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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건강] 고압산소 치료, 당뇨 발·눈 중풍까지 영역 확대

한림대동탄성심병원 고압산소치료센터에 설치된 다인용 챔버에서 고압산소 치료 시연이 이뤄지고 있다. 이곳에선 최대 10명까지 들어가 치료받는다. 환자들은 산소 공급용 마스크를 1시간 30분~2시간 쓴채 머물러야 한다. 한림대의료원 제공



 
돌발성 난청 환자 마지막 ‘희망’
약물 의한 턱뼈 괴사 등 치료 도움
의료기관들 고가 장비 속속 도입
 
과거 일산화탄소 중독이나 잠수병 같은 응급상황 대처에 주로 쓰이던 '고압산소 치료'가 점차 영역을 넓히고 있다. 돌발성 난청이나 당뇨 발(당뇨성 족부궤양), 눈 중풍(급성망막중심동맥폐쇄증), 방사선 암 치료 후 발생한 조직 괴사, 약물에 의한 턱뼈 괴사 등 난치성 질환 치료에도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고압산소 치료는 '챔버'로 불리는 잠수함처럼 생긴 밀폐 공간에서 대기압보다 2~3배 높은 고농도 산소를 주입하는 방식이다. 혈액 속에 녹아든 다량의 산소가 몸 곳곳의 미세혈관까지 전달돼 혈류 부족에 따른 병변을 낫게 한다.

근래 고가의 고압산소 치료 장비를 도입해 치료센터를 만드는 의료기관들이 늘고 있다. 일부 대형병원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아 장비를 설치하기도 한다. 최대 10명이 한꺼번에 들어가 치료받는 다인용 챔버와 1인용 챔버 장비가 있다. 환자들은 고압산소 공급용 마스크를 쓴 채 1시간 30분에서 2시간 가량 챔버에 머물러야 한다.
 
난치병 마지막 치료 수단

2020년 11월 고압산소치료센터를 문연 한림대동탄성심병원이 지난해 8월까지 이뤄진 고압산소 치료 1004건을 분석한 결과 돌발성 난청이 410건으로 가장 많았고 당뇨성 족부궤양(183건), 일산화탄소 중독(162건), 망막중심동맥폐쇄증(87건), 난치성 골수염(22건), 피부 괴사(17건), 피부 이식(16건), 버거병(10건), 질소 중독(4건), 잠수병(1건) 등이 뒤를 이었다.

갑자기 귀가 잘 들리지 않게 되는 돌발성 난청은 적절한 시일 안에 치료를 받더라도 완치되는 경우는 전체 3분의 1에 불과하다. 일단 발병하면 골든타임(3~5일) 안에 병원을 찾아 표준 치료법인 고용량 스테로이드를 투약해야 하고 그 밖에 혈액순환 개선제, 혈관 확장제, 항바이러스제 등 추가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이런 치료를 받고도 끝내 청력이 돌아오지 못하면 마지막 수단으로 고압산소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당뇨병이 있는 최모(56)씨는 두 달 전 회의 도중 갑자기 왼쪽 귀가 잘 안들리고 어지럼증과 이명(귀울림)을 경험한 뒤 의료진에게서 고압산소 치료를 권유받았다. 청신경 주변의 미세혈관까지 산소 분압을 올려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 보자는 것이다. 한 번에 1시간 30분~2시간씩 모두 14차례 고압산소 치료를 받은 후 그의 청력은 일상에 불편이 없을 정도로 돌아왔다.

돌발성 난청의 주된 원인은 바이러스 감염이나 미세혈관의 혈액순환 장애로 알려져 있다. 청신경은 귀에서 소리를 뇌로 보내는 일종의 전깃줄 역할을 하는데, 청신경에 연결된 미세혈관에 피가 잘 돌지 않으면 돌발성 난청을 겪기 십상이다.

당뇨 환자들은 난청 치료를 위해 초기에 고용량 스테로이드를 복용하면 혈당 수치가 급격히 올라가 합병증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이들에게는 청신경의 미세혈관까지 고농도 산소를 공급해 주는 것이 혈류 문제 해결에 더 효과적이다. 80데시벨(dB) 이상 소리를 듣지 못하는 고도·심도 돌발성 난청 환자들이 치료 대상이다.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이비인후과 김성균 교수는 18일 “입원한 고도 이상 돌발성 난청 환자의 70% 이상이 고압산소 치료를 받고 있으며 초기 스테로이드 약으로 반응이 없던 이들도 고압산소 치료를 통해 청력이 회복될 수 있으므로 포기하지 말고 치료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당뇨 발은 당뇨 환자의 15~25%가 평생 한번 이상 경험한다. 당뇨성 혈관질환은 일반 동맥경화와 달리 다리나 발 같은 말초 조직의 미세혈관들까지도 모두 좁아지는 게 특징이다. 피가 흘러가지 않으면 염증(궤양)이 생기고 피부가 썩는다. 감염이 생겨도 백혈구나 항생제 같은 세균 억제 물질이 잘 도달하지 못한다. 혈류가 괜찮다고 하더라도 신경계 기능이 파괴돼 감염에 취약해진다. 대부분의 심한 당뇨 발은 이런 두 가지 상태가 혼재돼 있다. 정형외과 김성재 교수는 “당뇨 발에 산소 농도를 증가시키면 혈관 신생을 촉진하는 여러 성장인자들이 늘어난다. 고압산소 치료가 소생되는 부위와 절단 부위 경계를 명확히 해 주기 때문에 치료 기간을 단축시키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 연구에 따르면 1주일에 약 5회, 2~3개월의 고압산소 치료를 지속할 경우 당뇨 발 절단율이 줄었다는 보고가 있다. 김 교수는 “다만 현재는 족부궤양이 꽤 진행돼서 힘줄 이상의 조직이 노출되거나 발이 이미 썩는 등 심각한 단계(3단계)일 경우 2주(하루 1회씩 14번) 치료에 한해 건강보험이 적용돼 실질적 당뇨 발 환자 치료에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눈 중풍’으로 불리는 급성 망막중심동맥폐쇄는 혈전(피떡)이 우리 눈의 망막(상이 맺히는 곳) 중심 동맥을 막아 혈액순환 문제로 시력 저하를 초래하는 것이다. 안과 홍인환 교수는 “망막중심동맥폐쇄는 안과적 응급질환으로 24시간 안에 치료가 시작될 수 있어야 한다. 고압산소 치료는 12~24시간 내에 응급으로 적용해 볼 수 있다”면서 “기저질환이 없는 사람일수록 좋은 시력 향상을 보였다는 최근 연구 보고가 있다”고 했다.
 
방사선 암 치료·약물 후유증 치료 기대

방사선 암 치료 후에는 ‘출혈성 방광염’을 주의해야 한다. 남성은 주로 전립선·방광·대장암, 여성은 부인암 치료 후 발생하는 게 대부분이다. 방사선에 의해 방광의 혈관 조직이 손상받아 괴사가 일어난다. 방사선 치료 환자 약 10%에서 출혈성 방광염이 보고된다. 비뇨의학과 이원철 교수는 “그간 방광소작술과 함께 항생제, 방광 안정제 등을 써 왔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다”면서 “최근 많은 연구에서 방광소작술과 고압산소 치료를 함께 시행했을 때 더 좋은 결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골다공증 약이나 항암제 투여 환자들은 치아를 빼거나 임플란트 치료 후, 치아 주위 염증으로 인해 턱뼈(악골)가 괴사되는 경험을 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발치나 임플란트를 하는 비율이 높은 노년층에서 골다공증 예방이나 치료약 투여가 늘고 있어 악골 괴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치과 온성운 교수는 “약물 유발 악골 괴사는 수술이 필요한 경우가 많지만 고령으로 큰 수술을 시행하지 못할 수 있다”면서 “이런 환자들에게 고압산소 치료가 증상과 삶의질 개선에 도움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압산소 치료는 이밖에 화상, 버거병 등에도 활용도를 높이고 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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