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 등지고 중국 선교사로… 그를 이끈 건 하늘의 영광

영화 ‘불의 전차’에서 우승한 에릭 리델(이안 찰슨)을 들어 올리는 선수들. 국민일보DB




오버더톱(OTT) 서비스를 통해 원하는 영화를 언제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시대다. 넷플릭스의 ‘지옥’ ‘지금 우리 학교는’ 등의 자극적 콘텐츠에 넌더리가 난다면 양질의 기독 콘텐츠를 찾아 나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디즈니+에서 만나는 영화 ‘불의 전차’는 1982년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을 비롯해 4개 부문을 석권한 명작이다. 모두가 아는 이 영화는 1924 파리올림픽 육상 400m 금메달에 빛나는 선교사 에릭 리델(1902~1945)을 이해하기 위한 프리퀄이다. 500쪽이 넘는 책 ‘영광을 위하여’는 영화를 먼저 보고 나서 읽는 게 좋다.

영화에서 리델은 아주 느린 동작으로 결승선을 통과한다. 이어 사람들은 그를 요란한 군중 앞에서 어깨 위로 번쩍 들어 올린다. 거기서 이야기는 정지한다. 영화는 현실의 단면만 보여준다. 리델 역할을 훈훈하게 그려낸 배우 이안 찰슨만 기억에 남는다. 불의 전차는 “에릭 리델, 제2차 세계대전 말에 피점령국 중국에서 선교사로 죽다. 온 스코틀랜드가 애도하다”란 자막으로 끝난다.

독실한 신앙인으로 주일에 열리는 올림픽 100m 경기를 포기한 선수란 이미지는 리델 선교사의 단면일 뿐이다. 20세기가 밝아올 무렵 한반도와 가까운 중국 톈진에서 스코틀랜드 선교사 부부의 자녀(MK)로 태어나 기관차처럼 빠르다고 해 ‘날아다니는 스코틀랜드인(The Flying Scotsman)’으로 불린 단거리 육상선수, 여러 교회와 집회에서 인내 친절 너그러움 겸손 예의 이타심 착함 온유함 진실성 등 9가지 덕목을 전하고 실천한 목사, 영광의 순간에 트랙을 등지고 대를 이어 중국 선교지로 향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임신한 아내와 아직 아기인 두 딸에게 배표를 끊어 전쟁을 피하게 하고 본인은 일본 제국주의에 의해 중국 산둥의 웨이셴 수용소에서 고통을 겪은 남편,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대하고 겸손하며 수수한 수용소의 친구이자 신앙인 동료. 책을 통해 리델의 이런 총체적 모습을 접할 수 있다.

‘최선을 다했다면 승리의 월계관뿐만 아니라 패배의 흙먼지 속에도 영광이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 걸려있던 이 경구를 리델은 가슴에 새겼다. 미국의 20세기 대표 신학자 랭던 길키가 저술한 또 하나의 기독교 고전 ‘산둥 수용소’(새물결플러스)의 바로 그 현장에서 리델은 뇌종양으로 사망했다. 중국의 수용소 터에 세운 리델의 기념비에는 이사야서 “달음박질하여도 곤비하지 아니하겠고 걸어가도 피곤하지 아니하리로다”(40:31) 말씀이 새겨져 있다.

우성규 기자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