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전모(34)씨 취미는 '빵지순례'다. 틈날 때마다 국내 여행을 다니며 지방의 베이커리 맛집을 찾아다닌다. 맛집마다 색다른 시그니처 메뉴를 맛보고 인스타그램에 기록하는 걸 취미로 삼은 전씨는 요즘엔 호텔도 다닌다. 전씨는 "호텔 베이커리는 로컬 맛집이 주는 매력과는 다른 맛이 있다"며 "호텔 베이커리의 균질하고 안정적인 맛은 '빵지순례'를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말했다.
10일 유통·식품업계에 따르면 베이커리 맛집에 대한 소비자 수요가 최근 2~3년 사이 급격하게 늘고 있다. 백화점, 쇼핑몰, 아울렛, 대형마트 등의 대규모 오프라인 유통채널마다 ‘베이커리 맛집’을 유치하기 위해 애쓰는 것도 소비자 수요 증가과 궤도를 같이 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새로 오픈하는 곳에 ‘베이커리 맛집’ 유치는 필수조건이 됐다. 맛집 없는 호텔, 백화점, 마트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라며 “로컬 맛집의 매력을 가진 점포 유치가 생존전략이 될 만큼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호텔 업계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해 베이커리 상품군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포스트 코로나’ 분위기가 짙어지면서 ‘벚꽃놀이’ 콘셉트의 베이커리 상품군을 강화하는 추세다. 호텔업계는 국내 3대 여행지로 서울, 제주, 부산을 꼽는다. 3대 여행지의 주요 호텔마다 색다른 메뉴의 베이커리 상품으로 여행객을 공략하고 있다. 조선 팰리스의 ‘조선델리 더 부티크’에서는 화려한 봄의 색감을 담은 시그니처 케이크와 식사 대용, 디저트로 즐기는 베이커리 신메뉴를 출시했다.
롯데호텔서울의 ‘케이크 명가(名家)’ 델리카한스에서 출시한 ‘바닐라 카카오 파운드 케이크’도 입소문을 타고 있다. 카카오닙스와 바닐라 풍미를 즐길 수 있는 케이크로 영양에 좋은 동시에 카카오닙스의 쌉쌀하면서도 고소한 식감, 바닐라의 밀도 높은 단맛이 조화를 이룬다.
JW 메리어트 호텔 ‘더 라운지’는 ‘스프링 인 구딸 파리 애프터눈 티 세트’를 선보인다. 다음 달 31일까지 진행되는 프로모션에서 프랑스 퍼퓨머리 브랜드 구딸의 향수 등 다양한 브랜드를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안다즈 서울 강남 조각보 레스토랑은 애프터눈 티세트 ‘애프터눈 로맨스’를 오는 30일까지 판매한다. 글래드 여의도는 벚꽃 구경 명소로 유명한 여의도 공원과 윤중로 벚꽃길 인근에 위치해 있어 봄꽃 나들이 기분을 만끽할 수 있는 상품들을 준비했다.
부산, 제주 등 국내 주요 여행지의 호텔에서도 베이커리 상품군에 힘을 주고 있다. 그랜드 조선 부산의 라운지앤바에서는 봄의 여유를 만끽할 수 있도록 시즌 한정의 ‘스위트 베리 페리 스프링 애프터눈티’ 세트를 다음 달 31일까지 선을 보인다. 아난티 힐튼 부산의 최상층에 있는 ‘맥퀸즈 라운지’에서는 핑크 파스텔 컬러의 봄 느낌이 가득한 ‘핑크 블라썸 애프터눈 티세트’를 다음 달 1일까지 내놓는다. 녹차 스콘, 레몬 타르트, 벚꽃 요거트 무스 캐이크 등이 주요 메뉴다.
롯데관광개발은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 내 그랜드 하얏트 제주의 3개 업장에서 벚꽃 테마의 신메뉴를 선보인다. ‘라운지 38’에서는 마카롱, 에끌레어, 판나코타, 롤케이크, 푸아그라 등 벚꽃 테마의 디저트를 포함해 12가지의 메뉴와 차로 구성된 애프터눈티 세트를 내놓는다. 호텔업계 한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벚꽃이 개화하기 시작하면서 벚꽃을 모티브로 화사한 봄의 색을 담은 베이커리 메뉴들이 준비됐다”며 “호캉스를 떠나기 전 체크하면 좋은 각 호텔별 ‘빵킷리스트’와 함께 봄 시즌에만 만날 수 있는 애프터눈티 세트로 입 안 가득 완연한 봄을 느껴보길 권한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