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이 지나도 큰 사랑을 받는 찬양이 있습니다. 김수지씨의 ‘이 시간 너의 맘속에’도 그런 곡 중의 하나입니다. 벌써 20년도 더 지난 앨범이지만 김씨의 목소리와 가사는 여전히 성도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위로합니다. 그는 지난 8일 “이 찬양이 담긴 3집 앨범 발매 연도가 2000년이다. 지금까지도 이렇게 많이 불릴 줄은 몰랐다”면서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신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우고 서로를 다독여줄 수 있는 메시지가 있어 듣는 이의 마음속에 와 닿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이 찬양이 탄생하던 순간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집 식탁에 앉아 오선지를 놓고 곡을 썼는데요. 당시 친구에게 어려운 일이 있어 ‘기도해주겠다’고 말했는데, 친구가 정말 기도를 해줄 거냐고 몇 번이나 확인했다고 합니다.
“우스갯소리로 기독교인이 가장 많이 하는 거짓말이 ‘기도할게’라는 말을 들었어요. 우리가 하는 ‘사랑한다’ ‘축복한다’는 말이 인사치레로 끝나는 경우가 많잖아요. 정말 사랑하는 마음으로 상대를 위해 기도하는 마음을 담고 싶었습니다.”
‘이 시간 너의 맘속에/하나님 사랑이 가득하기를/진심으로 기도해/간절히 소망해/하나님 사랑 가득하길….’ 이 찬양을 들으면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당시 3집 타이틀곡을 제치고 이 곡이 더 널리 알려졌습니다. 아직도 이 곡을 리메이크하거나 연주를 하고 싶어 허락을 구하는 연락이 온다는데요. 많게는 1년에 10번 이상 올 정도라고 합니다.
그는 초등학교 5학년 때 만든 동요를 반 아이들과 함께 부를 정도로 어린 시절부터 곡 쓰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신학을 전공하고 싶었을 정도로 신앙심이 깊던 그는 고등학교 때부터 찬양사역자를 꿈꾸며 한세대 성악과에 진학했고 작곡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선배의 소개로 찬양사역자 소리엘의 앨범에 참여했다가 눈에 띄어 1995년 22살의 나이에 첫 앨범을 발표하게 됩니다. 당시 CCM계에 흔하지 않았던 여성 싱어송라이터가 등장한 겁니다. 1집 앨범은 국민일보가 선정한 ‘크리스천 뮤직 100대 명반’에 선정될 정도로 음악성과 영향력을 인정받았습니다.
2006년까지 다섯 장의 정식 앨범을 발표한 그는 2009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습니다. 미국 UC버클리에서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사역하느라 제대로 하지 못했던 대학 생활을 맘껏 누렸다고 합니다. 그는 “20대 초반에 데뷔해 사회생활을 경험해 보지 못한 내가 비기독교인과 어울려 하나님이 창조하신 ‘인간’에 대해 탐구하면서 음악의 스펙트럼이 넓어졌다”며 “2017년 남편과 ‘라벤더 커피’라는 팀명으로 기독교 가치관을 담은 대중가요 앨범을 발표한 것도 그 영향”이라고 말했습니다. 알려졌다시피 남편 곽상엽씨는 SM엔터테인먼트에서 H.O.T.의 음악을 작곡하기도 했던 찬양사역자로, 지금은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2019년 6집 앨범으로 돌아온 그는 코로나 기간 유튜브 채널을 통해 활동하며 성도들과 활발히 소통했습니다. 지난해 연말 콘서트를 통해 오랜만에 팬들과 만났던 그는 이번 달부터 다시 학생으로 돌아갔습니다. 마음에 아픔이 있는 이들을 치유하고 싶어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상담코칭학과에 입학한 겁니다. 그는 앞으로도 하나님께서 자신의 곡을 통해 사람들을 위로하시길 기도하고 있습니다.
“저에게 곡을 쓰는 것은 예배와 같아요. 하나님께 드리는 나의 마음을 드러내는 행위거든요. 그런데 작업을 하고 녹음을 할 때까지는 내 노래지만 음원으로 발표된 후에는 듣는 사람들의 곡이 돼요. 나의 고백이 듣는 이들의 고백이 되고 위로가 되길 바랍니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