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과 자동차와 핸드폰과 모든 집기와 그리고 본인의 모든 몸과 영혼까지… 축복이 영원토록 들어가라.” 허경영 국가혁명당 대선 후보가 한 남성에게 행하는 ‘축복’ 메시지 일부입니다.
허 후보는 이런 축복 의식과 강연으로 지난 1년 동안 재산이 72억원에서 264억원으로 늘었다고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허 후보는 축복 의식으로 1인당 약 100만원을 받는다고 합니다. 1억원 넘게 내는 사람도 있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허 후보로부터 축복을 받기 위해 하루 평균 40~50명이 찾아온다고 합니다.
관련 기사 아래에는 다양한 댓글이 달렸습니다. “황당하다”거나 “진짜 축복을 받는다고 믿는 사람이 있다는 게 슬프다”는 반응도 있었습니다. 반면 “점을 보는 데도 수십 만원씩 내는데, 축복받고 돈 내는 게 뭐가 문제냐”고 반문하는 글도 있었습니다.
축복이라는 용어는 기독교인에게도 익숙합니다. 신구약 성경 66권에는 “너를 축복하는 자에게는 내가 복을 내리고…”(창 12:3)라는 구절을 시작으로 모두 93차례나 등장합니다. 축복은 한자로 ‘빌 축(祝)’, ‘복 복(福)’자를 씁니다. ‘행복을 빈다’, 특히 ‘하나님의 은혜를 구해 복을 빌어 준다’는 의미가 강합니다. 이 때문에 기독교인에게는 허 후보의 축복 의식이 불편하게 와닿는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전·현직 목회자들은 기독교의 ‘진짜 복’을 강조합니다.
블로그 ‘기독교 바로알기’를 운영하면서 네티즌과 소통하는 김활 목사는 17일 “그리스도인이 누리는 참된 복은 물질적 복에 속한 것이 아니다. 하나님이 창세 전부터 우리를 선택해 주시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우리를 자녀로 삼아주심(엡 1:3~5)이 진정한 복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성경에서 강조하는 복은 또 있습니다.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로 시작하는 팔복(마 5:3~10)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시편 1편 첫머리에 등장하는 ‘복 있는 사람’이 갖춰야 할 조건 역시 그리스도인의 복 받는 비결입니다.
허 후보의 축복 의식에서 어른거리는 ‘축복 매매’ 세태에 대한 안타까움도 터져 나왔습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공동회장인 조주희 성암교회 목사는 “우리 사회의 불안함을 나타내는 방증”이라며 “앞날이 불투명하고 현재 삶의 조건이 어려워지니까 움켜쥔 자는 지키고 싶고, 별로 가진 게 없는 자는 어떻게 해서든 현 국면을 탈출하고 싶은 욕망이 투영된 것이 아닌가”라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교계 원로인 박종순 충신교회 원로목사는 성도들에게 각별히 당부했습니다. “우리 믿는 사람들은 하나님이 주시는 복을 바라며,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자들입니다. 잊지 마십시오. 복의 근원은 하나님이십니다.” 여러분은 어떤 복을 원하시나요.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