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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건강] 열나고 몸살·근육통이면 코로나?… 대상포진 초기증상일 수도

<사진=게티이미지>



 
면역력 떨어졌을 때 주로 발병
코로나 감염·백신 접종 뒤에도
걸린 사례 많지만 “대부분 경증
항바이러스 치료로 완치 가능”
초기 72시간 내 빠른 치료 받아야
요즘 같은 환절기에 열이 나고 몸살, 오한, 근육통을 겪으면 큰 일교차 탓에 감기에 걸렸거나 코로나19가 아닐까 의심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통증의 왕’으로 불리는 대상포진의 초기 증상일 수도 있다. 다만 대상포진은 이런 류의 증상들이 있은 뒤 며칠 지나 가슴이나 얼굴 옆구리 등에 띠 모양의 수포성(물집·고름) 피부 발진이 돋는 게 특징이다. 면역력 저하가 주원인인 대상포진은 50대 이상 장·노년층에서 주로 경험하지만 최근 과로·스트레스에 시달리는 20~40대 환자들도 증가 추세다.

게다가 코로나19가 유행한 뒤부터는 나이에 상관없이 감염 혹은 코로나 백신 접종 후 대상포진에 걸린 사례들이 꽤 보고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겨울-봄 환절기부터 증가세

대상포진은 면역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혹서기나 장마철에 가장 많이 발생하고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환절기에도 증가하는 패턴을 보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20년 대상포진 진료 환자는 약 72만명에 달한다. 월별로 보면 5~9월에 각각 8만명 넘는 환자가 병원을 찾았고 그 외에는 매월 7만명 안팎이 병원을 방문했다. 특히 2월(6만8909명)에 최저 환자 수를 기록한 뒤 계절이 바뀌는 3월(7만2395명) 4월(7만4110명) 5월(8만818명) 계속 상승했다. 낮밤의 기온차가 큰 시기에는 우리 몸이 외부 온도변화에 잘 적응하지 못하기 때문에 면역력이 쉽게 떨어지고 각종 질병에 노출될 위험도 커진다.

대상포진은 어릴 적 수두를 일으킨 바이러스가 치료 후에도 사라지지 않고 몸 속 신경절에 숨어 있다가 면역력이 약해질 때 다시 활성화되면서 생긴다. 초기 감기 몸살 비슷한 증상이 있고 3~7일 후에 얼굴 가슴 허리 팔 등에 붉은 발진이 무리지어 생긴다. 피부 발진이 생기기 며칠 전부터 가렵거나 송곳으로 찌르는 통증이 나타나기 때문에 허리 디스크나 담, 협심증으로 오인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초기 72시간 안에 항바이러스제와 진통제 치료를 받으면 대부분 왼치된다. 피부 병변도 보통 2~3주 지나면 자연 치유된다. 하지만 증상이 사라졌다 해서 다 나았다고 섣불리 판단하거나 다른 병으로 착각해 엉뚱한 치료를 받느라 제때 대처하지 못하면 만성적인 신경통과 시·청각 소실 등 심각한 합병증이 따를 수 있다. 특히 대상포진 후 신경통은 바람만 스쳐도 심한 통증이 발생해 일상생활이 불가능하고 그로 인한 우울증, 불면증, 대인 기피증까지 겪을 수 있다.

박휴정 가톨릭의대 서울성모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11일 “1~3개월 정도 급성기 피부 발진 치료 후에도 계속 아프면 만성 신경통으로 이환됐다고 보고 6개월이 넘으면 통증 완화나 재발 방지를 치료 목표로 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상포진에 걸리면 뇌졸중과 심근경색 위험이 각 1.9배, 1.6배 높아진다는 보고도 있다. 특히 얼굴 등 안면부에 대상포진이 발생한 경우라면 각·결막염, 녹내장 등 눈질환은 물론 치매 발생 위험도 2.9배 증가한다. 초기 피부 발진이나 통증이 심할수록 대상포진 후 신경통과 합병증 위험이 커지는 만큼 조기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대상포진 고위험군인 50세 이상, 당뇨 등 만성질환자, 폐경기 전후 여성, 대상포진 가족력 있는 사람들은 각별히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코로나 감염·백신 접종과 연관?

온라인환자커뮤니티 등에는 코로나19 감염이나 코로나 백신 접종 후 대상포진을 경험했다는 글들이 적지 않게 눈에 띈다. 지난 6일 신장병환우모임 게시판에는 3년 전 콩팥이식을 받았다는 환자가 3월 29일 코로나 확진과 대상포진이 겹쳐 입원치료를 받았다는 내용이 올라왔다. 젊은 여성으로 추정되는 한 네티즌은 인터넷포털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지난해 12월 코로나 확진으로 힘겨운 입원 치료를 받았는데, 두 달이 넘은 지난달 중순 등에 띠 모양 물집이 생겼고 대상포진을 진단받았다고 했다. 1형 당뇨병을 앓고 있다는 그는 “코로나 걸린 뒤 면역력 쓰레기가 된 것 같다”고 토로했다. 한 네티즌은 또 지난 2월 자신의 블로그에 화이자 백신을 맞은 뒤 허리와 다리에 수포가 생겼고 5일이나 지나 뒤늦게 대상포진 치료를 받는 바람에 오랫동안 신경통에 시달려야 했다고 썼다. 대상포진을 주로 보는 내과나 통증클리닉에도 이런 유형의 환자 방문이 잇따르고 있다.

김성한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 백신 맞고 대상포진에 걸린 환자를 여럿 봤다”면서도 “심근염이나 길랭바레증후군 같은 심각한 이상반응은 아닌 만큼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대부분 경증이고 항바이러스 치료를 빨리 받으면 대부분 좋아진다”고 설명했다.

그간 코로나 백신과 대상포진의 역학적 연관성을 보여주는 증례 연구는 해외에서 일부 보고돼 왔다. 화이자와 모더나 등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의 경우 접종 후 대상포진 발병률이 1.4배 높다는 연구결과가 의학 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에 발표된 바도 있다. 다른 연구논문에서는 백신 접종 후 대상포진 발생자 54명 가운데 86%가 mRNA백신 접종자였으며 50대 이상, 기저질환자, 면역저하자들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왔다.

코로나에 걸린 뒤 대상포진 발생 14명의 증례 보고 논문에 따르면 코로나 감염과 동시에 혹은 4~5일 후 대상포진이 주로 생겼고 최대 36일 후에 발생한 경우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감염이나 백신 접종 후 대상포진 발생이 면역세포인 림프구(특히 T세포)의 일시 감소와 관련 있는 걸로 추정하고 있다. 백신 접종은 항체 뿐 아니라 코로나 바이러스를 공격하는 T세포를 활성화하지만 항체가 형성될 때까지는 코로나에 감염된 것처럼 면역체계가 손상돼 각종 이상반응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대상포진 바이러스를 억제하던 T세포 기능이 일시적으로 약해진 틈에 바이러스가 재활성화한 것”이라며 “mRNA백신 성분 자체와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백신 접종에 따른 불안감이나 코로나 걸린 후 폐쇄병동 입원치료 등이 상당한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해 면역력 저하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폐렴 치료에 쓰이는 약물 덱사메타손이 대상포진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는 데이터도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역학적 연관성일 뿐 인과성은 인정된 바 없다. 박휴정 교수는 “코로나 감염 혹은 백신 접종 후 발생한 대상포진도 지금까지 논문에는 항바이러스제와 진통제 치료로 좋아졌다고 보고돼 있다”며 “아직 사례 보고가 충분치 않아 대상포진 후 만성 신경통 진행 여부에 대해선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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