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일이 임박하면서 크리스천들 사이에 특정 후보에 대한 찬반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지 후보를 선전하거나 상대 후보를 비방하는 현상이 빈번하면서 이에 대한 피로감과 실망감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A목사는 6일 “수십명이 넘는 신학교 동기들의 ‘단톡방’에 속해 있는데 일부 목사가 거의 하루 종일 자기가 지지하는 후보나 반대하는 후보에 대한 동영상을 올리고 있다”며 “누군가 ‘자제하자’고 해도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 정말 보기 괴롭다”고 토로했다. 일부는 이런 분위기를 견디다 못해 단톡방에서 퇴장하거나 탈퇴한다.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모임 분위기에 속앓이 하던 한 신학교 B교수는 결국 최근 한 모임을 탈퇴했다. 한 크리스천 단톡방에 우연히 초대받았던 서울 중형 교회 C집사는 사흘 만에 단톡방을 나왔다. 그는 “쌍방이 지지 후보를 홍보하고 반대 후보를 겨냥해 비방하는 자료를 다투듯 올리는 걸 봤다”며 “단톡방 본연의 취지가 사라진 모습에 실망했다”고 했다.
단톡방만이 아니다. 교회 모임에서도 특정 후보를 두고 입씨름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 대형교회 D권사는 “‘누구 뽑아야 돼’로 시작된 대화가 결국 서로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후보를 둘러싼 설전으로 번진다”며 “담임 목사는 설교 시간에 공개적으로 대선 후보에 대해 서로 토의하지 말고 각자 신앙적 양심에 따라 조용히 투표하길 당부했다”고 했다.
특정 후보가 반드시 당선돼야 한다는 주장은 기독교적 가치관에 부합하지 않을 수 있다. 그리스도인은 하나님이 역사의 주권자라는 것을 믿기 때문이다. 조성돈 실천신대 교수는 “기독교인 중 열성 지지자들은 누가 되면 나라가 망하고, 누가 되어야만 나라가 흥할 것이라고 하는데 이는 대통령 한 사람이 우리 미래를 모두 결정하는 것처럼 보는 것”이라며 “대통령이 아니라 하나님을 뽑는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조 교수는 현재 양상을 이스라엘 백성이 사무엘 선지자에게 왕을 세워 달라고 한 일(삼상 8:1~9)에 비유했다. 그는 “백성들의 요청을 받은 사무엘이 하나님에게 기도하자 하나님은 ‘이는 그들이 너를 버림이 아니요 나를 버려 자기들의 왕이 되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고 위로했다”며 “대선 후보에 대한 우리 태도가 하나님을 잊은 당시 이스라엘 백성과 비슷한 느낌”이라고 아쉬워했다.
정치적 갈등은 장기적으로 공동체의 분열이나 와해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김기석 청파교회 목사는 이날 ‘끝까지 견디는 사람’이라는 제목의 주일 설교에서 “정치 행위의 목적은 선하게 사는 것이 쉽고 편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며 “예수님은 두려움의 나날을 견뎌야 하는 제자들을 안쓰러워하면서 ‘누구에게도 속지 않도록 조심하여라’(마 24:4)고 했다”고 말했다. 양식 있는 크리스천들은 누가 당선되더라도 이 땅에 하나님의 사랑과 공의가 실현되길 기도해야 한다고 말한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