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심 거듭남 칭의 성화…. 기독교 구원의 핵심 교리들이지만, 신앙생활을 오래 한 성도들도 알쏭달쏭한 개념이다. 그렇다고 두꺼운 책을 들고 교리 교육에 참여하기엔 부담스럽다. 교리는 심오하고 고상한 학문이 아니며 공부는 사실 책 몇 권 읽으면 스스로 할 수 있다. 성도들이 목회자에게 원하는 지점은 따로 있다. “이 교리 공부가 내 삶과 어떤 관련이 있나요?”
‘일상에서 만난 교리’(생명의말씀사)를 펴낸 서창희(34) 목사는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들었다.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포스코 재무실에서 3년간 일한 그는 목회의 길을 결심하고 총신대 신학대학원에 입학하면서부터 함께 성경 공부를 하던 청년들과 한사람교회를 개척했다. 7년이 지난 지금은 서울 지하철 2호선 낙성대역 인근 건물에서 주일마다 70명 넘게 모여 예배를 드린다. 그는 한사람교회 성도들을 이렇게 소개했다.
“서울에서 성공을 향해 뛰어가는 친구들입니다. 자격증 취득을 위해, 투자 성공을 위해, 승진을 위해 목사보다 더 열심히 사는 성도들입니다. 지적 깊이도 갖추고 있습니다. 그래서 체계적인 교리를 가르쳐보려 했는데 실패했습니다. 그들의 질문은 달랐습니다. 교리 자체를 알고 싶어 하는 게 아니고 거듭남이, 성화가, 칭의가, 부르심이 과연 지금 내 삶에 어떤 시각의 변화, 행동의 변화, 사고의 변화를 가져오냐고 물었습니다.”
첫 번째 대답으로 서 목사는 ‘구원의 서정’(The Order of Salvation)이 중요하다고 답하는데, 이렇게 설명하면 다수는 이해하지 못한다. 차례 서(序), 길 정(程)의 한자 공부가 돼버린다. 그래서 서 목사는 책을 통해 주말 서울 홍대 앞 술자리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이 10개의 술병과 어묵탕 안주를 앞에 두고 목회자인 그에게 회개와 속죄와 십자가를 묻는 밤, 서 목사는 용서가 먼저인지 회개가 먼저인지를 반문한다.
“회개하면 용서받는 거 아닌가”하는 친구들 답변에 서 목사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먼저고 회개는 나중이라고 설명한다. 용서받았기에 회개가 가능한 것, 나의 죄 때문에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려 피를 흘렸고, 그로 인해 용서는 이미 한참 전에 이뤄졌으며, 그걸 알고 난 다음에야 회개할 수 있다는 점을 말한다. 이어 칭의 다음에 성화가 오는 등 구원의 순서를 이야기한다. “와, 나 울 거 같아.” 그날 밤 친구들은 술을 마시다 말고 같이 기도했다고 후일담을 전한다.
칭의란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행하신 일을 근거로 하나님이 나를 향해 의롭다, 하나님 앞에서 충분하다고 선언하시는 일이다. 서 목사는 이를 개그맨 양세형의 경우로 설명한다. 미성년자인 고교 2학년부터 서울 대학로 개그맨으로 일하던 양세형은 미성년자를 보호하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10시를 넘어 공연할 수 없었다. 하지만 재능이 있던 양세형은 무리 없이 야간 공연을 소화했다. 이유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계약’이 아닌 소속사와 비즈니스 파트너로서의 ‘전속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법적 의미로 근로계약이 아닌 전속계약을 했다는 선언만으로도 다른 자격을 얻는다는 것이 바로 칭의 교리의 핵심이다.
책은 아이스크림을 손에 잔뜩 묻힌 아이를 통해 성화의 교리를, 결혼을 준비하는 예비부부에게서 견인의 교리를 발견한다. 예수님이 포도나무, 혼인 잔치, 돌아온 탕자 등 당대 최신의 비유로 구원을 설명한 것처럼 최 목사는 젊은이들에게 가장 익숙한 소재로 교리를 설명한다. 책의 참고문헌 1번이 유희열이 쓴 ‘밤을 걷는 밤’이다.
서 목사는 “예능을 포함해 청중이 아는 소재가 먼저, 구원을 말하는 존 머레이, 앤서니 후크마, 싱클레어 퍼거슨 등의 고상한 책은 나중에 소개하는 것이 순서”라고 말했다. 어려운 내용을 쉽게 쓰는 것, 이게 진짜 실력이다. 30대 목회자의 저술 활동이 기대된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