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를 내세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반기독교적’ 처사가 갈수록 태산입니다. 우크라이나 침공의 주범으로 꼽히는 푸틴은 전 세계로부터 “제발 공격을 중단하라”는 요구를 받고 있습니다. 이미 우크라이나에서는 21일(현지시간) 현재 해외 피란민만 340만명, 사망자 800여명을 포함해 2100여명의 사상자를 냈습니다. 피해 규모는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그는 며칠 전 자국의 국민과 군인을 향한 연설에서 성경을 인용해 전쟁을 미화하는 듯한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습니다. 지난 18일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크림반도 병합 8주년 기념행사’ 때였습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을 한껏 추켜세웠습니다. 이어 “‘사람이 친구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버리면 이보다 더 큰 사랑이 없나니’(요 15:13)라는 성경 말씀을 기억한다”면서 “이번 작전에서 서로를 돕고 지지하는 우리 러시아군은, 형제처럼 전장에서 총알로부터 서로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요한복음 15장은 예수 그리스도가 ‘나는 참 포도나무요…’로 시작하는 유명한 장입니다. 특별히 13절은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어떻게 사랑하시는지 보여주는 메시지입니다. 그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실 것을 아시고 ‘자기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하신 말입니다. ‘목숨을 건 사랑’이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에 침공해 싸우고 있는 러시아군의 전우애를 독려하면서 이 구절을 인용했습니다. 목숨을 건 투철한 전우애는 본받을 만합니다. 하지만 작금의 상황에서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하지 말았어야 하는 게 사랑을 실천하는 최소한의 도리가 아니었을까요. 그리고 지금 당장 취할 조치는 침략 중단 선언과 군대 철수일 것입니다.
이런 실제적인 행동 없이는 그가 언급한 요한복음의 말씀은 ‘견강부회’ 내지는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뿐입니다. 자신의 필요에 따라 합리화하는 태도는 성경의 진리와 거리가 멉니다.
푸틴은 아랑곳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영국 BBC의 해리 팔리 종교 전문기자는 최근 “푸틴은 자신이 (우크라이나정교회와 러시아정교회를 다시 합쳐)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동방정교회의 재건을 위한 메시아적 인물로 여기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푸틴은 얼마나 신실한 신자일까요. 그의 ‘입술’을 통한 고백을 들으면 갸우뚱합니다.
푸틴은 2007년 미국 주간지 타임과 가진 인터뷰에서 “당신은 ‘최고의 신’을 믿느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하나님을 믿느냐’를 물은 것인데, 그는 오히려 “당신은 믿습니까”라고 반문하면서 구체적인 믿음에 대해 모호한 답변을 내놨습니다. 일반적으로 자신이 갖고 있는 종교적 믿음을 드러내는 신앙인과는 다른 모습입니다. 이 와중에 푸틴이 대규모 살상이 우려되는 생화학 무기를 사용할 빌미를 찾는다는 보도가 나옵니다. 제발 기독교 신자 푸틴을 보고 싶습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