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 4월, 생명, 부활



T S 엘리엇은 4월을 ‘가장 잔인한 달’로 명명했습니다. “4월은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 망각의 눈으로 대지를 덮고/ 마른 구근으로 가냘픈 생명을 키워왔다.” 1차 세계대전 직후 절망에 휩싸인 유럽을 바라보는 시인의 슬픈 내면이 읽힙니다. 차라리 겨울이어서 흰 눈이 세상을 덮어버리면 가녀린 생명의 의지는 숨겨져 모른 척 지날 수도 있을 텐데, 봄이 되니 눈도 걷히고 생명이 움트는 모든 과정이 고스란히 노출돼 생명의 길을 가야 하니, 그런 4월은 차라리 잔인하다고 고백한 듯합니다. 가장 강렬한 생명의 시기가 바로 4월이라는 역설일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4월도 그런 역설적인 잔인함과 생명을 담고 있습니다. 1960년 4·19혁명은 시위하다 얼굴에 최루탄이 박힌 채 사망한 17세 김주열군의 슬픈 희생이 담겨 있습니다. 그로부터 50여년 뒤 2014년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사건은 우리 생애 가장 슬픈 사건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침몰하는 전 과정을 무기력하게 쳐다보며 흘렸던 눈물이 해마다 4월이면 어김없이 또 흐릅니다. 그러나 4월의 ‘잔인함’은 그런 슬픔 속에서도 또다시 생명을 키워내겠죠. 부활의 달이니까요.

김종구 목사(세신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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