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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건강] 암 예방, 앎보다 실천!… 암 3분의 1 미리 막을 수 있다






 
80.3% 암 예방 수칙 알지만
실천율 39.3% 그쳐… 6.9%p 하락
코로나 영향 금연 등 소폭 나아져
균형 식사·체중 조절 등 다소 줄어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암 사망의 30%는 흡연, 30%는 식이 요인, 18%는 만성간염에 기인한다”고 규정했다. 이밖에 직업, 유전, 음주, 생식 요인 및 호르몬, 방사선, 환경오염 등의 요인도 각각 1~5% 정도 기여한다. WHO는 이런 위험요인의 예방활동 실천을 통해 암 발생의 3분의 1 가량은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정부는 2006년 ‘국민 10대 암예방 수칙’을 처음으로 만들어 공표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암 발생 위험요인에 대한 과학적 근거 자료를 바탕으로 국가암관리위원회 심의를 거쳐 제정됐다.

암 예방을 위해 금연과 금주, 건강한 식생활 및 운동 실천, 적정 체중 유지, 성매개 감염병 예방을 위한 안전한 성생활, B형간염 예방접종 등을 권고했다. 또 직장에서의 발암성 물질 노출 최소화, 암 조기발견을 위한 정기검진의 필요성도 강조한다.

2016년엔 수칙 중 ‘술은 하루 한 두잔 이내로만 마시기’를 ‘암 예방을 위해 하루 한 두잔의 소량 음주도 피하기’로 바꾸었다. 음주에 관해 절주(節酒)에서 금주(禁酒)로 강화한 것이다. 자궁경부암 예방접종도 추가됐다. 정부는 매년 3월 21일을 ‘암예방의 날’로 정하고 인식 제고와 수칙 실천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암예방 수칙 인식률 대비 실천율은 한참 모자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 10명 가운데 8명은 암예방 수칙을 알고 있으나 실천율은 40%가량으로 그 절반 수준에 그쳤다. 더군다나 2년여전 터진 코로나19 대유행이 암예방 활동 실천에 일정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감염병 유행의 장기화라는 환경적 변화에 맞춰 실천 가능한 구체적 방법 제시와 교육·홍보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국립암센터가 지난해 12월부터 올 2월까지 전국 성인 4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암예방 수칙 인식 및 실천 행태 조사 결과, 응답자 80.3%는 암예방 수칙에 대해 알고 있다고 답했다. 암예방 수칙 인지율은 첫 조사를 벌인 2007년 이후 줄곧 80%대를 유지해왔다. 다만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8년 조사(83%)때 보다는 약간 낮아졌다. 또 국민 39%는 여전히 암이 예방 가능하다는 사실을 모르거나(19.7%), 암 예방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없다(19.3%)고 답해 이들 대상의 인식률 제고 노력이 더 필요함을 시사했다.

암예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실천율은 39.3%로 2018년(46.2%)보다 6.9% 포인트나 떨어졌다. 암예방 실천율은 지난 16년간 최저 31.9%(2008년), 최고 46.2%(2018년)로 50%를 넘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암예방 수칙 각 항목별로 보면 채소·과일 충분히 먹기(2018년 54.5%→2022년 52.5%)와 균형식사(50.5%→39.7%), 짜지 않게 먹기(68.6%→62.0%), 건강체중 유지(62.6%→51.6%), B형간염 예방접종(51.0%→47.4%) 실천율은 다소 줄었다. 반면 담배 안피우기(69.6%→72.8%), 탄음식 안먹기(85.3%→86.0%), 소량 음주도 피하기(34.5%→42.2%), 운동하기(26.6%→31.1%) 실천율은 조금 상승했다.

코로나19 유행에 따른 신체활동의 제약, 불균형한 영양의 배달음식 섭취 증가, 의료기관 접근성 어려움 등이 실천율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반면 흡연자가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한 사실이 알려지고 저녁모임 제한 등 음주 기회가 줄어든 사회적 분위기는 해당 항목의 실천율을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운동하기 실천율의 경우 코로나19 이후 다소 올랐지만 실천율 자체가 워낙 낮아 큰 의미를 두긴 어렵다. 자궁경부암 예방접종(인식률 54.0%, 실천율 13.7%)과 안전한 성생활(62.8%, 57.1%)은 인지율과 예방 노력 모두 상대적으로 낮아 향후 제고 대책이 필요하다.

국민들은 암예방 수칙 중 가장 지키기 쉬운 항목으로 ‘짜지 않게 먹고 탄음식 먹지 않기’(56.2%)와 ‘담배 피우지 않고 남이 피우는 담배연기 피하기’(53.6%), ‘채소·과일 충분히 먹고 균형잡힌 식사하기’(48%) 순으로 꼽았다(복수 응답).
가장 지키기 어려운 항목으로는 ‘운동하기’(57%)와 ‘건강체중 유지하기’(46.1%), ‘하루 한 두잔 소량음주도 피하기’(40.1%) 순으로 답했다. 바쁜 일상(52%)과 운동 무관심(33%)이 운동 실천의 장애요인으로 꼽혔다. 또 음주가 암의 위험을 높인다는 점은 흡연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인식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암센터 박은영 암예방사업부장은 “코로나19 유행 상황과 바쁜 일상 가운데서도 어떻게 신체활동을 늘리고 운동을 하게 할지 구체적 실천 방법을 제시해 움직이지 않으면 결국 비만과 암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일반 대중에 인지시킬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에선 코로나19 영향으로 응답자의 2%가 담배를 끊었고 18%는 음주가 줄었으며 15%는 식생활이 더 건강해졌다고 답했다. 반면 응답자 33%는 운동을 덜한다고, 26%는 체중이 늘었다고 했다.

보건복지부와 국립암센터는 기존 암예방 수칙 업데이트 작업도 진행 중이다. 박 부장은 “기존 암예방 수칙은 해외 연구결과 등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는데, 이후 국내 암환자 데이터가 계속 쌓여 근거가 더 많이 확보됐다”며 “내년까지 암 관련 학회와 전문가 워크숍을 열어 필요 시 수정·보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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