생자가 되지도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 절로 든다고 전했다. 정 대표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신앙의 자유를 지킨 성도들 덕분에 오늘날 자유롭게 예배드리는 일이 가능했다는 점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